[로리더] 검사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7일 “지금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검찰개혁을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그리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떼서 고검장에게 준다는 게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며 검찰개혁 추진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검경(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처음과 나중이 달라졌다며 혹평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 14층 대강당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방안”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 기념 촬영

축사를 위해 참석한 조응천 국회의원은 먼저 “(20대 국회부터)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이찬희 변협회장님,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님의 많은 지도와 편달, 도움을 받고 입법도 발의하고 토론회도 했다”며 답례 차원에서 참석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저는 법조3륜(법원, 검찰, 변호사)을 다 겪었다. 그게 무슨 얘기냐면, (검사로서) 수사를 해봤고, (피의자로서) 수사를 당해보기도 했고, (변호사로 법정에서) 변호도 해봤다”며 “모든 위치에서 형사사법을 롤 플레이를 다 해봤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강 이쪽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저쪽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 강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더라. 굉장히 입체적으로 봤다고 자부한다”며 위치에 따른 풍경을 예를 들면서 “제가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으로서 3년 하면서 (법조3륜에서 겪은 경험이) 의정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그때 겪어본 바에 의하면, 어쨌든 민주주의는 불신을 전제로 한다”며 “그 누구도 철인이 계속 이어져서 정말 선의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정말 원숭이가 사람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확률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조 의원은 “권력을 쥐게 되면, 항상 오남용을 하기 마련이다”며 “그래서 권력은 다른 권력으로 막아야 된다. 제어를 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견제장치를 만들고, 촘촘히 시스템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국회의원의 축사를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좌)과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우)

조응천 의원은 “그래서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재판을 할 수 없듯이, 수사기관이 소추를 맡는 것도 온당치 않다”며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인권침해에 대해서 재판기관은 소극적으로만 막아줄 수 있을 뿐인데, 소추기관이 인권옹호 기능을 해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의 무리한 법집행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재판기관, 소추기관, 수사기관은 철저히 분리되고 서서로 견제감시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기관은 법원, 소추기관은 공소를 제기하는 검찰, 수사기관은 경찰을 의미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내지, 검찰개혁이라는 것은 검찰의 수사기능과 경찰의 수사기능을 합쳐서 하나의 수사기관으로 만들고, 거기에 대해서는 기존의 검찰의 일부가 나와서 현미경처럼 수사기관의 동향을 들여다보고, 위법이 없는지 보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또한 기소 단계에서 수사기관의 잘못된 것을 다 걸러주고, 그리고 기소가 된 이후에 법원에서 3심을 거치면서 충분히 법정투쟁을 함으로써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그리고 실제 이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처음에는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무상하게 돼버렸다”고 씁쓸해 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또 “지금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검찰개혁을 하는 건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서 “과연 수사 총량이 줄었을까요? 국민의 인권보장이 예전보다 나아졌을까요? 수사기관의 독립성ㆍ중립성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기관인데, 왜 거기는 무조건 기소권을 줘야 되는지, 그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반대했었다”고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또한 조응천 의원은 “경찰이 수사하는데 왜 거기에 대해서 불송치하게 해서 (검찰이)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지 그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누구를 기분 좋게 하고, 누구를 의쓱하게 만드는 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작금의 검찰 모습을 보면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꼭 해야 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며 “과연 검찰이 서울동부지검 말고는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저는 어쨌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거의 대부분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으로 바꿔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은 “제가 청와대에서 겪어본 바에 의하면 경찰조직은 인사에 굉장히 취약하다. 제복조직이다. 그리고 계급단계가 굉장히 조밀하다. 계급정년이 있다. 그래서 몇 년 안에 승진되지 않으면, 계급정년으로 (경찰을) 나가야 한다. 라이센스가 없다. 굉장히 두렵죠. 그래서 인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는 안봉근 비서관이 전횡을 했다”며 “그걸 제가 견제하려다 많이 두들겨 맞았다”고 털어놨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과연 그러면 국가수사본부로 하면 경찰인사가 나아지느냐? 잘 모르겠다”며 “그럼 수사본부장은 전혀 정치적 중립ㆍ독립으로부터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되느냐. 그건 진짜 숙제다. 그리고 설사 본부장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밑에 구성원들이 과연 얼마나 소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라고 봤다.

국가 사무는 경찰청장이, 수사 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자치경찰 사무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ㆍ감독하게 된다.

축사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결국은 인사권이 현 권력으로부터 영향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체”라며 “수사기관의 장은 임기를 확실하게 보장해 주고, 법적으로 탄핵 혹은 금고 이상의 형 외에는 물러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그 기간 동안은 책임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여러 가지로 많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 내부로부터의 중립ㆍ독립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지금 검찰개혁이다, 수사권조정이다 하면서 계속하고 있는데, 어쨌든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저도 미력하나마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여기계신 많은 분들도 수사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그것을 견제하는 권한도 같이 비례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조응천 의원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떼서 고검장에게 준다는 게 (검찰개혁인지)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며 헛웃음을 보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변호사)가 지난 7월 27일 발표한 내용 중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기 위해 검찰청법 제8조 등 개정을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내용은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하는 내용 등이다.

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함으로써 검찰 내부 권력 상호 간에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하는 한편,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함으로써 발생하는 선택적 수사, 표적수사, 과잉수사, 별건수사 등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조응천 의원은 “아무쪼록 의미 있는 학술대회가 되길 바라고, 이찬희 변협회장님이 꿋꿋하게 우리나라 법치를 위해서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법의 지배가 필요하지, 법에 의한 지배는 아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원고 없이 단상에 나가 9분가량 다양한 얘기를 꺼낸 조 의원은 “오늘 제가 법사위원도 아닌데 와서 객설(客說)을 늘어놓고 간다”며 겸손해했다.

축사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 자리에서 이찬희 변협회장과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검사 출신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날 학술대회 전체사회는 대한변협 제2법제이사 이영상 변호사가 진행했다.

진행하는 이영상 변호사

제1주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제로 왕미양 대한변협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고,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종구 조선대 법과대학 교수가 발제를 했다. 또 박정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수범 변호사(대한변협 이사), 임찬종 SBS 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진행하는 왕미양 사무총장

이어서 제2주제는 ‘검사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주제로 김희균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했다. 또 박형관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 최창호 변호사(더리드 법률사무소 대표), 신아람 JTBC 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학술대회에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인 김주현 변호사, 이충윤 변호사(대한변협 대변인) 등도 참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주현 변호사는 법무부차관과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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