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윤영환 위원장은 16일 “경찰이 인권침해 수사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고 변호사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수사권한 남용”이라며 경찰에 기소의견 철회와 사과를 촉구하는 등 쓴소리를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 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을 만드는 법,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참여연대 등 40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미금동 경찰청 앞에서 ‘강압수사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소의견 철회하고, 경찰청장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기자회견 사회는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이 진행했다. 발언자로는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 조수진 민변 사무총장, 장동엽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선임간사, 허주현 전남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윤영환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우다야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위원장,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이 참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인 윤영환 변호사는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대표를 맡고 있는 등 공익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에 나선 윤영환 변호사는 “최정규 변호사를 비롯한 디무드씨를 변론하는 변호인단에 제가 아는 많은 후배 변호사들이 열심히 변론하고 있다”며 “저는 몇 가지 변호사로서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변호사는 “이미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 사건이 문제가 있다는 기소의견 송치가 아주 잘못됐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각 지방변호사회 또한 같은 의견”이라고 전했다.

발언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윤영환 변호사는 “(공익제보 차원에서 KBS에 경찰의 강압수사 정황 영상을 제보한) 최정규 변호사와 변호인단의 행위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정당한 행위로써 형사처벌 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저는 풍등을 날린 화재사건으로 인해서 갑자기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된 디무드라는 29세 외국이 청년이 마주했을 공포를 떠올린다”며 “이 건의 수사 과정에는 명백한 강압성과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봤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윤영환 변호사는 “(강압수사) 이런 일이 그에게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경찰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에게 그런 일이 더 강하게 있었겠지만, 그 일은 우리 시민들, 국민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어떤 수사 목적을 위해서 인권침해 수사가 용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인권침해 사실을 알게 된 변호사와 언론이 당연히 사회에 알리는 것은 공익적인 역할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영환 변호사는 “최정규 변호사와 변호인단의 영상 공개와 제보는 용감한 결정이었다”며 “이 사건은 우리 한국 사회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공권력 남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봤다.

윤 변호사는 “(최정규 변호사의 행위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변호사법에 규정된 변호사의 사명을 실천한 정당한 행동이었던 것”이라며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경찰에서 기소의견 송치한 것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짚었다.

윤영환 변호사는 “공익제보자가 기소될 수 있다는 자체가 공익제보가 가지는 사회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공익제보를 위축시킨다”며 “이것은 우리사회의 국민의 알권리와 공권력 남용에 대한 민주적 감시가 우리사회 발전의 토대인데, 이것에 재갈을 물리는 그런 현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변호사의 (공익제보) 행위에 대해 이럴진대, 일반 시민들의 공익제보에 대해 어떠하겠습니까”라고 경찰을 꼬집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윤영환 변호사는 “또한 경찰 수사권 남용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 그래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권한이 더 많이 이관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의 권한 비대와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통제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스스로 자행한 인권침해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해서 제보자인 (최정규) 변호사를 고소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것은 경찰의 책임 회피이자, 수사권한 남용이다”라고 비판했다.

발언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윤영환 변호사는 “(최정규 변호사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는) 경찰 권한 강화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라며 “경찰은 이 사건을 깊이 성찰해서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직시했다.

윤 변호사는 “또한 변호사의 변론권 위축 또한 심각한 문제”라며 “사법권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윤영환 변호사는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관) 개인적 고발로 치부하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런 경우가 그대로 용인된다면, 이것은 고스란히 다시 시민들의 인권이 위축되는 더 큰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 변호사는 “경찰은 기소의견을 철회하고, 명백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또한 윤영환 변호사는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명하고, 경찰이 (최정규 변호사에 대한) 기소의견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명백히 불기소 처분을 통해서, 또한 그 처분에서 공익제보자에 대한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적시해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윤영환 변호사

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인권침해 수사가 근절되는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또한 공익제보자 보호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가져야 한다. 보다 철저한 법률의 보완과 제도 시행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참석자들의 규탄발언이 끝나자 “기자회견 후에 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너무나 틀에 박힌 대답을 내놓고 오늘 면담을 거부했다”고 비판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별도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br>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br>

김강원 국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경찰청장 앞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과 요구서한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 강압수사다. 강압수사행위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교육을 권고했다”며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청이) 이런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교육을 제대로 실시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

한편, 대한변호사협회, 민변 등에 따르면 공익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2018년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외국인 노동자(디무드)의 변호인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디무드씨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반말과 비속어를 사용해 피의자를 윽박지르고 유도신문을 하는 등 강압수사를 한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에 최 변호사는 검찰(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 영상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후, 공익적 목적으로 관련 영상을 2019년 5월 KBS에 제보했다. 이후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윽박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으로 해당 영상 일부를 보도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경찰관이 지난 4월 KBS 기자와 제보자를 고소했다. 경찰은 영상을 KBS에 제보한 최정규 변호사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지난 2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대한변협, 민변 등에서 변론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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