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50년 억울한 반공법 피해자 재심청구로 한 푼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50년 억울한 반공법 피해자 재심청구로 한 푼다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9.15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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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아버지로부터 학비와 편지를 받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불법 구금되고 고문으로 허위 자백해 반공법으로 처벌받았던 A씨의 50년 동안 지속된 한을 풀어주기 위해 재심에 나섰다.

민변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공익인권변론활동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기획ㆍ수행하고, 공익인권 변론활동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며, 시민사회단체들과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공익인권변론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에 따르면 2019년 초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유죄 확정 판결 대해 재심을 검토해 달라는 당사자를 면담했다.

당사자(A)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년 4월 영문도 모른 채 자취방에 들이닥친 동대문경찰서 소속 사복경찰관들에게 연행돼 불법 구금된 이후 고문을 받으며 수사를 받았다.

수사관들은 당사자가 어렸을 때 일본으로 떠나 10년이 넘도록 보지도 못한 아버지가 조총련 구성원이라며, 아버지가 당사자에게 보낸 학비와 일상적 서신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금품수수 및 통신이라는 점을 자백할 것은 강요했다고 한다.

결국 경찰의 고문 수사를 이기지 못한 당사자는 허위로 자백했다고 한다. 당사자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신하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통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1970년 10월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할아버지, 외사촌형, 누나, 매형 등 가족들도 당사자의 범죄를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돼 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결국 아버지가 보내온 학비와 일상적 서신 때문에 일가가 범죄자가 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재심청구는 신속히 진행되지 못했다.

공익인권변론센터는 “당사자는 재심사유를 찾기 위해 약 50년 전의 기록을 검찰청에 요구했지만, 검찰청에서 핵심 수사기록에 대해 열람과 등사를 불허가했기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당사자가 2019년 초 민변에 문을 두드렸다. 당사자를 면담한 공익인권변론센터는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의 불허가에 대한 준항고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이 2019년 8월 준항고를 인용함에 따라 당사자는 비로소 핵심 수사기록을 입수할 수 있었다.

공익인권변론센터에서 구성한 변호인단은 입수한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했고, 당시 수사기관의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기록들을 찾았다. 당시 수사관들이 작성한 수사보고, 체포보고 등 문서에서 검거 및 체포 일시가 수차례 바뀌는 사실을 확인했고, 당사자의 지인으로부터 수사관들이 기재한 검거 및 체포 일시가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나아가 당사자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이 적법한 양식으로 발부되지 않았다.

센터는 “이처럼 수사관들이 당사자를 불법구금하고, 관련 공문서를 조작해 행사한 것은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ㆍ감금죄 및 형법 제227조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당사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영장 없이 이루어진 압수수색으로 봤다.

변호인단이 입수한 기록에 따르면 당사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당사자에 대한 체포 일시보다 선행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영장에 의해 행해진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이와 같은 수사관들의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변호인단은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직권남용죄 등 수사관들의 범죄가 수사기록상 명백히 확인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인단은 9월 14일 당사자가 동대문경찰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체포된 지 약 50년 5개월 만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및 제422조의 재심사유를 이유로 한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은 “당사자는 50년 전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가 보내준 학비와 서신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범죄자로 만들 줄 상상하지 못했다”며 “당사자는 복역 후에도 약 50년 간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고, 문제제기 시 더 큰 불이익이 있을 우려로 자신의 한을 속으로 삭히며 살아왔다”고 전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이번 재심청구를 통해 50년 간 지속돼 왔던 당사자의 한이 풀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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