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 교수가 재판을 통해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10일 고(故) 임세원 교수의 유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자인정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고인이 직접적ㆍ적극적으로 간호사를 구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고인을 의사자로 인정했다.

법무법인(유) 원(대표변호사 강금실, 윤기원)에 따르면 임세원 교수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2018년 12월 31일 진료시간이 끝날 무렵 찾아온 조현병 환자를 진료하던 중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유족은 2019년 3월 보건복지부에 고인을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을 했으나,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2019년 6월 의사자로 지정하지 않고 거부 처분을 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김민후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유족은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어린 두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명예롭게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후 변호사는 “실제 사건이 발생했던 강북삼성병원 3층 현장에 방문해 보니, 고인은 가까운 곳에 쉽게 피신할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있었는데도, 간호사들과 다른 환자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긴 복도 쪽으로 피신하면서 대피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범인에게 추격당해 피살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 당시 동선을 동영상으로 재연해 증거로 제출했는데, 재판부가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고인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죽음’으로 인정되고 유족들이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어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에 따라면 고(故) 임세원 교수는 1996년 의사가 된 이래 ‘자신의 일은 삶의 가장 어려운 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는 소명감을 가지고 20년 이상을 현장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진료해 왔다.

2012년에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까지 120만명이 교육을 받고, 수많은 사람들을 자살 위험에서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사고 후 고인의 유족들은 ‘임세원 교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고 정신병환자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고, 조의금 절반을 자살 예방과 우울증 개선 사업에 써달라고 기부해 감동을 주기도 했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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