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저는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분의 보충의견이 없었다면 전 대법 판결에 매우 실망했을 것입니다. 이 분의 의견을 보고, 충만감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강문대 변호사의 말이다. 강문대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지냈고,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으로 1년 9개월 간 재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며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 6만명 조합원 중에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가 2013년 9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했다. 대법원이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전교조는 7년 만에 다시 노동조합 지위를 회복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그 자체로 무효”라며 “따라서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시행령 조항을 유효하다고 봐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로 원심법원에 환송한다”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0명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반면 이기택ㆍ이동원 대법관은 ‘정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이 사건을 대리해 전원합의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강문대 변호사
강문대 변호사

강문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후 페이스북에 “전교조 승소,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강 변호사는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으로서) 관련 업무를 조금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행정적으로 푸는 게 좋겠다는 소신으로 나름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끝내 대법 판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결과론적인 얘기이지만, 대법 판결로 해결된 것에 유용한 점도 있다”며 “전교조로서는 모든 걸 원상회복 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이념 논쟁에 안 휘말리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말에 언짢아 할 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유용성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법조인의 일원으로서는, 대법원 판결의 다수 의견에는 썩 동의가 되지 않는다”며 “결론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에 불만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문대 변호사는 “저는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분의 보충의견이 없었다면 전 대법 판결에 매우 실망했을 것입니다. 이 분의 의견을 보고, 충만감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꽉 짜인 논리를 접할 때의 충만감, 감히 범접하기 어렵겠다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경외감. 판결 구하신 분들은 위 분의 보충의견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강 변호사는 “그 요지는, 법률 문언상으로는 (전교조가 위법이라는) 행정 조치가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시행령 조항을 위헌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문언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된 사람을 조합원으로 두었다고 해서 노조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조치이다, 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이렇게 보면, 시행령의 위헌성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전교조는 합법이 된ㄴ다다. 법 개정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노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전교조나 민주노조 운동에 훨씬 좋은 것”이라고 봤다.

강 변호사는 “전 전교조나 노동단체가 (시행령 위헌) 다수의견 정도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게 아쉽다”며 “김재형 보충의견의 내용대로 해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입장을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강문대 변호사의 글을 본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김재형 대법관의 견해가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역쉬!”라는 댓글을 달았다.

◆ 김재형 대법관 별개의견 뭘 담았기에?

이에 전교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을 상세하게 살펴봤다. 김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판결문 15페이지부터 40페이지에 이른다.

교원노조법은 교원 노동조합에 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라.목)’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하 이 사건 법률 라.목)

또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

김재형 대법관 취임식 / 사진=대법원
김재형 대법관 취임식 / 사진=대법원

김재형 대법관은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이 경우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교원노조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교원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통보해야 한다는 해석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고가 해직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면, 교원노조법에 따라 원고를 교원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적법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그러나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해고 근로자가 한 사람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법률이 정당한가? 전체 6만명의 조합원 중 단 9명이 해직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원 노동조합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타당한가?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중에 교원의 지위를 잃은 이들을 교원 노동조합의 구성원에서 배제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원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해야 하는가? 원고가 해직 교원의 조합원 활동을 묵인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규약에 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의 조치는 타당하다고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대법관은 “이 사건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법령의 문언에 따른 해석과 적용이 과연 정당한 결론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 김재형 대법관 “이 사건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왜?

대법관 다수의견은 “헌법상 노동3권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특별한 법률의 근거 내지 위임 없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돼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무효이고,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그러나 노동조합법에 따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은 적법한 노동조합이 아니고 법외노조에 지나지 않는다면, 법외노조 통보는 위와 같은 법률 규정에 따른 효과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법관은 “이 사건의 관건은 법외노조 ‘통보’의 당부가 아니다. 만일 원고가 ‘법외노조’에 해당한다면 그러한 사실을 통보하는 것은 피고가 당연히 할 일이고 오히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원고가 법상 노동조합인지 아닌지, 즉 법외노조인지 여부에 있다”고 짚었다.

김재형 대법관은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에 따라 원고를 법외노조로 보아야 하는가?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한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본질과 운명을 좌우할 문제인가? 이 문제는 법률 해석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인가? 헌법재판소는 해직 교원을 교원 노동조합의 조합원에서 배제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국회의 입법은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고, 정부는 원고가 법외노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법원으로서는 원고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해야 하는가?”라면서 “‘어려운 사건(hard case)’”이라고 털어놨다.

김 대법관은 “이 사건 법령의 해석상 난점을 살펴보고, 사건의 본질과 그에 대한 정당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사건의 본질과 정당한 해결 방안 제시한 김재형 대법관

그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며 “그 의미는 명백하다”고 밝혔다.

김 대법관은 “이미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면 행정관청은 시정을 요구하고 기한 내에 시정되지 않는 경우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는 이미 설립신고를 마친 교원 노동조합이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발견된 경우 행정관청은 시정을 요구하고 기한 내에 시정되지 않았다면 법외노조라고 통보해야 한다. 이는 ‘법이 요구하는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노동조합’에 대해 ‘법에 의한 노동조합이 아님’을 통보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규정”이라고 봤다.

그는 “따라서 이 시행령 조항은 법률 규정에 직접 근거를 두고 법률의 취지와 의미를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적법ㆍ유효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 시행령 조항은 사실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설령 법외노조 ‘통보’를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동조합을 더 이상 ‘법률에 따른 노동조합’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가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동조합을 비로소 법외노조로 만드는 형성적 행정처분이고, 이러한 중대한 침익적 처분은 마땅히 법률에 근거가 있거나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그러한 근거나 위임 없이 독자적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그러나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따른 노동조합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일 뿐이므로, 확인적 행정작용에 불과할 뿐 새로운 권리ㆍ의무를 창설하는 형성적 행정작용이 아니다”며 “다시 말해서 어떤 노동조합이 법률에 따라 법외노조가 된 이상 반드시 이를 통보하지 않더라도 그 노동조합은 법외노조인 것이고, 결격사유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설령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가 이를 취소ㆍ철회하더라도 그 노동조합이 법외노조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거나 아예 없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동조합에 대해 행정관청은 법외노조 통보 등과 같은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선언 외에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지, 구체적 법률관계는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고, 실질적 판단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이 시행령 조항은 결격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시행령 조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행정관청은 시정요구 절차를 거치되 시정되지 않는 경우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며 “이 시행령 조항의 의미는 매우 명확하며, 법률이 규정한 바를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합헌적이고 정당하다”고 봤다.

김 대법관은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에 따르면,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이 해직자를 단 한 명이라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에서 말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김재형 대법관은 “원고가 단순히 일부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묵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규약을 통해 이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견해가 있다”며 “그러나 노동조합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규약에서 정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 김재형 대법관 “법원은 형식적인 자구해석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이와 함께 김 대법관은 “법률은 법률규정의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법률 제정 당시에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도 있고,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달라짐에 따라 법률과 실제 생활 사이에 불가피하게 간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명문규정의 엄격한 적용만을 고집한다면 법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는 있어도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실제 생활에 부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 법원은 형식적인 자구해석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법률이 구현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무엇인가를 헤아려서 입법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법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고, 그 실현을 위해 필요한 한도에서 명문규정의 의미를 확대하거나 축소ㆍ제한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법형성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형 대법관은 “법규정의 의미와 본질을 바꾸는 정도가 아닌 한도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뒤쳐진 법률을 앞서가는 사회현상에 적응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그 뒤쳐진 법규정의 전통적 해석ㆍ적용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률 개정이라는 입법기관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해서는 안 된다”는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상기시켰다.

김 대법관은 “법규범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완벽하게 규율할 수는 없다. 법은 그 일반적ㆍ추상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본질적으로 흠결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률의 해석은 단순히 존재하는 법률을 인식ㆍ발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경우 유추나 목적론적 축소를 통해 법률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법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실질적 법치주의의 요청이다. 법원은 ‘법률’이 아닌 ‘법’ 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법을 해석ㆍ적용할 때에는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만일 해석의 결과 심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러한 해석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통상 이를 위해 문언적 해석 외에 논리적ㆍ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등 여러 해석방법이 동원된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와 부당함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법원은 법의 문언을 넘어서는 해석, 때로는 법의 문언에 반하는 정당한 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형 대법관,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 불허 문제 지적

김 대법관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를 결사에 대한 허가제로 볼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결정). 그런데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은 결국 현직 근로자와 해직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처럼 ‘현직 근로자와 해직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의 형태로 단체를 결성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될 수 있다. 결사의 자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 범위, 형태에 따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헌법이 노동3권과 같은 특별 규정을 둬 별도로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결사의 경우와 달리 특별한 보장을 해준다는 취지”라며 “그 실질이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단체’일 수밖에 없는 결사를 단지 현직 근로자 외에 해직 근로자가 구성원으로 포함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결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고 결사의 자유에 의해서만 보호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김재형 대법관은 “노동조합의 존재의의를 고려할 때 해직자를 노동조합의 조합원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해직자는 일시적 실업자 또는 구직자일 뿐 사용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관은 “특히 원래 조합원이었던 근로자를 단지 해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헌법에서 직접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법에 따른 입법정책적 선택일 뿐이다. 만일 노동조합법이 없다면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도 정당한 노동조합으로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의 존재로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은 그 지위가 부정되는 결과가 된다. 이런 결론을 그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는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법의 존재이유와 근본적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법관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는 해고자나 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더욱이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는 이유로 그의 조합원 지위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해당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아예 부정하는 입법례는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헌법재판소 2013헌마671 등 결정의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결정은 해직 교원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를 합헌으로 보면서도,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해서 무조건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는 없고, 그러한 이유만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한다”며 “이는 결국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위 결정은 비록 외형상으로는 ‘법외노조라 하더라도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 취지는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외노조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왜냐하면 ‘법외노조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자 명백히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노동조합이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이것이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위헌적인 결과를 배제하는 해석”이라고 봤다.

김재형 대법관은 “해고된 근로자의 일반 노동조합 가입은 허용될 여지가 있으나, 해고된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이 아니다. 법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근로자의 일반 노동조합 가입이 허용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고된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도 허용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해석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따라서 이에 관한 노동조합법의 규정 및 관련 판례의 법리와 유사하게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해석이 필요하다”며 “어떤 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취급하는 것은 결국 그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금지하거나 해당 노동조합에 일정한 제재를 하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까지 박탈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형 대법관 취임식 / 사진=대법원
김재형 대법관 취임식 / 사진=대법원

◆ 김재형 대법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므로 법외노조 통보 위법”

김재형 대법관은 “이 사건은 기존 법해석의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어려운 사건’이다. 그 어려움은 법령의 난해한 문언이나 복잡한 구조에 있지 않다. 단순하고 명확한 규정을 그 문언과 구조에 따라 해석할 때 상식에 반하는 결과가 야기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법률의 해석은 해석의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법률을 문언대로 해석한 결과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것이 정당한 해석인지 의문을 제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관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 내포돼 있는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쟁점에 대한 실질적 판단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규정한 시행령에 있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이 사건 법률규정 라.목, 즉 이미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설립된 이후에도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순간 더 이상 적법한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정한 법률 규정에 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김재형 대법관은 “헌법은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법은 이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은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근본적 토대를 허물어 버리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의 존재이유에 배치된다”며 “이 경우 법원은 헌법 규범과 법의 원리에 따라 정당한 해석을 통해 이러한 부당한 결과를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노동조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할 수는 없다. 한때 근로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그러나 헌법상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의 의미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이를 이유로 해당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도덕의 잣대로 이 사건을 판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교원 노동조합으로서 원고의 활동 전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원고가 노동조합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조항에 대해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정당한 해석이 무엇인지가 문제될 뿐”이라고 했다.

김 대법관은 “원고는 교원과 무관한 제3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거나, 모든 해직 교원의 조합원자격을 제한 없이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단지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원고의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이 위와 같은 행위까지 금지한다고 보는 것은 헌법 규범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김재형 대법관은 “원고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원고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에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파기돼야 한다.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그 이유와 논거가 달라 별개의견을 개진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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