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징계절차를 진행하면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선임한 변호사의 참석을 막고 전학 등을 의결한 사안에서, 법원은 방어권 침해를 이유로 징계절차가 위법해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울산의 한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9년 11월 A군 등 3명이 동급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출석정지 10일, 학급 교체, 특별교육 1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5시간을 의결했다.

이에 피해학생은 재심을 청구했고, 중학교는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지난 1월 가해 학생들에게 전학 및 학생 특별교육 1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 처분을 했다.

그러자 가해 학생들은 전학 등의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대리인으로 선임한 변호사가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심의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을 막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정재우 부장판사)는 최근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중학생 측이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학조치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법원은 “중학교가 지난 1월 원고들에게 전학, 학생 및 보호자 특별교육 처분 등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심의 및 의결은 원고들이 변호사를 통한 방어권을 행사하고자 했음에도 이를 거부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가해학생 및 보호자가 의견을 진술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필요로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해학생은 자신에 대한 조치를 정하는 위원회 회의에서 변호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들과 부모들은 2019년 12월 개최된 지역위원회 회의에 변호사를 대동해 참석하려고 했으나, 위 회의에서 위원장이 변호사의 참석을 거부했다”며 “위원회는 원고들 변호사의 의견 진술 없이 원고들에 대한 조치를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학교)는 원고들의 보호자가 위원회에 출석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한 사실이 있으므로 원고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지 않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의 조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심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위원회는 원고들 대리인의 심의 출석을 불허했고, 이로 인해 원고들은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대리인의 조력을 받지 못해 방어권 행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받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의결을 기초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18년 3월 13일 판결(2016두33339)에서 “징계절차에서 징계심의대상자가 대리인으로 선임한 변호사가 징계위원회 심의에 출석해 진술하려고 했음에도, 징계권자나 소속 직원이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의 심의에 출석하는 것을 막았다면 징계위원회 심의ㆍ의결의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돼 그 징계의결에 따른 징계처분은 위법해 원칙적으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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