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으면 의료기기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의료기기법 조항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에 해당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의료기기 판매업체 A사는 블로그에 의료기기 광고를 했다가, 전주시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1월에 의료기기판매 업무정지 3일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사는 불복해 업무정치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내면서, 법원에 의료법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전주지방법원은 2017년 12월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8월 28일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의료기기와 관련해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등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을 선고했다.

헌재는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며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방법 및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식약처장은 심의기준 등의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심의기준 등을 변경함으로써 심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 내용 및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 처리에 있어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따라서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의료기기에 대한 잘못된 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신체ㆍ건강상의 피해는 크고, 잘못된 광고로 인해 신체ㆍ건강상 위해(危害)가 초래된 경우 그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인 제재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라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아울러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유해한 의료기기 광고를 사전에 차단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중요성이 큰 반면, 심의신청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수료가 과다하지 않은 점,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재심의를 신청해 다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 의견을 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종전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광고의 사전심의에 대해 규정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고,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며, 행정권의 개입가능성이 있다면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헌재의 기존 결정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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