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차성안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가 “상고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건,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잘못된 업무방식이 문제”라고 직격하면서 법원을 향한 쓴소리가 눈길을 끈다.

차 판사는 사실심(1ㆍ2심) 법관의 사건부담과 상고심 부하를 줄이려면 사실심 법관의 대폭(2~3배) 증원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되는 이유는 법관들 때문이라고 했다. 대법원장, 대법관, 사실심 법관들도 ‘대폭 증원’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차성안 판사는 대안으로 현재 3000명인 사실심 법관을 6000~9000명으로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상고허가제 5년 유예 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대법관도 대폭(10~30명 추가) 증원할 것을 제시했다.

차성안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차성안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14일 차성안(사법연수원 35기)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 제도개선법관토론방과 SNS(페이스북)에 <대법관님 또는 재판연구관님들께서는 여전히 전체 1ㆍ2ㆍ3심 소송기록 전체를 읽고 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자유로운 토론의견을 구했다.

차 판사는 먼저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의 업무방식이 문제인가, 상고제도 관련 법령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차성안 판사는 “100여명의 재판연구관과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1년에 수만 건의 상고사건에 허덕인다고 이야기할 때,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 공개변론이 비율로 따지면 극히 미미하니, 결국 기록을 읽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대법관 1인당 수천 건을 다루는데, 대법관이 수천 건의 1ㆍ2ㆍ3심 기록을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하지도 않고 있으니, 100여명의 재판연구관으로 하면 1인당 수백 건이 되는데, 수백 건의 1ㆍ2ㆍ3심 기록을 다 읽고 보고서를 쓰려니 허덕일 것 같다”고 했다.

차성안 판사는 “여전히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1ㆍ2ㆍ3심 기록을 통째로 읽고 검토보고서를 쓰는, 법률심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실무관행을 유지하고 있나요? 대법관님들께서는 검토보고서에 여전히 익숙한 형태로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라며 “판결문과 상고이유서만 보고 적법한 상고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고, 꼭 필요한 절차적 사항이나 확인해야 할 주장, 사실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찾아보면 안 되나요? 그게 정상이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차 판사는 그러면서 “상고제도에 관한 법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잘못된 업무방식을 취하고 있는 게 문제의 본질 아닌가요?”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차성안 판사는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자신들의 업무방식의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성찰하지 않는데, 상고제도의 본질적 개혁이 이뤄질까요? 먼저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반성과 성찰이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하지 않나요?”라며 수위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왜 선진국 법률심의 상고심 대법관, 연구관처럼 행동하지 않고, (우리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세 번째 사실심의 법관, 연구원처럼 행동하고 있는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이와 함께 “상고허가제와 대법관 증원은 배타적 대안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차성안 판사는 “이해가 안 되는데, 대륙법계 국가들을 보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대법관들이 대법원에 존재하면서도 상고허가제가 일반적이다. 저는 상고허가제에 찬성하지만, 대법관 증원에도 반대하지는 않는다. 대륙법계 유럽 대부분의 나라를 보면, 상고허가제이지만 수십 명, 수백 명의 대법관을 가지고 잘 돌아간다”며 “‘상고허가제+대법관 48명 증원’은 대륙법계 국가들에서 흔히 보이는 대법원 구성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판사는 “본질은,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업무방식과 마음가짐이 아닌가요?”라면서 “상고허가제하고, 대법관 48명으로 증원해도, 지금처럼 사실심 법관처럼 1ㆍ2ㆍ3심 기록 통째로 읽고 검토보고서 쓰고, 그런 검토보고서에 기초해 판단을 형성해 나가는 대법관이라면, 뭐가 다른가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법관의 업무부담이 줄기는 할 것 같습니다만, 소위 말하는 정책법원화에 어울리는 법률심에 충실한 대법관은 여전히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성안 판사는 “상고허가제, 대법관 증원 등 꼭 필요하지만, 그게 의미를 가지려면 먼저,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차원에서 지금의 대법원 재판방식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요?”고 비판하면서 “박시환 전 대법관의 상고심 처리의 실제에 관한 논문을 몇 번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차 판사는 2015년부터 사실심 충실화를 위해 2~3배 정도 사실심 법관수를 증원해야 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상고허가제를 병행하며 대법관 증원도 타협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언론에 기고도 했다.

차성안 판사는 “저의 활동을 분석하고 검토한(징계검토 포함) 법원행정처 보고서나 소위 사법농단 사태에서 나온 행정처 보고서를 보면, 대법관 증원을 절대악, 외부세력이 대법관으로 들어오려는 술책 등으로 인식하면서, 사실심 법관 2~3배 증원 주장조차, 그것이 대법관 증원 논리로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조의 내용들이 나온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대법관 증원되면 전원합의체 운영이 제대로 안 돼 법리통일 기능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가장 큰 명목적 논리로서 배치되는 것은 실소를 낳게 한다”며 “대륙법계의 수십 명, 수백 명의 대법관을 가진 여러 선진국의 대법원은 최고법원의 법리통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나요? 별 문제 없이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차성안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차성안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또한 차성안 판사는 “대법관이 증원되면, 대법관 다양성이 증대되는 장점도, 생각에 따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순혈법관 아닌 사람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듯하다”며 “어차피 외부에서 들어와도, 헌법상 대법원장 제청권은 못 바꾸니 그런 우려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오히려 우려할 것은, 여전히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법원장이 14명도 아니고 48명의 대법관을 제청하게 되면, ‘이것 한번 노려볼 만하다’는 생각들이 많아져, 후보군이 되는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살피게 돼 법관 관료화를 강화할까 하는 부분”이라며 “이 부분은 법관들 스스로의 노력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절차를 법률을 통해 더 정교하고 충실하게 만들어가는 등의 노력으로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차성안 판사는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은 그런 절대악이 아니니, 그냥 줘버리고, 대신 (현재) 사실심 법관을 3천명에서, 6000~9000명으로 2~3배로 10~15년 동안 늘려달라고 하고, 상고허가제도 5년 유예를 둬 단계적으로 확장해서 10~15년 내에 완성하자고 역으로 제안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 판사는 “1ㆍ2심 특히 1심의 심리를 2~3배 충실히 해서 상고심의 부하를 줄이는 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고,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되찾는데 본질적”이라며 “대법관,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의 기본적 사고에 ‘1ㆍ2심 사실심 두 번으로는 부족하니, 대법원이 세 번째 사실심으로 한 번 더 기록 읽고 판단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박혀 있는 이유는, 스스로 수십 년 동안 1ㆍ2심 사실심을 해봤기 때문”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선진국의 2~4배의 사건을 세계 1~2위의 속도로 처리하려니, 당연히 사실심이 부실해지는 것이고, 항소심은 물론 상고심까지 달려들어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봤다.

차성안 판사는 “사실심 법관 1인당 사건부담을 1/2~1/3로 줄여서, 충분히 경청하고 심증개시해 토론도 충실히 해 사건당 평균 15~30분은 해줘야 한다”며 “현재로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은 사실심 법관의 2~3배 대폭 증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사실심 법관의 국민 1인당 숫자는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고, 반대로 사실심 법관 1인당 사건부담은 극히 높은 수준이니, (증원) 명분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

특히 법관 증원에 따른 예산도 살핀 차 판사는 “법관 대폭(2~3배) 증원이 안 되는 본질적 이유는 예산이 아니다”며 “그럼 왜 사실심 법관 2~3배 증원은 안 되는 걸까요? 그건 바로 법관들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차성안 판사는 “아무도 (법관을) 늘려달라고 진지하고 결연하게 밖으로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요. 대법원장도, 대법관도 안 하고, 사실심 법관들도 안 한다”며 “자포자기의 무력감 때문인지, 다른 속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재판 방식이 문제가 없고, 거기에 안주해 가니까요. 자기를 부정하기는 어렵고”라고 비판했다.

차 판사는 “근무평정의 합리화, 징계, (법관) 탄핵 제도 개선 등 책임성 강화방안이, 심리여력 확보를 위한 사실심 법관 2~3배 증원과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별 법관에 대한 책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듯하다”고 봤다.

차성안 판사는 “(현재) 사실심 충실화 방안 논의,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추진된 상고법원의 사실심 충실화 방안만도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예상과 느낌이 든다”며 “이럴 거면, 상고법원 왜 반대한 거지라고 묻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 판사는 결론이라며 “사실심 법관 6000~9000명으로 단계적 증원 + 상고허가제 유예(5년) 후 단계적 적용 + 대법관 대폭(10~30명 추가) 증원”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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