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회의원들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기준이 법안 발의 건수이기 때문에, 의원뿐만 아니라 비서관들은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혜림 조사관은 또한 “정당의 공천도 의정활동의 평가기준이 양적으로 돼 있어 발의건수 경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국책연구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한인섭)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소병철 국회의원 그리고 미래통합당 윤한홍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8월 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민의 목소리, 그리고 21대 국회의 형사입법 방향’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주민, 소병철, 윤한홍 의원은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고문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소병철 국회의원,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 위 왼쪽부터 박혜림 국회 입법조사관, 김진우 검사, 조성훈 변호사,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한국형사법학회 회장),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br>
아래 왼쪽부터 고문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소병철 국회의원,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 위 왼쪽부터 박혜림 국회 입법조사관, 김진우 검사, 조성훈 변호사,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한국형사법학회 회장),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온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대 형사입법의 현실 및 경향에 있어서 사회 갈등 해결의 수단으로 형법이 최후가 아니라 최초로 투입되고 있다는 점과 국민청원을 비롯한 약간 포퓰리즘식 입법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 입법조사관은 “특히 발제자 김성돈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입법권의 역할을 헌법재판소로 넘긴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고 보여진다”고 동의했다.

박혜림 조사관은 또한 “박범계 의원님도 ‘정치의 사법화’를 잠깐 언급했는데, 입법기관의 국회 내에서 어떤 토론이나 여러 합의를 통해서 정치적 정당성을 얻어야 할 것들을, 사법을 통해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부분은 입법부 입장에서는 많이 (외부) 고견을 듣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좌)이 축사를 해 박수를 받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좌)이 축사를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박범계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제가 요즘 머릿속에 두고 있는 화두는 사법부의 정치화는 예전부터 있었던 얘기인데, 정치의 사법화”라며 “여야든, 시민단체든 모든 걸 다 형사사건화 해서 소위 진보ㆍ보수 할 것 없이 경찰로ㆍ검찰로 가져가서 거기서 처리되는 것이 굉장히 우려스러운 정도의 수준까지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입법조사관은 “과연 입법과정에서 형사법(형사제재)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결율은 굉장히 낮은 이유에 대해서 살펴봐야 보다 나은 형사입법이 21대 국회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조사관은 “개인적으로 이런 이유가 의정활동의 양적평가 그리고 사전적 통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과 특히 형사법같은 경우에 입법기관으로서 형벌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장 손쉽고 간단한 해결 방법이라는 인식, 이 세 가지 이유가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입법조사관은 “국회 내에 입법정책개발지원위원회가 우수한 국회의원들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행위를 해왔는데, 의정활동의 평가 기준이 국회의원들의 입법성과의 법안 발의 건수”라며 “그래서 당연히 입법기관에 소속돼 있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비서관들은 이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박 조사관은 특히 “각 정당에서 다음 공천을 받을 때도 의정활동이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 역시 양적인 평가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의정활동의 평가기준이 양적으로 돼 있는 이런 시스템 상에서는 아무래도 입법기관 내에서 발의건수의 경쟁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와 관련 박혜림 입법조사관은 토론회 자료집에서는 좀 더 센 발언을 적었다.

박혜림 조사관은 “국회 내 입법정책개발지원회위원회에서 매년 우수입법 의원을 선정하는데, 기준이 국회의원들의 입법성과를 법안 발의ㆍ처리 건수였다”며 “이에 따라 양치기 법안, 일명 기존 법안을 자구수정 등 약간만 바꿔 재발의 하는 등 양만 늘리는 법안이 증가하고 유사 중복의 법률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 입법조사관은 “각 당에서 공천을 함에 있어서 4년 동안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를 통해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입법 활동의 양적 평가가 큰 역할을 함에 따라 입법의 질보다는 양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진우 검사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진우 검사

이와 함께 박혜림 입법조사관은 “입법기간 내에 빨리 발의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까, 사전적 통제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실 내 공청회, 전문가 간담회 및 자문의뢰,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 등을 활용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전문성과 공정성을 담보 할 수 있는 시간적ㆍ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입법에 있어서 법률안에 대한 아무런 사전적ㆍ사후적 영향분석 제도가 없고, 이를 수행할 전문적 인적ㆍ물적 네트워크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특히 법률제정 시 합헌성, 법체계적 정합성, 명확성 등의 여러 가지 규범적인 평가도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조사관은 “유럽의회의 경우 유럽 의회조사처에 법률안에 대한 사전적 영향분석을 담당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각 6개 전문분야로 나눠서 이에 대한 양적ㆍ질적 평가를 수행하고, 그리고 모든 법률에 사전적 영향분석을 들어가는 것은 비용 투입이 너무 많다보니까, 유럽위원회에서 정한 중요한 법률의 경우에는 사전적 영향분석을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제도화 됐다”고 전했다.

박 조사관은 “형법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관계된 굉장히 중요한 입법인데, 중요한 입법만이라도 사전적 통제 기능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형사법의 증가와 관련, 박혜림 입법조사관은 “범죄 및 범죄자의 특성이나 원인에 대한 성찰이나 검토는 상당히 많은 전문가의 인력과 시간적ㆍ물적인 것들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런 부분이 몇 년간의 검토나 연구보고서가 나온 다음에 법률이 되기보다는, 의원실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서 빠르게 법제실 등에서 간단한 검토를 거쳐서 발의되다 보니까, 이러한 부분이 근시안적으로 빠르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형벌의 가중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발표하는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한편, 이날 정책세미나에서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소병철 국회의원이 축사를 했다. 윤한홍 의원은 영상메시지로 참여했다. 또한 법사위 소속인 박범계 국회의원도 세미나 중간에 참여해 축사를 했다.

개회사 하는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개회사 하는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이날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참석해 축사할 예정이었으나, 집중호우 관련 현장방문으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고, 박주민 의원도 당대표 경선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세미나 사회자인 승재현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가 두 의원의 축사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김진우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진우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형사법 분야의 국민청원 분석’에 대해,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가 ‘20대 국회의 형사입법 성과와 과제’에 대해,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1대 국회의 형사입법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종합토론을 진행하는 박미숙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종합토론을 진행하는 박미숙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종합토론에서 박미숙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한국형사법학회 회장인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성훈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진우 검사(법무부 형사법제과), 박혜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