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의 기고 칼럼

<검사는 국민의 애완견이어야 한다 - 김웅 전 검사의 애완용 검사들에 대한 반박의 글->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웅 전 검사가 자신의 SNS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급 인사가 “정권의 앞잡이, 정권의 심기 경호가 유일한 경력인 애완용 검사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됐다”고 일갈했다는 기사다. 문찬석 검사장을 여의도 저승사자라 칭하면서 그의 사퇴를 아쉬워했고, “그래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권력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는 검사들이 더 많다”며 “늑대는 사료를 먹지 않는다”고도 말했다는 기사다.

김웅 전 검사가 누구던가? 검사를 그만두면서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다음, 곧바로 21대 총선에서 보수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한 기회주의적인 인물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검사나 판사가 그만둔 다음 곧바로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은 법조질서를 어지럽히는 파렴치한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 최기상, 이수진, 이탄희와 미래통합당으로 출마해 낙선한 장동혁, 그리고 김웅 검사에 대하여 신랄한 비난을 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의 입장에서 김웅은 검찰인사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자신의 기회주의적 처신을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고,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조직에 대해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김웅 전 검사는 대한민국의 검찰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뭔지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검사의 가장 중요한 자세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살아 있는 정치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거대한 경제권력에 대하여도 한 치의 양보 없는 단호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국민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하는 강력한 검찰권을 행사하면서도 권력이나 재벌기업에게는 한 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 그동안의 대한민국 검찰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권력에 의한 차별과 돈에 의한 차별을 일삼아 왔던 검찰조직이 아니었던가? 멀리는 독재정권에 부역하면서 조직을 키워왔고, 가까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스나 BBK사건, 김학의 법무차관 사건 등을 무마시키면서 권력과 거래해 왔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에서 고분고분했던 검찰조직이 문재인 정권에는 칼날을 들이대는 이유가 뭔가? 조직에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조직을 바꾸려는 위험이 가해지자 수사권이라는 미명 하에 검찰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정당하다면 윤석열의 장모, 배우자, 그리고 한동훈이 연루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도 같은 기준으로 진행하면 된다. 누구에게는 가혹한 칼날을 들이대고, 누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측근이라는 이유로 무딘 칼날을 사용한다면 어느 누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조직체계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검찰조직은 정치권력과 결탁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을 행사해 오면서 조직을 키워왔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하여 조용히 눈을 감아주면서 자신들의 조직을 수호해 온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별다른 마찰 없이 검찰조직이 유지되었던 이유다. 이들 정권에서 공안통과 특수통이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승진잔치를 벌였던 까닭이기도 하다. 정권유지를 위해서 공안과 특수를 앞세우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하여는 봐주는 수사, 정권 반대편이나 정권을 비난하는 세력들에 대하여는 칼날을 들이대는 손봐주는 수사를 일삼으면서 조직옹호를 약속받았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화두는 검찰개혁이다. 정권과 결탁하지 않는, 재벌기업에 대하여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검찰을 위해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도록 놔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국가권력과 마찬가지로 통제장치가 작동해야 하는 것은 물어볼 여지도 없다. 검찰이 외쳐온 스스로 개혁하는 것은 사실상 개혁을 거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동안의 경험이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다. 시간을 벌면서 개혁 운운하다가도 조금 잠잠해지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고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다. 아니 헤어나고 싶은 의지가 전혀 없는 조직이다. 정치권력에 대하여도, 거대한 경제권력에 대하여도 자신들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거래가 가능했던 셈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기관 중에서도 가장 오욕의 길을 걸어왔던 검찰조직이다. 그 조직에 있었던 김웅 전 검사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지를, 그동안 자신들이 스스로 애완견이 되어 권력의 방파제가 되고, 경제권력에 빌붙어 살아왔던 세월이 얼마인지를 헤아려 봐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에 와서 자신들은 권력에 맞서 불편부당하게 정의를 세워온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니 얼마나 파렴치한 사람들인가?

지금 문재인 정권과 맞서는 검찰의 모습은 형식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조직수호를 위해서 개혁에 맞서는 수구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검찰개혁 운운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패가망신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태도다. 권력과의 거래가 불가능하자 수사권을 동원해 개혁을 방해하려는 수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검찰은 애완견이어서는 안 되는가? 검찰은 자신들의 조직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루여야 한다. 조직수호가 우선이 아니라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권력이나 재벌그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애완견이 돼야 한다. 이미 권력에 빌붙은 애완견으로 수십 년을 살아왔던 검찰이 마치 자신들은 정의의 사도였던 것처럼 행세하면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자들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인사를 두고 애완견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전혀 모르는 후안무치의 전형일 뿐이다.

사람과 짐승의 구분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아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옳지 못한 행동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이 옳지 못하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인간의 반열에서 벗어난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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