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문재인 정부에 잔뜩 뿔났다. 경실련은 30일 “문재인 정부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벤처캐피탈) 허용은 금산분리 완화와 사실상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퇴행적 친재벌 정책인 벤처지주회사제도”라며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정부안은 지주회사제도의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뜨리고, 펀드 출자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순환출자를 허용하고, 재벌이 벤처기업마저 사실상 보유해서 중소벤처기업에게 돌아가야 할 정책적 혜택을 가로채도록 방조하겠다는 몰염치하고 시대 퇴행적 방안”이라며 “역사를 거슬리는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친재벌 정책을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이와 관련,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홍남기 부총리가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을 발표했다”며 “이것은 재벌들의 숙원이었는데, 벤처활성화를 핑계로 금산분리와 지주회사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특히 경실련 정책위원장과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배신이라며 분개했다. 

박상인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기어이 지주회사 규제의 한 축인 금산분리를 무너뜨리려고 한다”고 질타했다.

박상인 교수는 “나아가 사실상 순환출자를 지주회사 재벌에 허용하려고 한다”며 “설상가상으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 특혜를 재벌 계열사들이 가로챌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허울뿐인 벤처 활성화의 속내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재벌왕국으로 가는 튼튼한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이런 배신과 역행을 개인적으로는 너무 이해하기도 받아드리기도 힘들지만,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순철 사무총장과 박상인 교수는 경실련의 성명을 SNS에 공유했다.

<다음은 경실련 성명 전문>

문재인 정부의 CVC 허용은 금산분리 완화와 사실상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퇴행적 친재벌 정책인 벤처지주회사제도 즉각 폐기해야한다.

정부가 오늘(30일)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연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재벌의 경영권 세습, 사익편취, 경제력 집중 등에 악용된다는 논란들을 피하기 위해,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는 CVC 자회사 설립,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는 기업과 계열사에 대한 CVC의 투자금지, △외부자금 조달 최대 40% 제한, △비금융 계열사의 펀드 출자 허용 △CVC의 출자현황, 투자내역, 대차관계, 내부거래 등 공정위 의무보고, △CVC가 투자한 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편입(M&A) 유예기간 확대(10년) 등도 내걸었다.

이런 정부안은 지주회사제도의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뜨리고, 펀드 출자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순환출자를 허용하고, 재벌이 벤처기업마저 사실상 보유해서 중소벤처기업에게 돌아가야 할 정책적 혜택을 가로채도록 방조하겠다는 몰염치하고 시대 퇴행적 방안이다. 이에, 경실련은 역사를 거슬리는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친재벌 정책을 강력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벤처활성화를 핑계로 CVC를 통해 수신행위까지 허용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노골적인 금산분리 완화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

CVC에 대해서도 현행 지주회사 제도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규제를 적용하고 펀드에는 외부자금의 수신을 금지하더라도, 자기자본의 1.5배에서 4배까지의 외부자금을 CVC의 자본금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자회사라는 허울만 내세우고 외부자금을 펀드조성액의 40%까지로 제약하면서까지 굳이 금융 수신 행위를 허용하려는 것인 일단 금산분리의 원칙을 허물고 보자는 얄팍한 꼼수일 뿐이다. 일단 금산분리 원칙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향후 규제완화를 내세워 지속적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약화시키고 파기하려는 권모술수이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이 이런 전례를 보여준 바 있었다. 국민을 두 번, 세 번 속일 수 있다는 자만과 오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둘째, 비금융 계열사의 CVC 펀드에 대한 출자 허용은 사실 상 다른 계열사의 출자를 허용하는 것도 동일하고 따라서 사실 상 순환출자를 재도입하는 것이다.

그동안 순환출자 구조 재벌들이 지주회사제도로 전환하도록 유인한다는 명목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자사주의 마법, 과세이연 등과 같은 수많은 특혜를 이미 주었고, 지주회사의 출자 규제인 출자 단계와 지분율 규제도 과감히 완화시켜주었다. 그런데 막상 대부분 재벌들이 지주회사제도로 전환하니 오히려 지주회사체제 내에서 사실상의 순환출자를 허용하려는 꼼수로 CVC를 이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손자회사가 자회사인 CVC의 펀드에 출자하게 된다면 사실상 손자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주회사 도입의 근본정신을 부정하는 이런 사악한 시도를 국민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셋째, CVC 펀드에 대한 계열사 출자와 외부자금 조달을 금지하더라도, 공정거래법의 벤처지주회사제도는 완전 폐기해야 한다.

CVC에 대한 대안으로 공정거래법에 이미 벤처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나아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는 벤처지주회사 규제를 다시 대폭 완화하는 ▲설립요건 완화 (5,000억원→300억원), ▲자회사 범위 확대 (벤처→R&D중소기업), ▲행위제한 완화 (자회사 벤처지주사 설립시 20%, 손자회사 벤처지주사 설립시 50%), ▲계열 편입요건 유예기간(7년→10년) 연장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사실상 재벌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마저 사실상 보유해서 중소벤처기업에게 돌아가야 할 정책적 혜택을 가로채도록 방조하겠다는 몰염치한 내용이고, 지주회사의 출자단계를 4단계까지 늘려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장려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노림수이다.

따라서 벤처지주회사제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고, 펀드에 대한 계열사 출자와 외부자금 조달을 금지한 CVC를 도입할 때에는 벤처지주회사제도 자체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정부는 이번 방안의 필요성으로 벤처투자 확대, 생태계의 질적 제고, 벤처와 제계의 성장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은 일반지주회사에 지금처럼 CVC를 허용과는 것과는 전혀 관련 없다. 현재도 일반지주회사 외부에 재벌들이 CVC를 이미 운영하고 있고,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고 계열사의 편법적 순환출자 없이도 자금 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 국내 중소벤처에 투자가 부진한 것은 벤처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투자할만한 제대로 된 벤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고, 이는 재벌기업들의 기술탈취와 가격 후려치기 그리고 전속계약 하청구조로 인한 공정한 경쟁의 부재로 혁신 중소벤처기업들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 어떠한 명분도 없는 오직 재벌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CVC 도입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철회하지 않고 국회에 법안을 발의 한다면, 정무위에서 관련 법안의 통과를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2020년 7월 30일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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