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법정책연구원 기획연구위원인 정성민 판사가 28일 오전 9시 40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 열린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적 보호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방향”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하는 정성민 판사
토론하는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은 사법제도 및 재판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를 관장하는 대법원의 산하 기관이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동작을), 사단법인 오픈넷(이사장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공동 주최했다.

좌측 아래부터 손지원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수진 의원, 정춘숙 의원, 황상기 교수, 윤해성 선임연구위원, 좌측 위에는 정성민 판사, 장철준 교수, 김한규 변호사, 대한변협 왕미양 사무총장, 이충윤 대변인
좌측 아래부터 손지원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수진 의원, 정춘숙 의원, 황상기 교수, 윤해성 선임연구위원, 좌측 위에는 정성민 판사, 장철준 교수, 김한규 변호사, 대한변협 왕미양 사무총장, 이충윤 대변인

토론자로 나온 정성민 판사는 “실제 명예훼손 범죄군이 어떻게 처벌되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제가 흥미 있는 통계를 가지고 왔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명예훼손 범죄군 설정을 위해 조사한 통계”라고 밝혔다.

정 판사는 “전국의 주요 검찰청과 지청에 보존돼 있는 기록을 조사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명예훼손 범죄군 중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들만을 조사대상으로 했다”며 “전수조사가 아니어서 사건 수 보다는 비율이 더 의미 있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징역형 선고사건 비율을 보면 모욕죄가 51.8%로 가장 많았고,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41.6%,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6.3%였다”고 밝혔다.

전체 조사대상 사건은 334건이었고, 모욕이 173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 139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21건, 사자명예훼손 1건이었다.

정 판사는 “다만, 벌금형 상고사건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전체 명예훼손 범죄군 사건비율은 이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민 판사는 “집행유예 비율을 보면, 2017년 형사 1심 집행유예 비율은 67.6%였다”며 “그런데 명예훼손 범죄군 전체(334건) 집행유예 비율은 79.6%(266건)였고, 사실적시 명예훼손 집행유예 비율은 95.2%(20건)로 상당히 높았다”고 밝혔다.

반대로 명예훼손 범죄군의 실형은 334건 중 68건으로 나타났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 실형은 단 1건이었다. 모욕으로 실형은 44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실형은 23건으로 조사됐다. 정리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 처벌 현황을 보면 21건 중 실형은 1건이고, 20건은 집행유예였다.

토론하는 정성민 판사, 발제자 손지원 변호사, 사회 황성기 한양대 교수
토론하는 정성민 판사, 발제자 손지원 변호사, 사회 황성기 한양대 교수

정성민 판사는 “그렇지만 이 (집행유예) 통계를 근거로 해서 명예훼손 범죄군을 특별히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왜냐하면 명예훼손 범죄군 자체의 법정형이 낮아서 그럴 수 있고, 또 전체 형사범죄 불법성 정도 체계에서 명예훼손 범죄군이 차지하는 구간이 낮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성민 판사는 예외 사례로 독일을 찾아봤다. 정 판사는 “독일 형법에서는 모욕이라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2018년 형사사건 전체의 실형율은 5.1%였고, 모욕에 관한 실형율은 1.7%였다”며 “독일은 특이하게 사적기소(사인소추)라고 해서 원칙적으로 개인이 기소를 하게 돼 있다. 모욕에 관한 죄도 사적기소 대상이다. 그래서 기소 자체가 적게 이뤄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독일 형법의 모욕에 관한 죄는 사적기소 대상으로, 공적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어, 이는 모욕죄로 기소되는 사람이 적은 원인 중의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이와 관련해 제20대 국회에서 있었던 이찬열, 유승희, 황주호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던 형법 개정안들을 짚었다. 이들 개정안들은 형법 제307조 제1항 중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로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이들 개정안들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판사 출신 이수진 국회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동시에, 사생활 보호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드시 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민 판사는 “(이수진 의원이 추진하려는) 이번 개정안은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로 수정해서 구성요건을 엄격히 했고, 명예에 관한 전부인 법정형에서 자유형(금고ㆍ징역형)을 삭제해서 법정형을 가볍게 했다”고 말했다.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정 판사는 “그리고 제310조 위법성의 조작에서도 ‘진실한 사실로서’를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서’로 수정하고, ‘오로지’를 삭제해서 위법성 조각사유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개정안 중 310조 위법성 조각사유를 보면 해석에 의해서 310조의 적용범위를 넓혔던 기존의 판례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고 실무의 법률해석과 법률규정을 일치시키기 위한 개정안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1993년 6월 22일 선고한 판결(92도3160)에서 “형법 제310조는 (중략)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찬희 변협회장(좌)이 정성민 판사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이찬희 변협회장(좌)이 정성민 판사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정성민 판사는 “그리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서) 자유형을 삭제하는 개정이 법원의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 단계에서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 판사는 “어차피 기존에도 벌금형을 많이 선고했으니까 벌금액수에 큰 영향이 없을지, 아니면 징역형을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벌금액수가 올라갈지, 반대로 전체 법정형이 낮아졌다고 평가해서 벌금액수가 낮아질지, 이것은 만약 개정이 된다면 법원의 양형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그리고 이번 개정안에서 이론적ㆍ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가 될 부분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 부분일 것 같다”고 봤다.

정 판사는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굉장히 모호한 개념일 수 있지만, 형사소송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정성민 판사는 “그렇지만 이것이 형법의 처벌 규정에서까지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며 “반대로 이번 개정안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더 엄격히 해서 처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명예훼손죄 중에서도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관련해서는 개정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통해 보호하려는 법적 영역과 그 처벌 조항의 존재 자체로 인해 위축되거나 침해될 수 있는 법적 영역이 상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오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두 영역이 균형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토론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마무리했다.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토론하는 사법정책연구원 정성민 판사

이날 토론회에서 이수진 국회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이찬희 변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이수진 의원은 국회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두 곳의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이수진 의원의 토론회 주최를 축하하기 위해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이수진 의원

오픈넷 이사장인 황성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토론회 사회를 진행했으며,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정성민 판사(사법정책연구원 기획연구위원)가 참여했다.

좌측 아래부터 손지원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수진 의원, 정춘숙 의원, 황상기 교수, 윤해성 선임연구위원, 좌측 위에는 정성민 판사, 장철준 교수, 김한규 변호사, 대한변협 왕미양 사무총장, 이충윤 대변인
좌측 아래부터 손지원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이수진 의원, 정춘숙 의원, 황상기 교수, 윤해성 선임연구위원, 좌측 위에는 정성민 판사, 장철준 교수, 김한규 변호사, 대한변협 왕미양 사무총장, 이충윤 대변인

한편, 토론회 자리에 대한변협 사무총장 왕미양 변호사, 대한변협 대변인 이충윤 변호사 등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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