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는 24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전날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3명을 추천한 것과 관련해 “모두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대법관 구성이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ㆍ오십대ㆍ남성)’에 치중돼 있다는 오랜 지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현직 법관 위주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조와 밀실 추천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경서)는 오는 9월 8일 임기만료(6년)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로 배기열(55) 서울행정법원장, 천대엽(56)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흥구(57)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3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23일 추천했다.

배기열 후보자는 1965년 대구 출신으로 대구 대건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7기를 수료했다. 주요 경력으로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임명됐다.

이흥구 후보자는 1963년 경남 통영 출신으로 통영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2기를 수료했다. 주요 경력으로 1993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부산지법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장,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장,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천대엽 후보자는 1964년 부산 추린으로 부산성동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1기를 수료했다. 주요 경력으로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지법, 부산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치며 현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2017년~2019년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4일부터 30일까지 법원 누리집을 통해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3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대법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기성 주류 법관 위주의 후보 추천, 대법원장과 법조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에서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유감스러운 결과”라고 혹평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은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내림으로서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기관”이라며 “따라서 대법관은 법률가로서의 경력과 학력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예민함과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보호하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과정에서 이런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최초 천거 후보자 물망에 올랐던 30명부터 평균 나이 55.5세에 모두 서울대(27명)ㆍ고려대(2명) 연세대(1명) 출신이었고, 대부분 법관 출신이었으며,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의 구성과 운영 방식 또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실현할 후보를 선정하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추천위원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전체 10명 중 현직 법관이 3명이고, 당연직 위원들도 모두 법조계 이해관계자이다. 법조계가 과잉 대표될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인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성 법조계 시각만이 반영되는 구성인 만큼 ‘서오남’ 중심의 대법관 구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의2에 따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6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 등 10명로 구성되며,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당연직 위원 6명은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다. 그리고 비당연직 위원 4명은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않은 사람 3명이다.

참여연대는 “대법원 재판은 시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가는 후보자가 실제 내린 판결을 근거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공개한 후보자들의 판결은 4~5건에 불과하고, 대법관후보추천위가 판결 내용에 대해 어떤 검증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는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 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회의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대법관 후보 추천 과정은 사회적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시민들은 구경꾼일 뿐”이라며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가 공개된 후 고작 일주일 간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대법관 후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봤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이 후보자에 대해 공개한 정보는 한명 당 고작 몇 페이지 분량이다. 반면 대법관 후보자들은 최소 2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지녔다. 동시에 대법원은 시민들이 어떤 의견을 제출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관후보추천위 회의를 비롯해 법원 내외의 시민들이 제출한 의견들이 전부 밀실에서 다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법조계 등 사회 기득권층으로만 구성된, 대법원장의 영향 아래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밀실에서 진행되는 추천 과정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개선되지 않는 근본 원인”이라며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도 ‘역시나 서오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원인도 마찬가지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담보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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