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 항소심에서는 당선무효형이 내려져 정치생명이 위태로웠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7(무죄) 대 5(유죄)의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아 도지사직을 유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2년 4월~8월 수회에 걸쳐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자신의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키도록 입원절차 진행을 부당하게 지시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았다.

특히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2018년 5월 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자가 “보건소장을 통해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자는 “그런 일 없다. 그건 어머니를 때리고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도 많이 하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큰형님, 누님, 여동생, 남동생이 진단을 의뢰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저는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고 발언했다.

또한 2018년 6월 5일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상대 후보는 제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인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다.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보자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다. 제가 어머니를 설득해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 안 됐다는 말씀을 들입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재명 지사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당선 목적을 위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창훈 부장판사)는 2019년 5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임상기 부장판사)는 2019년 9월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관여에 관한 허위사실공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이재명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건소장 등에 대해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했음에도,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 및 당선의 목적도 있었다”고 봐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검사사칭 등 혐의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죄 부분에 불복해 상고했고, 검사는 무죄 부분에 대해 상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관 4명이 관여하는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졌다. 전원합의체 사건의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는다.

이번 판결에서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이재명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던 것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회피해 심리와 합의, 선고 등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는 생중계됐다.

이 사건 주요 쟁점은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자가 한 질문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답변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절차 관여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무죄 취지로 수원고등법원을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번 판단에는 대법관들의 의견도 7 대 5로 엇갈렸다.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 등 7명은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은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유죄 의견을 냈다.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결의 주요 요지와 주문을 직접 낭독했다.

대법관 다수의견은 “설령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이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하더라도 토론과정에서의 경쟁과 사후검증을 통ㅎ 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그 토론과 후속검증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이 또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앞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며 “표현의 자유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움, 중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들은 “선거의 공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 모두에 대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며 “토론회의 현실적 한계에 더해 국가기관이 토론 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그 발언이 이뤄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더욱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짚었다.

대법관들은 “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치열한 공방과 후보자 검증 등을 심각하게 위축시킴으로써 공개되고 공정한 토론의 장에서 후보자 사이에 상호 공방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 등을 검증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의미가 몰각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들은 “또한 선거를 전후해 후보자 토론회에서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ㆍ고발이 이어지고 이로 인한 수사권의 개입이 초래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그리고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에 처해짐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 대법관들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행위태항인 ‘공표’란 사전적 의미대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 즉 공개발표를 뜻한다”며 “그러나 그 수단이나 방법의 여하를 불문하고 의사소통이 공연하게 행해지는 모든 경우를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한다면,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결국 공직선거법이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인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선거를 실행하는데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그러므로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 답변하거나 주장, 반론을 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닌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수의견은 “특히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거나 질문하는 행위는 허위사실공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은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과 ‘사실의 왜곡’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 일부 사실을 묵비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토론 중 질문, 답변이나 주장, 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됐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공표행위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한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발언 중 일부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방 후보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이를 넘어서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관들은 “피고인이 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이상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피고인의 발언을 사후적인 분석과 추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한다면, 표현의 외연을 너무 확장함으로써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발언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관들 다수의견은 “결국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한 발언은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런데도 강제입원 절차 관여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사실공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의 반대 의견

피고인의 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와 관련한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죄 부분에 대한 다수의견에 대해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의 반대 의견이 있다.

반대의견 요지는 박상옥 대법관이 낭독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피고인은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했음에도 이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포했다고 판단되므로, 다수의견인 논거와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방법의 하나로써 유권자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유권자들도 토론회를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제공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와 사실의 왜곡은 국민주권과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수단인 선거에서 선거의 공정을 침해하여 선거제도의 본래적 기능과 대의민주주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다”고 말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이 적극적,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와 기능을 소멸시켜 토론회가 가장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선거운동으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들고, 오히려 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구체적 발언을 한 후보자만이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법관은 “피고인의 발언들을 개별적으로 세분화해 그것이 사실과 부합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것이 허위사실공표가 아니라고 속단하는 다수의견은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법리에 반하고 국민의 법감정과도 떨어져 있다”고 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원심 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는 분당구 보건소장 등에게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하고 독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지시, 독촉 사실을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봐 피고인이 형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밝혔다.

박 대법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피고인의 발언은 단순한 묵비나 부작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들어 해명한 것으로 전체적 취지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나아가 이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봐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주문에서 “다수 의견에 따라 판결한다”며 “원심 판결 중 유무죄 부분을 포함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 대법원 “토론과정 중 후보자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개입 최소화”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날 후보자 토론회는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이다. 이러한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ㆍ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치열한 공방과 후보자 검증 등을 심각하게 위축시킴으로써 공개되고 공정한 토론의 장에서 후보자 사이의 상호 공방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 등을 검증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의미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이 판결은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에서 한 발언 중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로써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또한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후보자 토론회가 더욱 활성화되게 해 중요한 선거운동인 후보자 토론회가 선거현실에서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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