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고소 사건과 관련해 ‘왜 침묵 하냐’는 것에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절제하는 이유를 밝혔다.

박상진 의사 생가에 들른 임은정 부장검사가 14일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박상진 의사 생가에 들른 임은정 부장검사가 14일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14일 페이스북에 “근래 몇몇 분들과 일부 매체에서 저와 서지현 검사를 목 놓아 부른 것과 관련해 한마디 덧붙인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 부장검사는 “검사게시판에 글 쓴 것이 징계사유 중 하나였고, 내부망(이프로스)과 펫북에 글 쓰면 징계하겠다는 검사장 경고에 한참을 시달렸으며, 절 징계하라고 진정 넣는 민원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 등에) 글 쓸 때마다 징계 회부할 꼬투리가 있는지 재삼재사 확인했고,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징계한다면 소송에서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지도 미리 생각해 놓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임 부장검사는 “(검사로서) 생업이 바쁘기도 하려니와, 제 직과 제 말의 무게를 알고 얼마나 공격받을지는 경험으로 더욱 잘 알기에, 아는 만큼 필요최소한으로 말하려 하고, 살얼음판 걷듯 수위 조절하고 있다”며 “검찰 내부고발자로 8년을 견딘 생존력은 살벌한 자기검열”이라고 토로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처한 자리와 입장에 따라, 각종 사건에 맞춤형 멘트를 원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애처로운 SOS도 적지 않고, 함정에 걸려들긴 바라는 악의적 시선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검사직과 제 말의 무게가 버거운 저로서는 앞으로도 아는 만큼만 말할 생각이고, 검찰 내부 일만으로도 능력이 벅차 검찰 밖 일은 지금까지처럼 깊이 공부해 벗들과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니, 혹여 세상만사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기대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양해 구한다”고 적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또한, 미투(MeToo) 이야기를 접한 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피소된 분들 중 울산시민도 있을 테고 그렇다면, 제가 사건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말을 더욱 아끼고 있다”고도 했다.

임 부장검사는 “(입장을 밝히라는) 몇몇 분들의 몇 마디에 호응하는 일부 언론의 부름에 편하게 답하기 어려운 제 직에 대해 더욱 양해 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했던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며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고 글을 올렸다.

서지현 검사는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며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하고,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했다”며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면서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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