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근 변호사,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사임…법조계 “형사 변호인 말라는 거냐”
장성근 변호사,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사임…법조계 “형사 변호인 말라는 거냐”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7.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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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장성근 변호사가 성범죄 관련 피의자 변호를 맡은 것이 논란이 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을 사임한 것에 대해 “변호사가 변호한 피고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불이익을 당한다면 심각한 변론권 침해”라는 등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장성근 변호사는 “실어증 직전”이라고 말해,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장성근 변호사(전 전국지방변호사회협회장)와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정했다.

장성근 변호사
장성근 변호사

그런데 장성근 변호사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조주빈의 공범으로 알려진 A씨의 변호를 맡은 게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자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사임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이 수용했다.

사의를 표명한 직후 장성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욱 열심히 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많은 페친들과 동료 변호사들이 “매우 안타깝다”, “힘내라” 등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하면 ‘재심전문’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는 “회장님, 너무 안타깝습니다”라는 글을, 오도환 변호사는 “회장님, 힘내세요. 누가 뭐래도 최고의 변호사입니다”라며 응원했다.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 무색해 지네요. 장변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해 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채다은 변호사는 “뉴스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형사사건 변호인 하지 마라는 건지.. 참..”이라고 씁쓸함을 표시했다.

또 “공수처장 인선에 추천되셨던 것만으로 라도 법조계에서 신망 받는 분으로 각인되었습니다 훌륭하십니다”라며 위로하는 글도 눈길을 끌었다.

장성근 변호사는 14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난산 끝에 탄생한 공수처의 원만한 출범에 누가 될 듯해 민주당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피고인 부모와 예전부터의 인연으로 부득이 사건을 수임했었다”며 “이 부분이 공수처 출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용납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장성근 변호사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을 사임한 것과 관련해 “특정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점은, 결국 국민의 인권 침해와 기본권 보장을 목표로 한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변협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장성근 변호사가 성범죄 사건 피의자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인 끝에 추천위원직을 사임했다”며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사임을 하는 상황은,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변협은 “수행한 사건을 가지고 변호사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변호사의 선별적 변호로 이어져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또한 이날 이찬희 변협회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장성근 변호사가 경기중앙변호사회장과 전국지방변호사협의회 회장을 지내면서 보여줬던 소신 있는 행동, 또 인권친화적인 변론활동에 비춰봤을 때, 장성근 변호사의 사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맡으면서 어떻게 행동했느냐, 그리고 그 사람이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변론한 게 아니라면 공수처장 추천위원에서 사퇴할 이유가 없는데, 사퇴한 점에 대해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아주 훌륭한 분을 선정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지인의 소개로 맡았던 사건에 대해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이 안 됐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거듭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장성근 변호사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사임에 대해 변호사들이 페이스북에 목소리를 내며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김현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김현 변호사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을 역임한 김현 전 변협회장은 페이스북에 “모든 변호사에게는 헌법과 법률에 의한 변론권이 보장돼 있다”며 “흉악범도 변호사의 변론을 받을 권리가 있고, 변호사는 어떤 피고인도 변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 전 변협회장은 그러면서 “변호사가 변호한 피고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불이익을 당한다면 심각한 변론권 침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했다.

채다은 변호사
채다은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채다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월인 대표)는 페이스북에 “누군가의 변호인이었다는 것이 어떤 자리의 적격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라고 어이없어하며 “변호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든다. 아주 불쾌하다”는 격분 글을 올렸다.

채 변호사는 “모든 국민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고, 모든 변호사는 그러한 국민을 변호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채다은 변호사는 “만약 어떠한 변호사가 변호를 하며,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한다거나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비난할 수도 있을 거다”라며 “그러나 단순히 ‘누군가의 변호인이었다’는 자체만으로 특정한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었다고 하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인다”고 격분했다.

채 변호사는 “그것은 형사사건을 다수 진행하는 나로서는 정말 기운 빠지는 일이고, 내 일에 회의감을 갖게 하는 사건”이라며 “소위 ‘나쁜 놈’을 변호했으면 옳은 일을 하는 자리나 남들이 가고파하는 좋은 자리는 내어 줄 수 없다는 말 같지도 않은 논리를 펼치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일을 하다보면 정말 충격적인 사건의 피의자도 있다. 그러나 변호인은 무조건적으로 피의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며 “그의 행위가 진정 문제가 된 것임을 이해시키고, 그렇기에 피해자에게 사죄해야 하며 잘못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도 변호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그와 더불어 피해자를 위로하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 역시 하고 있다”고 변호인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변호인은 유죄인 자를 거짓 주장과 증거인멸이라는 재주를 부려 죄를 지은 자도 무죄로 만들어주는 뾰로롱 마술사가 아니다”며 “다만 그가 저지른 잘못에 부합하는 정도의 죗값을 받도록 돕고,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 부연했다.

사법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호문혁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채다은 변호사의 글에 “법치국가가 아니라 눈치국가~”라고 촌철살인으로 일침을 가했다.

황정근 변호사
황정근 변호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대표)도 페이스북에 “박사방 관련자를 변론한 죄?”라는 글을 올렸다.

황정근 변호사는 “그분은 단지 변호사이기 때문에 변론을 맡았다”며 장성근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설령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람일지라도 그를 위해 변론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부여한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황 변호사는 “그분이 변호사로서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을 선택했음에도 다른 잣대로 그걸 문제 삼는다면, 변호사인 그분으로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씁쓸해했다.

황정근 변호사는 그러면서 “선진일류국가의 국민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기자가 장성근 변호사에게 연락해 “이찬희 변협회장님을 비롯해 페이스북 등에서 변호사님에게 힘내라며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자, 장 변호사는 “그러냐. 뉴스를 아예 끊고 있다”며 “감사하다.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성근 변호사는 “평소와 같이 본직에 충실하려 한다”고 애써 담담해 하면서도 “실어증 직전”이라고 말해 이번 일로 마음의 큰 상처를 받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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