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직원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하면 법인에게도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한 옛 도로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특수자동차 운송 사업을 하던 A회사는 차량 사용자가 지난 2007년 화물차 리프트 축의 압력을 조절해 관리청의 적재량 측정을 방해한 혐의로 적발돼, 회사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A회사는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 1월 직권으로 양벌규정인 옛 도로법 86조가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 조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법을 위반하면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5일 옛 도로법 86조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법인의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하지 않은 채,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해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해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9년 7월 30일 2008헌가17 결정 이래로 ‘종업원 등이 차량 운행제한 위반, 적재량 측정 불응, 적재량 재측정 불응과 같은 범죄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법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법상 양벌규정’에 대해 책임주의원칙 위배를 이유로 일관되게 위헌을 선언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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