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관행을 짚고 설립될 공수처의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친화적 수사를 위한 여러 제도와 관행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며, 공수처가 검찰ㆍ경찰의 모델이 될 것을 주문했다. 공수처 검사들에게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한중 원장은 “피의자가 구속되면 수사 성공이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 실패라는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념을 넘어, 공수처는 무죄추정에서 유래하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단장 남기명)은 지난 6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축사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축사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원장은 발제자로 참여해 공수처의 ‘적법절차 확립과 인권친화적 수사체계 구축’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정한중 원장은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상근 기획위원,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법제처 법령해석 심사위원, 법제처 징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또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위원장 대행)으로도 활동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청회에서 정한중 원장은 발제와 자료집을 통해 “공수처 검사는 압수ㆍ수색영장청구권과 체포ㆍ구속영장청구권 등 강제수사권을 포함한 직접수사권과 경찰고위간부(경무관 이상), 검사와 판사에 대한 기소권 및 공소유지권을 가지고 있다”며 “공수처 검사에게 제식구 감싸기 방지 차원에서 법률관련 고위공무원에 한해 기소권까지 부여한 것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공수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면서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서는 다소 소홀히 했던 진술거부권 등 피의자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인권친화적 수사를 거쳐 범죄혐의 유무를 밝혀내야 한다”며 “공수처가 실체규명과 인권보장의 조화를 이루는 수사체계 구축에 성공해 검찰ㆍ경찰에 모델이 돼 우리나라 형사절차의 선진화를 선도하면서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원장은 “향후 경찰은 수사권 특히 직접수사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하며, 검사는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권 및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독점적으로 갖는다면 오히려 검찰 및 경찰의 독점적 권력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존재 의의는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에도 공수처법에 대해 검토와 개정 논의 등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친화적 수사를 위한 여러 제도와 관행의 구체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은 피의자 및 참고인 등 모든 사건관계인을 대상으로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예정일부터 3일 전에 출석일시ㆍ장소, 주요죄명ㆍ피의사실의 요지를 통지해야 한다”며 “과도한 출석요구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출석횟수를 제한하되, 예를 들면 30일 내 4회 초과 요구 시 공수처 차장의 사전승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원장은 “현재 검찰에서 하는 공식적인 조사 외에 사전면담 절차를 이용한 자백 유도ㆍ회유ㆍ범죄정보요구 등을 금지하고, 면담 종료 후에는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사건기록에 편철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조사대상자의 수면권이나 휴식권을 침해하는 심야(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 허용사유와 절차를 명확히 해 불필요한 과잉수사를 방지해야 한다”며 “다만, 이미 작성된 조서열람은 자정 전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한중 원장은 “변호인이 있는 경우,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지 않는 한 압수ㆍ수색 현장에 변호인이 참여할 때까지 대기하고, 당사자가 피의사실과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물건의 압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 ‘압수목록교부서’에 ‘피의사실 관련성’을 기재토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압수와 관련해 이의가 있는 경우 공수처 인권감찰관에 대한 이의신청제도를 마련하고 압수목록 교부서에 관련 불복절차를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검찰은 관련규정이 없다.

공청회장
공청회장

형식적 압수ㆍ수색영장 제시가 아닌 실질적 영장제시와 관련해 정한중 원장은 “▲압수ㆍ수색영장 내용의 일부를 임의로 가리지 않고, 영장 및 첨부된 별지를 포함한 문서 전부를 제시할 것 ▲압수ㆍ수색영장 기재 내용 일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것 ▲영장집행에 착수한 이후 압수ㆍ수색의 대상자가 나타난 경우에는 신속하게 영장을 제시할 것 등 실질적 압수ㆍ수색영장 제시를 위한 유의사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압수ㆍ수색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물건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하는 수사편의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강제수사 현장에서의 임의제출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주거지에 대한 야간 압수ㆍ수색영장 집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본래 수사하고자 하는 본건사건이 아닌 별건구속과 관련해 정한중 원장은 “우리나라 검찰의 경우 영장을 청구하는 검사가 특수수사와 같은 직접 1차 수사를 하고, 구속기간도 최대 20일이기 때문에 별건구속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공수처 검사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방지할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진술거부권 보장과 관련해서도 정 원장은 “법조인들도 자신들의 문제가 되면 거짓말도 하면서, 지금까지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피의자나 피고인을 대하는 법관이나 수사기관의 태도는 문제”라며 “피의자 등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에 경찰과 검찰에서 작성하고 있는, 계속 묻고 계속 ‘묵묵부답하다’고 답을 작성하는 식의 조서 작성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는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ㆍ조사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호인의 조언ㆍ상담을 보장하고 수사내용에 관한 변호인의 이견진술 요청 시 수사관은 수사에 현저한 지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인을 의무화해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의 입회가 아닌 참여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또 피의자가 조사 당일 작성된 조서의 열람ㆍ복사 신청을 하면 지체 없이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수처의 범죄정보 처리와 관련해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의 규모상 접수되는 모든 범죄정보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내용의 정확성, 직접수사의 필요성 등 사건의 가치를 평가해 중요사건만 취사선택해 수사부에 인계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공수처의 권력독점 우려 논란이 여전해 정보수집 업무 범위는 접수된 정보의 사실 확인 수준인 소극적 정보수집(외근) 정도로 필요 최소한도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해 정한중 원장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상 보호수단에서 나아가, 내부고발자 등에 대한 강력한 신원보장을 위한 ‘비실명 대리신고제도’, 고위공직자 부패신고 활성화를 위한 ‘신고포상금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절차에서 내부고발자의 인적사항 보호를 위해 필요시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내부고발자의 인적사항이나 이를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의 공개금지 명문화”도 제시했다.

정 원장은 “내부고발자 등이 내부고발을 이유로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특정시설에의 보호, 신변 경호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내부고발 관련 발견된 위법행위 등을 이유로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경우 징계권자 등에게 공수처장이 의견 제시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장관과 정중하게 악수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공청회장에서 추미애 장관과 정중하게 악수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정한중 원장은 “수사는 피의자 조사, 체포ㆍ구속, 압수수색 등 인권을 매우 침해하는 활동으로 강력한 통제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 및 직무상 독립을 위해 외부의 견제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며 “따라서 공수처의 핵심적인 내부통제ㆍ견제장치로써 ‘독립적 인권감찰관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권감찰관은 정치적 외압이나 내부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감찰을 진행할 수 있도록 외부인사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감찰관의 주요 기능으로 정한중 원장은 “첫째, 내부감찰 즉 감찰조사, 내부감사, 징계위원회 등 위법ㆍ부당한 수사ㆍ기소를 내부적으로 통제, 공수처의 신중하고 절제된 활동을 담보해야 한다”며, “둘째, 인권업무 즉 정책수립ㆍ교육 등의 예방활동은 물론 인권침해 사건 조사ㆍ감독, 인권위 협력 등 인권업무를 종합 추진하는 기능을 갖도록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 민사, 형사, 행정재판 등에 도입된 제척ㆍ기피ㆍ회피 제도를 공수처에도 도입해 공정하고 신뢰받는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 검사와 피고인에 대등한 보도를 적극 활성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공수처의 브리핑 룸도 피의자 측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법원-변호사회-공수처-보도기관 자율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언론기관은 범죄보도를 할 경우 공수처 측의 주장만이 아니라, 피의자 측의 주장도 동시에 병렬적으로 보도해야 하고, 양 당사자(공수처 검사-피의자)의 주장은 주장에 불과하고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방법으로 보도해야 하고, 양 당사자의 주장을 보도하는 부분과 언론기관의 주관적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을 분명히 구분해 보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는 처음부터 너무 성과, 특히 구속 기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정 원장은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선고받으면 공수처 수사는 성공이고, 무죄 판결을 선고받으면 실패인데, 무죄가 되더라도 피의자가 구속되면 수사 성공이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의 실패라는 우리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념과 여론을 넘어 무죄추정에서 유래하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공수처 출범 자체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위하(겁주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범죄가 줄어들 수 있는데, 언론 등도 초기에 공수처의 수사 성과가 없다는 섣부른 판단은 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를 비롯한 모든 권력기관의 존폐는 민주적 통제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공수처가 정치적 또는 권력형 외압이나 여론으로부터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국민들의 진정한 신뢰는 적법절차와 인권친화적 수사를 통한 진실발견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공수처 검사 등은 스스로 되새기고, 진실을 왜곡시키지 않는 의지와 신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짚어줬다.

정한중 원장은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뒷받침 왜야 하고, 권력자들의 공수처 간섭에 대한 국민의 꾸준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며 “이를 과정을 통해 경찰, 검찰, 공수처, 법원, 국회의원 등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라며 마무리했다.

발표하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발표하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편 공청회 좌장은 임병수 공수처설립준비단 자문위원장이 맡았다. 이 자리에서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외국 반부패 특별수사기관의 선진 수사제도 연구’에 대해, 그리고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수처 내부의 견제와 균형’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지정토론자로는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노섭 한림대 글로벌학부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최운식 변호사(법무법인 대륙), 오용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정영훈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율 대표)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