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우리 검찰은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건, 기소권, 기소유지권 등 선진국의 검찰이 갖지 못한 막강한 권한을 과도하게 갖는 검찰공화국”이라며 “공수처 설치는 기소독점주의의 폐해에서 기소다원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교수는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경찰청 경찰수사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단장 남기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남기명 공수처설립준비단장은 개회사에서 “공수처법은 오는 7월 15일부터 시행되지만, 공수처장이 임명돼야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잇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공수처장후보추천을 위한 국회법 및 인사청문회법의 개정과 국회규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의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축사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축사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 자리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발제자로 나온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발제문과 발표를 통해 “공수처법이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탄생했다. 공수처법의 통과와 상설기관 공수처의 출범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작지 않다”며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폐해에서 기소다원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역사적 변화의 시기”라고 말했다.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교수는 “공수처 설립은 이런 패러다임 전환의 정점”이라며 “검찰이 독점하던 공소권, 기소권을 여러 기관에 분산해 상호 견제하게 함으로써 기소독점주의로 발생하던 절대권력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폐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상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검찰이 수사권, 영장청구권, 공소권, 공소유지권을 독점한 검찰공화국”이라며 “수사와 기소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은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수사와 기소 권한이 일부 기관에 독점돼 있을 때 많은 폐단과 부정부패가 싹트기 마련”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연계된 권력 집단의 뇌물, 권력 남용 등 범죄가 난무해도 이를 견제하고 수사할 사정기관은 무력하기만 했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검찰이 국정농단의 주범 내지는 방조범이 됐던 이유는 검찰이 갖고 있는 막강하고 독점적인 권한 때문”이라며 “직접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기소권, 기소유지권, 영장청구권 등 선진국의 검찰이 갖지 못한 권한을 과도하게 갖고 있기에 항상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유착과 유혹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교수는 “공수처를 옥상옥(屋上屋)이라고 비판하는 일각의 시각은 정확하지 않다”며 “공수처는 검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 밖에서 검찰이 잘 못했던 일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사건 등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런 점에서 작지만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옥외옥(屋外屋)”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막강한 권한이므로 분리해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를 동일한 사람이나 부서가 담당했을 때 수시로 발생하는 과잉수사, 무리한 기소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공수처 내에서의 수사와 기소도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범죄를 규명하려는 적극적 의욕을 가진 수사팀을 영장팀이 견제하고 절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수사팀의 결론을 공소팀이 다시 리뷰하면서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없는지, 확증편향에 의한 과잉기소는 아닌지 절제할 수 있도록 교정해 줘야 한다”며 “또한 수사팀과 공소팀을 준별해 기소의 여부와 범위, 수사범위를 수단으로 피의자, 참고인을 겁박해 억지로 자백을 받아내거나 심지어 허위자백을 짜내는 잘못된 수사관행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교수는 “공수처는 검찰이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기는 하지만,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기능적 권력분립의 원칙을 공수처 내부에서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범위에서 공수처 규칙에 반영하고, 필요하다면 공수처법 개정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교수는 “공수처 내부 부서는 수사부와 공소부로 나누고, 수사부는 기소에는 관여하지 않는 수사관과 부서장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수사관으로 구성된 수사부는 공소부의 검사와 독립해 수사를 진행하고, 단지 영장청구와 기소에만 검사가 관여하며 상호 협력함으로써, 인권과 적법절차가 보장되고, 공수처의 권한남용이나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물론 공소부 검사가 수사부 수사권을 지휘감독하지 않는다.

한상훈 교수는 “공수처 수사부에서 수사 중에 강제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영장이나 체포구속영장의 청구가 필요한 때에는, 공소부 검사에게 신청하며 이대 영장전담검사가 영장의 청구를 진행한다. 수사가 종료되면 수사부는 관련서류와 의견서를 공소부에 송부하고, 공소부에서 기소여부를 결정하며, 기소 시에는 공소를 유지하게 된다”는 흐름이다.

추미애 장관의 축사를 경청하는 참석자들
추미애 장관의 축사를 경청하는 참석자들

이와 함께 한상훈 교수는 “공수처가 독립성이 보장되고 정치권력이나 검찰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취지라고 해도 실제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될 것인지는 사실상 공수처장과 차장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봤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추천위원회를 두고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의 당연직 위원 외에도 여당 추천인사 2명과 야당 추천인사 2명 등 7명이 참여하고,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엄격한 가중다수결을 채택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교수는 “야당추천인사는 사실상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해 비토권(거부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공수처장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이렇게 야당에게 비토권을 부여하는 것이 자칫 공수처장의 추천을 막아버려 공수처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는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의 의사결정은 공수처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피라미드식 단일기관이다. 개인에게 집중된 권한은 언제나 남용의 우려가 있다”며 “공수처장에게 절대적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의 전문가가 협의체적으로 집단지성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공수처장추천위원회와 유사하되 외부의 전문가(변호사, 법학교수 포함)가 포함되는 공수처공정운영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부당한 공수처의 수사나 기소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권고하고 감시하는 기구가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교수는 “영장청구나 재청구의 경우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협의체에서 심의하도록 하면 보다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소여부 및 검찰로의 이첩여부는 외부전문가 풀을 구성한 후 무작위로 추첨해 내부인사와 외부인사가 함께 심의해 결정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나 공소심사위원회의 심리에는 피의자, 고소ㆍ고발인, 변호인이 참여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정성과 책무성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아울러 공수처 내부의 수사관이나 검사의 이의제기를 수용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사이의심사위원회를 명문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훈 교수는 “공수처 설치는 우리나라 형사사법에서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공수처의 수사방식도 종래 검찰 특수부의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사방식이 아니라 물증에 기초한 수사로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수처는 과거의 검찰 특수부의 제도와 문화, 관행, 의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사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장이 정해지기 이전에 공수처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내부구조와 의사결정의 절차를 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라며 “공수처장 개인에 과도하게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이고 공명정대하며 투명한 수사와 기소를 위해 공수처 내부의 수사부와 공소부를 구별하며, 내부와 외부의 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 또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하는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훈 교수는 “수십 년 간 국민의 염원의 산물로서 힘들게 시작하는 공수처가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사법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마무리했다.

한편 공청회 좌장은 임병수 공수처설립준비단 자문위원장이 맡았다. 이 자리에서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외국 반부패 특별수사기관의 선진 수사제도 연구’에 대해, 그리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적법절차 확립과 인권친화적 수사체계 구축’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하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발표하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정토론자로는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노섭 한림대 글로벌학부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최운식 변호사(법무법인 대륙), 오용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정영훈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율 대표)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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