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앞두고 작심한 듯 검찰에 직격탄을 날렸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공수처설립준비단(단장 남기명)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미리 준비한 축사가 아닌 즉석 발언을 통해서다.

축사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축사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미애 장관은 먼저 “자리를 꽉 채웠는데, 이 관심만큼 공수처가 잘 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3명이 앉는 책상에 1명만 앉게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준수했는데, 그럼에도 행사장이 참석자들로 가득 찼다.

추 장관은 “존경하는 남기명 공수처준비단장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님 그리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 정말 반갑다”며 “공수처의 출범을 앞둔 이 시점에 공수처의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뜻 깊은 공청회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의 축사를 경청하는 참석자들
추미애 장관의 축사를 경청하는 참석자들

인사에 이어 추미애 장관은 곧바로 “공수처법은 사실 고위공직자일수록 법률의 잣대가 올바로 겨누지를 못하고 이른바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할 만큼, 그 (수사의) 칼이 무뎌지거나 칼집에서 빼내지지 않거나 또는 그릇된 방향으로 지나치게 (수사가) 왜곡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목격했다”고 검찰을 직격했다.

추 장관은 “경우에 따라선 정권 봐주기, 정권 코드수사,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우리는 목격하면서, 과연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됨을 깨고 바름을 세운다’는 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가 있었던가를 우리는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사현정’을 언급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8월 7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문희상 의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쓰인 족자를 선물했다. 파사현정은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이찬희 변협회장 축사를 경청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공수처 공청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미애 장관은 “공수처법은 무려 20년 이상 국회에서 논의돼 왔고, 많은 토론을 거쳐 왔고, 또 오랫동안 숙성돼 왔고, 또 선진사법제도와 비교하면서 진전시켜 왔다”며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고 갈 수 없고, 공수처법을 통해서 제대로 공수처를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개혁의 하나의 신호탄이 될 만큼 국민들도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공수처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봐주지 않고, 선택적으로 골라내지 않고, 정말 오히려 일벌백계한다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모범을 보이는 고위공직자가 되지 못하고, 비리와 범죄의 주체가 됐을 때는 그 (수사의) 칼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제대로 부패의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우리사회의 투명도를 높이고 부패를 근절하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수사가 여러 가지 수사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나의 전범을 확립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제가 언젠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좋겠다’고 했더니 난리가 났었다”며 “마치 정의로운 검찰의 역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또는 (문재인) 정권을 봐주기 위해 옹호하는 법무부장관이란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 축사를 경청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공청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 장관은 “그러나 형사소송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가 1954년, 무려 67년 전이었다. 그 당시 법전편찬위원회 위원들의 어록을 보면 수사는 경찰이 맡고, 기소는 법률가인 검사가 하고, 죄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은 법원이 함으로써 사법정의 절차에 있어서 서로 역할분담이 됨으로써 견제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당시 법전편찬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선진사법제도를 시찰하고 온 결론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수사와 기소를 경찰과 검찰에게 나누어서 역할 분담을 시키는 것이 옳겠지만, 그러나 당시 혼란한 사회 상황을 염두에 둬서 그렇게 바로 갈수는 없으니,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문제는 추후에 미래에 맡겨놓기로 하고, 당장은 검사에게 수사와 기소의 책임을 맡기기로 했다는 어록을 우리는 기억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제 저는 당부드린다. 모든 수사에 형사사법절차에 있어서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는 전범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며 “앞으로 공수처의 권한에 걸맞도록 운영 과정에서도 국민의 민주적 통제시스템이 구현돼야 하고, 또 인권친화적 수사방식이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그래서 사실은 (공수처 설치) 준비를 예정된 절차에 맞춰서 해야 되기 때문에, 독립된 청사는 예산과 부지를 확보해야 되는 관계로, 추후에 새로 독립된 건물을 짓기로 하고, 일단 과천 법무부 옆에 있는 건물을 임시로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다. 인권보호에 맞게끔 소환된 포토라인을 금지하는 규정에 맞게끔 형사사건공개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물적 설비도 완비돼야 한다고 해서 철저하게 울타리도 치고, 언론인들은 서운하겠지만 소환된 피의자들이 카메라에 노출됨이 없도록 그래서 피의자사실공표금지 규정이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그런 물적 설비를 완수할 수 있게 도와드리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의 축사를 경청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찬희 변협회장의 축사를 경청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미애 장관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이 국민의 입장에서 공수처를 중심으로 잘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오늘 발제자와 토론자 여러분께서 주신 말씀은 (공수처를) 준비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겸청즉명(兼聽則明) 많이 들으면 현명해 진다고 했는데, 저희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가르쳐 주시고, 그것이 공수처를 더 완벽하게 다듬어 나가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끝으로 “많은 국민들이 (공수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켜봐 주시고, (공수처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여러 대안도 제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마무리했다.

추미애 장관과 정중하게 악수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추미애 장관과 정중하게 악수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남기명 공수처설립준비단장이 개회사를 하고,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좌장은 임병수 공수처설립준비단 자문위원장이 맡았다. 공청회에서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외국 반부패 특별수사기관의 선진 수사제도 연구’에 발표했다. 또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수처 내부의 견제와 균형’에 대해, 그리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적법절차 확립과 인권친화적 수사체계 구축’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하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발표하는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정토론자로는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노섭 한림대 글로벌학부 교수,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최운식 변호사(법무법인 대륙), 오용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정영훈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율 대표)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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