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항 대기실 ‘난민’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헌법 위반”
헌재 “공항 대기실 ‘난민’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헌법 위반”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06.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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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난민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을 거부한 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는 수단 국적의 외국인이다. A씨는 2013년 11월 2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인정신청을 했고, 난민인정심사 회부 여부 결정시까지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됐다.

인천공항 출입국ㆍ외국인청장에게(변경 전 명칭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장)은 2013년 11월 26일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했고, A씨는 계속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됐다.

이에 A씨는 2013년 11월 28일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고, 12월 19일에는 자신에 대한 수용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인신보호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A씨의 변호인은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4년 4월 25일 인천공항 출입국ㆍ외국인청장에게 A씨의 접견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A씨는 “인천공항 출입국ㆍ외국인청장의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행위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4년 4월 30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인천공항 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2014년 4월 25일 청구인(A)의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거부한 행위가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을 받은 후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 중인 A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법재판소는 5월 31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난민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을 거부한 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관 7인의 법정의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음을 이유로 위헌 결정했다. 김창종ㆍ안창호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재판청구권이 침해됐음을 이유로 위헌 결정했다

◆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은 출입문이 철문으로 돼 있는 폐쇄된 공간이고,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청구인은 송환대기실 밖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없었으며, 공중전화 외에는 외부와의 소통 수단이 없었다.

헌재는 “청구인은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5개월 째 송환대기실에 수용돼 있었고, 적어도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이 종료될 때까지는 임의로 송환대기실 밖으로 나갈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청구인은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자신에 대한 송환대기실 수용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인신보호청구의 소를 제기해 둔 상태였으므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송환대기실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청구인은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구속’ 상태였다”고 봤다.

이어 “국적국의 박해를 피해 온 청구인의 구체적ㆍ현실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에게 출국의 자유란 실현 불가능한 관념적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관념상의 출국의 자유는 청구인이 송환대기실에 ‘구속’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설사 그러한 출국가능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청구인은 오랜 기간 동안 송환대기실을 벗어나 환승구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는 점에서, 청구인은 폐쇄된 공간인 송환대기실에 구금돼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현행법상 아무런 법률상 근거가 없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청구인에게 변호인 접견신청을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어떠한 장애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접견 장소 등을 제한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국가안전보장이나 환승구역의 질서유지 등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청구인의 변호인 접견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따라서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기본권 제한 조치로 볼 수도 없다”며 “이 사건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이러한 측면에서 보아도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 별개의견 제시.

두 재판관은 “입국불허결정을 받은 외국인은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없을 뿐, 본국 또는 제3국으로 임의로 자진출국함으로써 언제든지 송환대기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므로, 입국불허결정을 받은 외국인에 대한 ‘이동의 자유’의 제한은 그의 의사에 좌우될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구인이 송환대기실에 5개월 이상 머무르게 된 것은 그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고 그에 대한 취소의 소를 제기하며 다투는 과정에서 출입국항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재판관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청구인은 헌법에서 예정한 ‘구금’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구속된 사람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에 의해 청구인의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재판청구권 침해는 인정했다.

두 재판관은 “출입국항에서 입국불허결정을 받아 송환대기실에 있는 사람과 변호사 사이의 접견교통권의 보장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판청구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변호사 접견신청 거부는 재판청구권의 한 내용으로서 청구인의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변호사 접견신청 거부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 없이 이루어졌고,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권 제한 조치로 볼 수도 없으므로,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돼 있던 난민인정신청자인 청구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을 거부한 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법정의견(7명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의 선례 중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절차상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출입국 관련 행정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선례를 변경해, 행정기관에 의해 구속된 사람에게도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즉시 보장됨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별개의견(2명 재판관)은 청구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본국 또는 제3국으로 출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청구인이 구속 상태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별개의견은 외국인인 청구인에게도 재판청구권에서 도출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고 보고, 피청구인의 접견신청 거부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위헌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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