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6월 16일 국회 앞에서 의사인력 확대와 국립공공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의사인력 확충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의사인력은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천 명당 2.3명이며 이는 OECD 최하위”라며 “21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법이 통과되고, 의사정원을 확대하는 날이 올 때까지 보건의료노조는 합심해서 전면적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의사인 장호종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도 “의사인력을 대폭 늘리고, 의사를 고용할 공공병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인 장호중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이 규탄 발언하고 있다.
의사인 장호중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이 규탄 발언하고 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의사인력 확대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규탄 발언하는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규탄 발언하는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서울지역본부장과 원종인 인천부천지역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대표로 낭독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한국의 의사 수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적은 나라에 속한다.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OECD국가 평균은 3.3명이지만,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하다”며 “이마저 지역별 편차가 극심해, 서울(3.0명)을 제외하면 경기(1.6명)나 인천(1.7명) 같은 수도권도 처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의대 졸업자 수도 현저하게 적다. 의사인력 부족이 가져오는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십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며, 졸업자 수 또한 2010년부터 인구 10만명 당 8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반면 OECD 국가들은 의사 수의 증가와 함께 의대 졸업자 수도 증가해 2016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 당 11.9명에 이른다”고 비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적은 것과 더불어 지역 간 의사 수 격차도 매우 심각하다”며 “인구 1000명 당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를 비교해 보면 서울이 1.69명인 반면, 경북 0.52명, 충남 0.59명, 경기도 0.73명 등 지방과 서울사이의 간격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같은 격차는 국민건강 격차와도 연결된다. 생명을 지킬 수 있었지만, 치료를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의 수(치료가능 사망률)는 지역 간 무려 최대 3.6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심각한 격차 때문에 회복될 수 있는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전담병원을 수행했던 공공의료기관 의사인력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공공병원에 종사할 목적으로 설립하고자 하는 공공의대 설치법은 21대 국회에까지 법안 발의만 벌써 여섯 번째”라며 “의사집단의 반발이 매우 거셌던 탓에 번번이 무산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노조는 “중증환자를 봐야하는 지역의 상급종합병원도 ‘무의촌’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며 “의사가 없으니 야간 응급실 내원 환자가 응급수술을 받을 수 없어 타 지역의 응급실로 이동되는 상황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게 의료현장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은 필연적으로 의료법 위반을 조장해 환자안전을 위협한다. 환자를 두고 의사가 아닌 누군가는 의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체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불법의료’ 없이는 의료기관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진행한 ‘PA간호사 현황과 의료법 위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PA간호사의 업무는 수술, 환부 봉합, 시술, 드레싱, 방광세척, 혈액배양검사, 상처부위 세포 채취, 초음파, 방사선 촬영, 진단서 작성, 투약 처치, 주치의 부재 시 주치의 업무 대행, 처방, 잘못된 처방 변경, 진료기록지 작성, 증명서 작성 등 의사의 업무를 다수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다분히 의사부족으로 일어나는 불법적 행위들”이라며 “의료기관이 ‘무의촌(無醫村)’이라는 기막힌 현실에 PA 간호사 등이 불법의료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보건의료노조는 “물론 정부 당국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의사인력 부족으로 이들의 행위를 방관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태임을 잘 아는 탓에 애써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을 뿐”이라고 폭로했다.

노조는 “이렇게 ‘불법의료’는 방치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장되고 있다”며 “게다가 행여 이들 불법의료 행위가 외부에 드러난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러한 행위를 강요받았던 간호사 등 개별 노동자들이 처벌받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의사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타개해 보고자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의대정원 확대 통해 필수, 공공, 지역 의료인력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편, 지난 5월 28일 김강립 복지부 차관도 “공공분야, 일부 진료과목, 일부 지역 등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있고, 총량적으로도 OECD 평균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의사 수 확대 방향에 공감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국민건강권 침해가 엄중한 상황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늦었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나선 것”이라고 봤다.

보건의료노조는 “상황이 이러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증대를 반대하며 ‘반드시 저지해낼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심지어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지난 5월 28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밀고 나가면 전국 의과대학생,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전체 의사들의 뜻을 모아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국민들을 협박하고 나섰다”며 “최대집 회장의 이런 경솔한 발언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일을 실천하는 많은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강립 복지부 차관의 말대로 의사인력 부족문제가 논의돼온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님에도 의사인력 확대 추진이 ‘졸속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의사협회는 직접 대화에 참여해 현재의 의료현장의 인력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논의가 시작하기도 이전에 총파업을 운운하며 반대부터 하고 나선 것은 의사인력부족으로 벌어지는 의료현장의 폐해를 외면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러한 교훈에도 귀를 가리고 의사인력 확대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의료현장의 실태를 명확하게 직시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아울러 정부 또한 의협의 반대에 눈치 보지 말고 의대정원을 획기적인 수준에서 늘이는 등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책임 있는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나아가 21대 국회 역시 지난 시절 무려 6번이나 발의되고도 결국 무산되기 일쑤였던 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법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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