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6일 “양승태 사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당시 충격과 고립감에 극심한 불안 등 공황증상을 경험했다”고 고백하며, 건강회복을 위해 잠시 국회를 떠나있겠다고 밝혔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이 끝나고 국회 개원을 맞이한 오늘까지 저는 말 못 할 고통과 싸워 왔다”며 “이 시점에서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국민들께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도리이자 책무인 것 같아 용기를 내 말씀을 드린다”며 고백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양해해 주신다면 온전히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며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하겠다. 힘든 과정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잘 이겨내겠다. 초심을 간직한 이탄희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남겼다.

국회 개원에 참석했던 이탄희 의원의 예상치 못했던 고백에, 누리꾼들은 이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격려와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판사 출신 이탄희 국회의원
판사 출신 이탄희 국회의원

이탄희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5년 사법연수원 제34기를 수료하고 2008년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광주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이어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석사를 거쳐 2015년 7월 제주지방법원 판사로 복귀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사로 근무했다.

이탄희 판사는 특히 2017년 2월 판사들의 승진코스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으로 발령받고 판사들 뒷조사 파일을 관리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 판사는 법관들을 뒷조사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법원 내 인권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들의 존재를 알고 불의와 부정의에 협력할 수 없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탄희 판사의 사직서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법원을 나온 이탄희 전 판사는 소송 수임료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공익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2018년에는 ‘참여연대 의인상’, 2019년에는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인재영입 됐고, 지난 4월 총선에서 경기 용인정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탄희 국회의원
이탄희 국회의원

다음은 이탄희 국회의원이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고백>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국회의원 이탄희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국회 개원을 맞이한 오늘까지 저는 말 못 할 고통과 싸워 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국민들께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도리이자 책무인 것 같아 용기를 내 말씀을 드립니다.

첫 시작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을 받은 뒤 판사들 뒷조사 파일을 관리하라는 업무를 거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저의 예상과 다르게 사직서가 반려되었고, 그 후로 법원에서 2년을 더 남아 있었습니다.

그 시간 모두 쉽지 않았지만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초기 한 달 가량, 저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충격과 고립감에 극심한 불안 등 공황증상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끼는 고통이었지만 치료와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아내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지난 3년을 잘 견뎌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정치참여 결정을 하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공황증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입당 및 공천 과정에서 사법농단 당시를 둘러싼 논란과 터무니없는 곡해가 난무하면서 채 아물지 않은 3년 전의 상처가 다시 떠올라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선거운동 중에도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서 당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선 이후에도 오늘까지 약 두 달 간 알 수 없는 극도의 불안이 지속되었고, 하루 2-3시간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일정을 소화하며 버텨왔습니다.

그렇지만 몸과 마음은 2017년 2월 당시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숨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 2시에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깨어나는 날의 반복입니다.

장기간 극도의 불면 상태가 누적되면서 점점 몸이 말을 안 듣고, 일시적으로 정신이 마비되는 듯한 순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글을 읽거나 오래 대화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절대 안정을 취하고 우선은 일을 멈춰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습니다.

공직사회 개혁의 과업에 열정적으로 동참하고 싶습니다.

모든 이들의 생명이 소중한 안전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합니다.

우리 용인정 유권자들께 중앙과 지역 모두를 잘 챙기는 국회의원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 제 몸과 마음 상태는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 밤을 새다가, 국민들께 제가 가진 육체적, 심리적 한계를 숨김없이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말하지 않고 속으로 버텨가며 대처하는 방법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한 양해나 충분한 납득 절차 없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고 둘러대는 모습을 제 스스로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제 방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받게 될지도 모를 비난이나 원망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솔직하고 투명하게 제 상황을 전부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국민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온전히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하겠습니다.

힘든 과정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잘 이겨내겠습니다.

초심을 간직한 이탄희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어제 21대 국회를 개원하고 첫 본회의가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날 고요한 이 새벽에 홀로 앉아 청동거울에 제 얼굴을 비춰보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탄희 올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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