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수용된 토지나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됐음에도 수용개시일까지 토지나 건물을 인도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는 토지보상법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A씨 등 4명은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거주해 왔다. 이 지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2016년 12월을 수용개시일로 소유권이전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들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수용개시일까지 사업시행자에게 토지와 건물을 인도해야 함에도 인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지보상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의정부지방법원은 이들에게 벌금 50만~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은 토지보상법 제95조의2 제2호가 피수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20년 2월 직권으로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했다.

제청법원은 “공익사업의 신속한 진행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인도청구, 가집행, 명도단행가처분) 및 간접적인 강제수단(손해배상)을 통해 피수용자의 인도의무를 효과적으로 강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인도의무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므로 재산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당한 보상 여부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에서 영업하던 두 임차인. 이 지역 도시환경정비조합은 위 건물에 대해 2016년 4월을 수용개시일로 하는 소유권이전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들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점유하던 물건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해야 함에도 조합에 인도하지 않았다.

이들도 토지보상법 위반으로 재판을 넘겨져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처벌의 근거가 된 토지보상법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7년 11월 위 법률조항의 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은 수용개시일까지 사업시행자에게 토지 등을 인도하도록 하고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함으로써, 토지소유자 등이 수용재결에 대해 불복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사업시행자에게 이전하도록 강제하므로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토지보상법은 수용개시일까지 토지나 물건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거나 이전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수용된 토지 등의 인도의무를 정하는 토지보상법 제43조 중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의 수용된 토지나 물건의 인도’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다만 위 조항 위반시 형사처벌을 정하는 토지보상법 제95조의2 제2호 조항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엇갈렸다.

헌재는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거나 현금청산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 재판절차를 통해 해결될 때까지 공익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면 공익사업의 수행은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 수용의 경우 수용개시일까지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의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함으로써 공익사업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공익사업 수행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도의무의 시기를 수용의 개시일이 아닌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이 불복절차가 종결된 때로 정할 경우,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무산돼 버릴 우려마저 있고,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사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시간적ㆍ경제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이는 결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3항의 취지마저 몰각시키는 것이 된다”고 짚었다.

헌재는 “따라서 법원의 확정판결 등이 있기 전이라도 보상금을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우선지급하고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공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것은 토지수용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공익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인도의무의 강제가 불가피하나, 토지보상법은 인도의무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진행에 있어 의견수렴 및 협의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권리구제 절차도 규정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헌재는 “사업시행자가 인도 또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가집행을 구함으로써 제1심 판결의 선고로 토지 및 물건의 인도를 강제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민사소송절차는 형사처벌과는 달리 의무 위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사후적인 강제조치에 불과해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효과가 있는 수단이 되기 어렵다”며 “특히 신속한 수행이 요청되는 공익사업의 경우 민사소송을 통한 강제만으로는 적시에 공익사업의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업인정 및 수용 절차, 보상금의 지급을 통해 소유권이 이전되고 기타 권리가 소멸한 토지 및 물건 등에 관해, 그 인도를 강제함으로써 공익사업이 적시에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익의 중대성은 결코 작지 않다”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벌칙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이들 재판관들은 “인도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공익사업의 원활한 수행이 담보된다고 볼 수 없고, 형사처벌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점유의 확보 등 이행 강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형사처벌은 공익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인도의무자의 불복이 있는 경우에도, 민사소송 및 집행절차 등을 통해 공익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형사처벌로 인도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에 따라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며 “또한, 인도의무자의 공익사업 시행 방해 행위에 대하여도 이미 공무집행방해죄, 부당이득죄 등으로 얼마든지 대응 가능하므로 벌칙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벌칙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사업의 효율성, 즉 경제적 이익은 형사처벌로 제한될 인도의무자의 기본권보다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그렇다면, 벌칙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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