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이 고(故) 장자연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기자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력 신문사 기자 A씨는 2008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가라오케 VIP룸에서 연예기획사 대표 김OO의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배우 장자연씨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다음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019년 8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무죄를 유지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윤지오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무죄가 났다.

재판부는 “피해자(장자연)가 김OO의 생일날 누군가로부터 추행을 당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윤지오가 추행장면을 목격했는지 여부 자체에 강한 의문이 있다”며 “신빙성이 없는 윤지오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윤지오의 최초 진술과 피고인의 인상착의가 불일치하는 점이 많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윤지오가 종전 진술을 뒤집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찰 제5회 진술은 범인식별절차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5월 28일 피해자 고 장자연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기자 A씨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에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범인식별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목격자 윤지오씨는 경찰이 피고인이 나오는 동영상, 홍OO이 나오는 동영상만을 보고 피고인을 지목했다는 것으로, 경찰의 범인 식별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범인 식별절차에 관해 대법원이 2008년 1월 17일 선고한 판결(2007도5201)을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해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용의자나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신빙성이 낮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해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해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은 동영상제시ㆍ가두식별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와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 목격자가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한 후에 이루어지는 동영상제시ㆍ가두식별ㆍ대면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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