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나 상가 등 집합건물의 복도ㆍ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해 이득을 얻었다면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이에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중요한 해석 지침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에 있는 상가건물 1층의 구분소유자인 A씨는 2012년 그곳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면서 1층 복도와 로비를 점유해 퍼팅연습시설 등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복도와 로비를 사용하는 것에 방해를 받았다.

구분소유자들로 꾸려진 상가건물 관리단은 복도와 로비가 상가건물의 모든 구분소유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용부분인데도 A씨가 건물 1층 복도와 로비 전체를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하고 있다며, 복도와 로비의 인도와 A씨의 점유ㆍ사용 기간에 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1심은 2013년 10월 A씨가 무단 점유한 복도와 로비를 인도하고, 그동안 얻은 이익을 상가건물 관리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2017년 2월 “복도와 로비는 공용부분이므로 인도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부당이득 반환 부은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며 부당이득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월 21일 상가건물 관리단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을 정당한 권원 없이 점유ㆍ사용한 경우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다.

대법관 다수의견(11명)은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해당 공용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 공용부분을 무단 점유한 구분소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용부분을 점유ㆍ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일부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집합건물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한 구분소유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해당 공용부분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로써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용부분을 정당한 권원 없이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한 자가 그로 인한 이익을 누렸는데도,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없다고 봐 부당이득을 부정한다면, 이는 무단점유자로 하여금 점유ㆍ사용으로 인한 모든 이익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부당이득제도의 취지인 공평의 이념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종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용부분인 복도와 로비를 피고가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했더라도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법관 1명은 반대의견에서 “집합건물 공용부분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과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며 종전 판례 유지 입장을 보였다.

한편, 대법원 공보관실에 따르면 집합건물 특히, 상가건물의 복도나 로비 등 공용부분을 구분소유자 중 일부나 제3자가 무단으로 점유해 영업장의 일부로 사용하는 등으로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공용부분 사용을 방해해 구분소유자들이나 관리단이 인도청구와 함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종래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공용부분에 대한 인도청구는 인용하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공용부분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임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한 경우 부당이득이 성립하는 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이 판결로써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ㆍ사용한 자는 그 사용으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해당 공용부분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고, 해당 공용부분이 다른 용도로 사용가능한지 임대가능한지 여부는 부당이득의 성립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다른 용도로의 사용가능성이나 임대가능성이 없음을 이유로 공용부분에 대한 부당이득의 성립을 부정한 종래 대법원 판결을 모두 변경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구분소유자 전체의 공유에 속하는 공용부분을 구분소유자나 제3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해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의 반환을 인정해 부당한 재산적 가치의 이동을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정당한 권원 없이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경우 해당 부분의 인도뿐만 아니라 부당이득 반환까지 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공용부분의 무단 사용 문제를 해소하고 분쟁의 공평한 해결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향후 동일한 쟁점 또는 유사한 사안에 대해 중요한 해석 지침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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