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14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을 22일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만나, 공무원노조에 대한 얘기 그리고 여러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은 법원공무원 출신이기에 사법부 관련 질문을 많이 했다.

전호일 위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착한 사람인 것 같다”며 사법개혁 의지에 대해 낮은 평점을 줬다. 그는 “법원에도 삼성장학생이 있다”며 “재벌에 당당한 법관”을 주문했다. 아울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는 웃기는 쇼”라며 “이재용 부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특히 전호일 위원장은 공무원노조 설립 활동으로 해직된 동료 공무원들의 복직 법안이 무산된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오욕의 20대 국회”라고 혹평했다.

공무원노조 사무처는 매일 8시 40분에 티타임으로 시작하고, 여러 회의가 수시로 있다고 했다. 전호일 위원장은 특히 전국 각 지부의 출범식이나 본부회의 등 참석을 위해 지방에 자주 간다고 한다. 지방에 참석했다가 서울에 올라오면 밤 12시가 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위원장은 “매일매일 바쁜 일정으로 주말에만 집에 가니까, 아내가 별로 안 좋아한다”며 웃기도 했다.

▲ 올해 전국공무원노조 창립 18주년이다. 공무원노조가 추구할 활동 방향은?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공무원노조 출범 이후 18년 동안 법외 시절이 더 많았었고, 권위적인 정부와의 투쟁의 역사였다. 그런 과정에서 공무원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많은 희생자도 발생했지만 민주노조의 깃발을 놓지 않았다. 그 정신을 앞으로도 잘 구현해 나갈 것이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활동에 족쇄 같은 법과 제도가 많다. 온전한 노동3권을 가진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 우리의 모든 생활이 정치와 연관돼 있는데, 정치(政治)의 ‘정’자도 말하지 못하는 우리가 국민으로 가져야 할 권리인 정치기본권을 쟁취하는 것이 우리가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 그와 관련해 공무원노조 설립 활동으로 해직된 공무원들이 136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복직 및 명예회복 관련 특별법 처리가 미온적이어서 희망고문이 계속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처리가 무산됐다.

동료 해직공무원들 질문에 표정이 굳어진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동료 해직공무원들 질문에 표정이 굳어진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참으로 답답하다. (깊은 한숨) 20대 국회가 끝나간다. 오욕의 20대 국회다. 결국 우리 해직공무원 원직복직 및 명예회복 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해직된 공무원이 136명이다. 그분들의 평균 해직기간도 만 16년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회가 이렇게 오랜 기간 방치할 수 있나. 해직 동료들을 생각하면 국회가 참 답답하다.

조만간 여당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21대 국회일정에 맞춰 해직공무원 복직 법안을 상정하고, 하루 빨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며 투쟁을 할 것이다.

▲ 공무원노조 위원장 임기 2년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당장 올해 핵심 사업은 뭔가?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코로나19 정세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공무원노조도 그 정세에 따른 사업 계획을 마련했다. 핵심적인 것은 공무원노조 사회적 역할 강화로 사회대개혁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1997년 IMF 사태로 민간 노동자들 대량 해고가 있었고, 공무원도 10만명 이상이 해고됐다. 최저임금 결정도 공무원 임금과 연관돼 있다. 전체 노동자의 해고문제, 임금삭감문제 등에 공무원이 함께 연대해 사회대개혁 투쟁에 나서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실시, 국민기본소득 보장, 공공의료 확대 등을 전 국민과 함께 싸워 나아가야 한다.

▲ 공무원노조가 작년 11월 여의도에서 ‘권리 찾기 공무원대회’라는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고,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2019년 11월 여의도 집회

전호일 = 2019년 11월 8일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해 공무원 조합원 600여명이 원고가 돼 헌법소원을 접수했고, 그 다음날 11월 9일에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우리의 요구를 외쳤다. OECD 국가 중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선진국이라 하는 대부분의 나라의 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 공무원노조가 2019년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해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노동법원 설치는 핵심 현안일 수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인터뷰 중 급히 처리해야 할 것이 있다며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은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공무원노조)가 잘 준비하고 있다. 노동법원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업과 구체적 입법 투쟁이 있다. 노동법원 설치에 함께하는 광범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할 것이다. 공무원노조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고, 중앙행정기관본부, 고용노동부 지부도 함께 하기로 했다. 21대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치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

▲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작업에 대해 시민사회의 평가는 좋지 않다. 어떻게 보는가?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한계는 있어 보인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3차례 진상조사위원회를 진행한 것, 이후 검찰이 수사하면 자료제출 등 협조하겠다는 발표로 사법농단 관여자들의 구속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미온적 부분이 많았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고, 그들에게 재판 배제를 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사법행정회의 구성에서 노동조합을 배제한 것은 법원본부(법원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공분을 샀다. 착한 사람이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고, 확고한 신념과 강한 의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 개혁을 하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착한 사람인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치와 법원조직법 개정 사법행정회의의 진행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 말씀하셨듯이 전대미문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도 빼놓을 수 없는데?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것은 헌법을 훼손한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이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한 정황들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법원노조 집행부를 사찰한 흔적도 보였다. 어이가 없다. (한숨)

그래서 법원노동조합이 양승태 구속을 목표로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꾸준히 진행했다. 특히 2019년 1월 11일 검찰 출두를 앞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원본부의 투쟁은 사법역사의 한 획을 긋는 투쟁이었다. 법원공무원들의 투쟁으로 양승태 구속이 가능했다고 본다. 사법농단 부역자들은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 사법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시민사회단체와 변호사들은 판결문을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특권이라 본다. 제가 2012년 법원본부장 마치고 법원공무원으로서 업무 현장에 복귀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이 사법개혁 차원에서 판결 분석을 시리즈로 해보고 싶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노동사건, 시국사건 등 분석해서 비평을 하고 그것을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면 판결하는 판사도 심사숙고해서 판결하지 않을까 하는 의도였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작년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지켜보겠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장치를 하고, 판결문을 공개하면 더 좋은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본다. 판결문 공개가 사법개혁의 시작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 국민들은 대법관, 헌법재판관으로 누가 임명되는지 관심이 많다. 공무원노조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를 추천할 것인가? 추천한다면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대법관 추천과 헌법재판관 추천 사업은 법원본부가 꾸준히 하고 있는 사업이다. 법원본부가 법원구성원 설문조사, 전국민 투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들이 그동안 판결한 내용을 공개하며 투표를 하기도 했다. 법원본부는 사법농단에 관여한 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함께 근무한 자, 반민주 반노동 판결한 자 등 부적격자에 대해 대법원에 통보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에서의 추천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만약 추천을 하게 된다면 법률전문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기본이고, 윤리와 도덕성, 외부 정치권력에 당당하고 사법개혁 의지, 국민기본권과 약자 및 소수자 보호, 특히 노동의 관점이 명확한 사람이 기준이 될 것이다.

▲ 국정농단 뇌물사건 삼성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주문하고 양형을 언급해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이 거세다.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이 삼성의 영향 하에 있다. 법원에도 삼성장학생이 있다. 이런 재판해 놓고 나중에 삼성의 법률고문으로 들어가 호의호식하면 살 것이다. 법관이 그러면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법 앞에 평등한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재벌에 당당한 법관이 됐으면 좋겠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는 웃기는 쇼다. 삼성 앞에서 고공 농성하는 김용희 해고노동자의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삼성이다. 이재용 재판은 법대로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야 가능하다.

물류창고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도 기업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지 않으니 산업재해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벌금 상한도 없애고 기업의 대표는 반드시 형사처벌 하도록 해야 한다.

▲ 전호일 위원장의 노동운동 이력이 화려하다. 전국법원공무원노조인 ‘법원본부’ 수원지부장, 법원본부 총무국장, 교육선전국장, 법원본부장을 역임했다. 또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 제7기ㆍ8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과 현재는 공무원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노동운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1998년 법원공무원이 됐다. 그냥 일 열심히 하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웃음) 그런데 노동조합을 함께 해보자며 도와달라는 선배의 요청에 ‘그러죠’라고 대답한 것이, 그렇게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그 당시 법원에서 영장담당판사가 우리 법원공무원노조 조합원을 판사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노동조합이 필요하겠구나 그러면서 첫발을 들였다. 민중가요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가사처럼, 한걸음 또 한걸음씩 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웃음)

▲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 그리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앞에서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앞에서 전호일 공무원노조위원장

전호일 = 국민의 공무원,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역할 강화, 참행정, 민중행정, 이런 말들이 좋다. 이런 것을 잘 실현하려면 공무원들에게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이 있어야 가능하다.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비리 단체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원천적으로 다 막아 놓았다. 공무원에게 그런 권한이 있었으면, 박근혜 국정농단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조합원들이 지금 당장 눈앞의 임금, 수당 이런 문제보다 큰그림으로 우리의 근본적인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에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국민들도 공무원들의 활동과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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