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절대 집회금지장소였던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무총리 공관 인근 100m 이내에서의 집회ㆍ시위를 예외적 조건을 붙여 허용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킨 것에 대해 21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악은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를 입법화한 것과 같다”며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모이고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사회자 이재근 참여연대 국장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회자 이재근 참여연대 국장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는 “누구든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청사,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무총리 공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처벌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1조 조항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회가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및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11조 규정에 대해 연이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개정시한은 2019년 12월까지다.

그런데 5월 20일 국회는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ㆍ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사당의 경우 “‘국회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국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예외 규정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경우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예외 규정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국무총리 공관의 경우,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예외 규정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참여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9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1일 “국회 앞 집회 금지법 부활, 집시법 11조 개악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였던 5월 20일, 집시법 11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절대적 집회금지장소 조항인 집시법 11조에 대해 2018년 헌법재판소의 연이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개정시한인 2019년이 경과하며 해당 규정들은 삭제된 상태였다”며 “그동안 집시법 개정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의견 수렴도 없었다. 그랬던 국회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졸속으로 집시법 11조를 개악 처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개정안의 예외적 허용 규정 신설이 집회의 자유와 기관의 기능 보호가 조화하는 방안이라고 호도하지만, 각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라는 이중의 우려가 없어야 하며, 그 ‘우려’에 대한 판단은 오직 경찰에 맡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는 외교공관, 국회, 총리공관, 법원에 관해 100m 범위 내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1조는 집회 시위를 일률적이고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이유로 거듭 위헌으로 판단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집시법 개정은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한순간에 무력화했다”고 성토했다.

시민사회는 “집시법 11조는 권력기관 앞에서의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권력기관을 성역화 해왔다”며 “이러한 위헌적 집시법에 불복해온 시민들의 오랜 투쟁이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입법 활동으로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국회에 있지만, 이번 집시법 개악으로 국회는 그간 성역을 열기 위해 이어져온 시민들의 저항과 희생을 무너뜨렸다”며 “성역의 부활과 함께 국회는 다음의 두 가지를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하나는 권력기관 앞 집회의 자유란 없다는 것, 그리고 집회의 자유 위 경찰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제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려면 다음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대규모는 안 된다. 국회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당 조건에 부합해 집회를 할 수 있을지는 경찰이 판단한다. 이번 개악으로 경찰은 집회를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고 짚었다.

또 “집회의 자유는 어디서 집회를 할 것인지 장소를 선택할 자유도 포함되며, 각 기관에 국민의 뜻이 전달될 수 있도록 집회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집시법 개정안은 전면적으로 역행한다”며 “이러한 개악으로 국회는 군림하고 억압하는 권력의 속성을 낱낱이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집회의 허용 여부가 좌우되도록 한 이번 개악은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를 입법화한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국회는 집시법 11조 개정 방향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의 목소리만을 들었다”며 “국제인권규범은 ‘모든 집회는 평화적인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집회를 불온하게 여기는 권력기관들에게 집회의 자유란 보호해야 할 권리가 아닌 통제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에 이렇게 일사천리로 집시법 개악이 이루어진 데는 국회와 경찰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악으로 국회는 불가침해야 할 성역으로 남게 됐고, 경찰은 무소불위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시민사회는 “집회의 자유를 제압하려는 권력에 저항하며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써왔다”며 “촛불정부, 촛불국회를 말하지만, 정부여당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기본권 보호가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 보장이 우선일 뿐이다”라고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러면서 “이번 집시법 개악을 규탄하며,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모이고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음은 이번 성명에 참여한 99개 단체들>

참여연대,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NCCK인권센터, 경기진보연대, 경남진보연합,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광주인권지기 활짝, 광주진보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국민주권연대, 국제민주연대,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나야 장애인권센터,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중당,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산민중연대,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련,전철연), 사월혁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진보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손잡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알바노조, 예수살기, 예술해방전선,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진보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유니브페미,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인권영화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적폐청산의열행동,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예술종합학교비정규직지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남진보연대,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태일노동대학, 전태일재단,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주권자전국회의,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대학생넷, 천주교 남장협 정의평화환경 위원회,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촛불문화연대, 통일의길,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홈리스행동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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