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변협회장의 심포지엄 발언과 SNS 글을 문제 삼아, B변호사가 “정당한 변론활동을 비난해 변호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이찬희 변협회장의 발언 등 행위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B변호사는 이 변협회장의 심포지엄 발언을 보도한 본지를 상대로 기사삭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역시 패소했다.

축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축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사건은 이렇다.

A회사의 대표는 자신의 형사사건을 맡겼던 변호사로부터 변호사 보수 중 받지 못한 잔금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당하자 B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잔금지급 약정이 판결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앞서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9년 10월 위 잔금지급사건 대법원 재판부에 원심판결의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회는 의견서에서 “위임인의 요청에 따라 변호사 보수를 분할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체결되었음에도, 잔금 지급일이 당해 심급 판결 선고 시라는 이유만으로 잔금 지급 약정의 실질이 성공보수약정이라고 봐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나아가 2019년 12월 19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형사 성공보수의 일률적 무효화에 따른 문제와 바람직한 대안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축사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이 자리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형사사건 변호사 성공보수약정 무효 판결을 비판했다.

또한 이찬희 변협회장은 “동료를 상대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을 지지하는 변론활동을 하는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변호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에 대해, 어떠한 신념으로 변호사회 임원이 그런 소송을 대리하는 지에 대해서 아주 참담한 심정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본지는 당시 심포지엄을 취재하며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의견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또한 이찬희 변협회장의 발언도 보도했다.

심포지엄 며칠 뒤 이찬희 변협회장은 SNS에 “동료 변호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죄책감이라면 저도 인연을 쉽게 끊겠지만, 형사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본인의 신념을 유지하고 싶어서라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ㅜㅜ”라는 글을 적었다.

그런데 A회사 대표와 B변호사가 지난 1월 이찬희 변협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그리고 본지를 상대로 “이찬희 변협회장의 심포지엄 발언 및 SNS 게시물, 본지의 기사, 서울변호사회의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행위는 모두 위법하다”며 법원에 ‘인격권 침해 및 재판개입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B변호사 등은 “이찬희 변협회장의 발언과 본지 기사가 정당한 변론활동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변호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찬희 변협회장이 SNS에 올린 글 삭제, 이찬희 변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위 잔금지급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대법원에 의견서 등을 제출하지 말 것. 그리고 본지를 상대로는 <이찬희 변협회장,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판결 성토> 제목의 기사와 <이찬희 변협회장, ‘동료 상대로 성공보수 약정 무효소송 대리, 변호사 자격 없다’> 제목의 기사 삭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3일 A회사 대표와 B변호사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찬희가 작성한 SNS 게시물 문구 및 기사에 게재된 이찬희 발언 내용은, ‘지방변호사회 이사로 재직한 바 있는 B변호사가 (잔금지급) 대상사건에서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취지로 변론활동을 한다’라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변호사의 자격이 없다’거나 ‘참담한 심정’이라는 등으로 그에 관한 비판적인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B변호사가 대상사건에서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취지로 변론활동을 한다’라는 표현내용이 변호사 및 사회 일반인의 관점에서 B변호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기에 충분한 내용인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B변호사는 실제로 대상사건의 원심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기초해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 서면을 제출한 점, B변호사는 지방변호사회 이사의 지위에 있던 변호사로서 그 업무수행이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종합해 보면, (이찬희의)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 무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한변협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에 관한 논의가 공론의 장에 오른 점도 언급했다.

B변호사는 특히 이찬희 변협회장의 변호사윤리장전 위반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찬희는 심포지엄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의 당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 및 B변호사의 변론 수행에 관해 발언했을 뿐, (잔금지급) 대상사건의 결론이나 원심판결의 당부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고, 페이스북 게시물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찬희의 심포지엄 발언 및 페이스북 게시물 작성 행위가 변호사윤리장전 윤리규약 제10조 제2항에서 정한 ‘수임하지 않은 사건에 개입하는 행위 또는 그에 대한 경솔한 비판을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변호사의 성실 공정한 직무수행의무에 관해 규정한 변호사윤리장전 윤리강령 제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페이스북 게시물로 인해 B변호사의 변론행위 기타 변호사로서의 업무 수행에 실제로 제약이 발생했다고 볼 근거가 없고,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찬희 발언을 인용하면서 (성공보수약정 무효) 전원합의체 판결의 개요 및 심포지엄의 경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A회사 대표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B변호사의 변론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찬희의 페이스북 게시물, 심포지엄 발언 및 각 기사가 B변호사 등의 인격권 등을 침해함을 전제로 하는 신청(반론보도신청 포함)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찬희의 페이스북 게시물 및 기사의 삭제를 구하는 신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상대로 한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울변호사회의 의견서 제출로 B변호사의 변론행위 기타 변호사로서의 업무 수행이 직접적으로 제한되고 있지 않은 점, 언론보도 등을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이 쟁점화 되었고, (잔금지급) 대상사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점에,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이 다루어지는 사건에서의 대법원 판결이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함께 고려하면, 유사한 형태의 서면 또는 의견 제출을 사전에 금지해야 할 정도로 위법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B변호사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20일 SNS에 ‘변호사가 변협회장에 법적 대응했다 패소’라는 제목의 언론기사를 링크하며 짧은 소회를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참으로 무거운 자리입니다. 그래서 협회장이 된 이후 시간도 부족하지만 말을 아끼느라 페북을 삼가 왔습니다”라며 “그러나, 회원들을 위해 이 말은 꼭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무엇보다 회원이 최우선이라는 저의 신념에 따른 발언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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