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위탁계약으로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도로의 안전순찰업무를 담당한 안전순찰원들이 파견근로관계에 있어 파견법에 따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차별에 대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는 위법한 파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 등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안전순찰원으로 근무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과거 안전순찰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가, 2007년 안전순찰업무 외주화를 시작해 2013년 4월 전국 모든 지사의 외주화가 완료됐다.

도로공사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안전순찰업무를 위탁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해 왔다.

A씨 등은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 위탁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도로의 안전순찰업무 등을 수행했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관계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근로를 제공했는데, 이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013년 2월 냈다.

이들은 또 직접고용의무 발생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한국도로공사 소속 안전순찰원과 차별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직접고용의무 발생 후 기간에 대해서는 직접 고용됐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광섭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해 한국도로공사가 A씨 등 397명을 근로자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주사업주에게 고용된 후 계속해서 도로공사 사업장에 파견돼 안전순찰원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도 2016년 6월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하며, 한국도로공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1심과 2심은 일부만 인정했다.

사건은 한국도로공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5월 14일 A씨 등 397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 한국도로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도로의 안전순찰 업무를 담당한 안전순찰원들이 피고와 파견근로관계에 있고, 파견법에 따라 피고는 안전순찰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단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A씨 등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의 파견근로자로 인정했다.

원고들과 한국도로공사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공사는 상황실 근무자를 통해 원고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지시를 했으며, 공사가 원고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해 관리ㆍ감독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원고들의 선발이나 근로조건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근태상황도 파악했으며, 또한 원고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공사의 관여 하에 실시됐다.

외주사업체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한국도로공사의 직원이었던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공사로부터 주요 장비를 모두 공급받았으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 운영을 위해 별다른 자본을 투자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한국도로공사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기 전에는 공사 소속 안전순찰원과 외주사업체 소속 안전순찰원 사이에 발생한 차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에는 외주사업체 소속 안전순찰원들을 직접 고용했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을 수긍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안전순찰원들과 한국도로공사 사이에 파견근로관계가 인정된다는 제1심과 원심의 일치된 판단을 수긍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고용주가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 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파견근로관계를 긍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차별에 대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는 위법한 파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해 직접고용의무 발생일부터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됐다면 받았을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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