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안경환 아들 성폭력 의혹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 손해배상…면책특권 아냐
대법원, 안경환 아들 성폭력 의혹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 손해배상…면책특권 아냐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5.1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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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법무부장관 후보를 사퇴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에게 대법원이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됐으나, 야당의 의혹 제기로 2017년 6월 16일 사퇴했다.

2017년 6월 2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2017년 6월 2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그런데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주광덕, 곽상도, 윤상직, 이종배, 전희경 국회의원은 2017년 6월 23일 자유한국당 서울대 부정입학의혹사건 진상조사단 소속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국회 정론관에서 안경환 후보자의 아들이 고교시절 성폭력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언론브리핑을 했다.

주광덕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게시했다.

안경환 후보자의 아들인 안OO씨는 이틀 뒤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후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안씨의 성폭력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안OO씨는 “성폭력 관련해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주광덕 의원 등 10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의원들은 “안씨에 대해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을 뿐, 성폭력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단정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단독 송인우 판사는 2018년 8월 주광덕 의원이 안OO씨에게 3500만원을 배상하고, 이중 3000만원은 다른 의원들과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송인우 판사는 “피고들은 필요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기자회견 방식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피해를 확대시켰던 점, 피고들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이 밝혀진 이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송인우 판사는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가 피고들의 국회에서의 자유로운 발언 및 표결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면책특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박영호 부장판사)는 2019년 7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주광덕 의원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하급심과 같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안경환 교수의 아들 안OO씨가 주광덕 국회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 1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명예훼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심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 또는 ‘그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에 한정되는데, 이 사건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성명서의 블로그 게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다.

대법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수행하는 직무는 본회의 또는 소속된 각 위원회에서 행하는 입법, 예산안 심의ㆍ확정, 조약의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 국정감사 및 조사, 대정부질문 등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피고들의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행위는 국회의원 고유의 직무인 국정감사 및 조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달리 위에 열거된 국회의원의 직무 중 어느 한 가지에 부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심은 기자회견 및 성명서에는 원고에 대한 허위의 사실이 직간접적으로 적시돼 있어 원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인 평가가 저하될 수 있음이 분명하므로 이는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다.

이와 함께 원심은 피고들이 원고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봐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다.

대법원은 “피고들은 국회의원으로서 관련 기관에 각종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며 “그렇다면 피고들로서는 언론사들이 어떠한 의혹을 확인된 사실처럼 보도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인용해 발언을 할 때에는 그것이 진실인지를 스스로 확인해 적어도 여론을 오도하지 않도록 사전에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주의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의혹의 대상이 공론의 장에 전면적으로 나선 공적 인물이 아닌 그 자녀이고, 의혹 내용이 당사자에게는 매우 수치스러울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검증을 철저히 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쟁점 회의록에는 사건의 경위, 원고 등의 진술이 모두 기재돼 있어, 피고들이 쟁점 회의록만 확인해 봤더라면 원고가 성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에 대해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및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위법성조각사유의 유무에 관해 원심에 법리오해가 없음을 확인한 사례”라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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