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루액을 물에 혼합한 용액을 살수차를 이용해 집회ㆍ시위 참가자들에게 쏘는 혼합살수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혼합살수행위(최루액 물대포)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최초의 결정이다.

청구인들은 2015년 5월 1일부터 2일 동안 서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 일대에서 개최된 ‘4ㆍ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의 폐기를 촉구하는 범국민 철야행동(이하 집회)에 참가했다.

종로경찰서장은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밤 22시 13분부터 23시 20경까지 최루액을를 물에 섞은 용액을 살수차로 청구인 등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살수했다.

청구인들은 “경찰의 살수행위로 눈과 얼굴 피부 등에 통증을 느끼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생명권 침해 등을 이유로 2015년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최루액을 물에 섞은 용액을 집회참가들에게 살수한 행위(혼합살수행위)와 혼합살수행위의 근거 규정인 ‘살수차 운용지침’ 중 최루액 혼합살수에 관한 부분(지침)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헌법재판소는 5월 31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서울종로경찰서장이 최루액을 물에 혼합한 용액을 살수차를 이용해 청구인(집회 참가자)들에게 살수한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살수차는 사용방법에 따라서는 경찰장구나 무기 등 다른 위해성 경찰장비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에 해당하므로, 살수차 사용요건이나 기준은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살수차와 같은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의 위험성과 기본권 보호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사건 대통령령)’에 규정된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방법은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위해성 경찰장비는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지정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며 다른 용도나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헌재는 “살수차는 물줄기의 압력을 이용해 군중을 제압하는 장비이므로, 그 용도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살수차로 최루액을 분사해 살상능력을 증가시키는 혼합살수방법은 ‘새로운 위해성 경찰장비’로서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함에도, 현행 법률 및 대통령령에 근거가 없고, 이 사건 지침에 혼합살수의 근거 규정을 둘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는 법령은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와 같이 살수차의 구체적 사용기준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경찰청 내부 지침에 맡겨둔 결과, 부적절한 살수차의 운용으로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다른 위해성 경찰장비와 마찬가지로 살수차의 구체적 운용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규정해 살수차 운용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따라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나 대통령령 등 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혼합살수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지침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이 지침만을 근거로 한 혼합살수행위는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공권력 행사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비록 혼합살수행위로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집회의 자유라는 중대한 사익이 제한될 수 있으나, 불법 집회ㆍ시위의 해산을 통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공익이 침해된 사익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 균형성의 요건도 충족했다”며 “따라서 혼합살수행위는 관련 법령에 근거한 적법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합헌)을 제시했다.

◆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의의 “집회의 자유 한층 더 보호”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각종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의 최루액 혼합살수행위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법익 침해가 예견되는 공권력 행사로서 향후에도 각종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 여부에 대한 해명을 한 바 없었는바,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혼합살수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헌재 관계자는 “살수차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그 구체적 운용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규정되어야 함에도, 그동안 살수차의 구체적 사용요건이나 기준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경찰청 내부 지침에만 맡겨둔 결과, 최루액 혼합살수행위와 같이 부적절한 살수차의 운용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최루액 혼합살수행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선고함에 따라, 살수차의 구체적 운용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규정해 살수차 운용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집회의 자유를 한층 더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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