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통신소비자단체들은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공공성 포기하는 ‘인가제 폐지’ 법안 즉각 철회하라”고 외쳤다.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독과점과 가계통신비 부담만 심화시킬 것임을 경고하며, 다가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반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사회자 김주호 팀장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는 참석자들
사회자 김주호 팀장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는 참석자들

먼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7일 이용약관인가제도(이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이용약관)을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요금인가제도를 폐지하고,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
기자회견 진행하는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요금인가제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한 대표적인 통신사 배불리기 법안”이라고 규탄했다.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이용약관인가제도는 주파수라는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이동통신서비스가 기간통신서비스로서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필요로 하고, 이동통신 가입자가 5천만명을 넘는 등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동통신의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 5G 상용화 과정에서도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만 구성된 요금제안을 제출했을 때, 정부가 저가요금제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반려해 5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하는 등 이용약관인가제로 인해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폭리를 일정부분 견제해온 측면이 있었다”며 “인가제가 도입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제 역할을 했던 사례였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이지현 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이지현 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인가제가 있어도 시장점유율이 90%인 이동통신 3사가 베끼기 요금을 통해 사실상의 요금담합을 하고 있는데, 인가제도를 폐지해서 이통사들의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또 “요금인가제도 폐지는 인가제 도입 후부터 지속적으로 시도돼 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폐지를 발표했다가 철회하기도 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으로 추진됐으나 논의만 지속됐고, 20대 국회에서도 초기부터 폐기 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상임위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통신사의 공정거래를 침해한다는 주장보다 요금인가제 유지로 인한 공익이 더 크며, 폐지될 때 일어날 통신비인상과 지금보다 더 심해질 과점현상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신동화 간사, 의견서를 낭독하는 이지현 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신동화 간사, 의견서를 낭독하는 이지현 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요금인가제도 폐지는 대표적인 ‘대기업 규제완화 법안’이며, 전 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를 부담하는데 비해 이통재벌 3사가 연 3조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통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서민악법’, 명백한 ‘이동통신요금 인상법’이며, 정부와 국회의 ‘이동통신 공공성 폐기 선언’”이라고 규탄했다.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통신소비자단체들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개정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인 조형수 변호사,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이 규탄 발언을 했다.

또 참여연대 사회경제국 이지현 국장이 기자회견이 끝나고 각 당의 원내대표실과 의원실에 전달할 의견서의 요지를 낭독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회자인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민생국회 외치더니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웬말이냐”

“국회는 이동통신요금 인상법 즉각 철회하라”

“국회의 통신 공공성 포기 선언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인 조형수 변호사, 이지현 참여연대 국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각 정당의 원내대표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의견서를 제출했다.

좌측부터 이지현 국장, 조형수 본부장, 정지연 사무총장
좌측부터 이지현 국장, 조형수 본부장, 정지연 사무총장

<다음은 ‘요금인가제 폐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소비자시민단체 의견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5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용약관 인가제도(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독과점과 가계통신비 부담만 심화시킬 것임을 경고하며, 다가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반대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참여연대 신동화 간사, 이지현 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참여연대 신동화 간사, 의견서를 낭독하는 이지현 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 통신소비자 시민단체들의 반대의견 요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이용약관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이며 적용 대상도 무선 통신 부분에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만 신규 요금제 출시, 기존 요금제의 인상 시에만 적용됩니다. 즉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할 때에는 신고만 하면 되고, KTㆍLGU+에게는 신규요금 출시ㆍ기존요금제 인상ㆍ인하에는 신고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인가제는 통신사들의 자율적인 경쟁을 저해하지 않으며, 인가제 폐지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민 모두의 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6천만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기간통신서비스’의 마지막 공공성 확보 수단을 포기하고 이동통신 대기업에게 요금과 이용조건의 결정권한을 완전히 넘기는 최악의 법안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인가 업무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형식적이고도 기계적이며 안이한 검증 방식을 고수하는 등 요식행위로 처리해오면서 기간통신서비스인 이동통신서비스를 통해 대기업 이동통신 3사가 막대한 이익을 거두도록 하는 한편, 저가요금제 이용자에게 특히 차별적인 요금제 구조를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통신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인가제를 강화하여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투명한 심의제 운영으로 요금인가제를 통신요금 인하 기제로 작동하도록 요구해 왔습니다. 이에 이용약관심의제 신설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를 한 바 있습니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신동화 참여연대 간사, 이재현 참여연대 국장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신동화 참여연대 간사, 이재현 참여연대 국장

이번 개정안에서는 최초 신고 이후 정부가 15일간 심사해 시장경쟁 저해 가능성 등 문제가 발견될 경우 반려가 가능한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고자 하지만, 15일의 기간은 약관의 문제점을 검토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어서 사실상 약관에 대한 부실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는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을 역행하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규탄 발언하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규탄 발언하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통신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오직 이동통신사들의 이익을 위해 통신공공성을 포기한 국회 과방위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만약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처리된다면 이번 국회가 역사상 길이 남을 최악의 국회이자 반민생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참여연대 이지현 국장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참여연대 이지현 국장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조형수 변호사

국회는 국민 모두의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용 중인 ‘기간통신서비스’인 이동통신 요금을 정하는데 있어서 특정 재벌대기업이 아니라 국민과 전체 소비자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가계통신비 부담은 높이고 이동통신사들에게는 무소불위의 이동통신 요금 결정 권한을 보장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해 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2020. 05. 1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통신소비자단체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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