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 조정실에서 노무사 등 3자가 듣는 가운데 과거 자신이 들었던 욕설이라며 피해자에게 상황을 재연한 사건에서 법원은 모욕죄를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모 재활원의 시설장이고, B씨는 재활원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하다 해고됐다.

A씨는 2018년 경북지방노동청 노동위원회 조정실에서 B씨(피해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조정절차 중, B씨가 합의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노무사 등 3명이 있는 자리에서 B씨에게 다가가 “개XX야 O깔이를 빼뿔라”라고 말해 공연히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법정에서 “과거 피해자로부터 ‘개XX야 O깔이를 빼뿔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조정실에서 노무사로부터 ‘피해자가 다시 재활원에서 근무할 수 없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과거 피해자의 행동과 똑같은 발언을 하며 ‘저에게 이렇게 말했던 사람인데 같이 근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설명했다”며 “제 발언은 피해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노무사의 질문에 답변한 것으로서 모욕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문기선 판사는 최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문기선 판사는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로부터 ‘O깔이를 빼뿔라’라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자를 모욕으로 고소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경멸적 단어나 문장을 택해 발언한 데에는, 과거 피해자로부터 같은 표현을 들었다는 기억 또는 믿음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이 경멸적 표현 후 ‘저에게 이렇게 말했던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후속 발언을 했다는 주장은, 당시 현장에 있던 가해자, 노무사의 진술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기선 판사는 “설령 피고인이 후속발언을 충분히 이해되도록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해 모욕죄의 보호법익에 이미 위험이 발생돼 있었고, 그 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있었던 이상 이미 성립된 범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피고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런 모욕을 당한 적 있다’고 말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사전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사람들이 듣도록 모욕적 발언을 하는 행동을 취했다”며 “이로써 후속발언이 있기 전까지의 시간 사이에 피해자가 타인 앞에서 모욕당한 감정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도 피해자가 모욕당했다고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판시 발언이 있기 전까지 조정과정에서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과거 모욕적 언사가 쟁점이 되거나 언급되지도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한 발언은 모욕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모욕죄의 범의 역시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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