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애경산업에 불리한 가습기살균제 자료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정문에서 본 청사
대법원 정문에서 본 청사

법원에 따르면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이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2월부터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ㆍ판매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가습기살균제 업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에 고광현 대표는 애경산업에 대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에 대비한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가습기살균제 관련해 애경산업에 불리한 자료들을 삭제하는 등 관련 증거를 인멸ㆍ은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양OO 전무와 이OO팀장은 고광현 대표의 지시에 따라 관련 증거를 인멸ㆍ은닉했다.

검찰은 “피고인(고광현)이 애경산업 직원들로 하여금 타인 또는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할 것을 교사했다”며 구속 기소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019년 8월 증거인멸교사, 증거은닉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홍준서 판사는 “피고인이 아랫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증거인멸을 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범의를 판단할 증거가 인멸돼 실체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고광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OO 전무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OO 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에 피고인들과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지법 제8-1형사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소비자들이 겪은 고통을 외면한 채 사회적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의도로 행해졌으며, 증거인멸ㆍ은닉 행위가 매우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피고인들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하급심과 같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4월 29일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고광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자료를 인멸ㆍ은닉한 양OO 전무는 징역 1년, 이OO 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고광현은 애경산업 직원들로 하여금 타인 또는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할 것을 교사하고, 양OO, 이OO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인멸교사죄, 증거은닉교사죄, 증거인멸죄, 증거은닉죄의 성립, 공모공동정범과 교사범의 구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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