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29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 법안”이라며 “국회의원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최소한의 도의를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부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동료ㆍ선배 국회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채이배ㆍ추혜선 국회의원과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재벌 특혜 인터넷전문은행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채이배ㆍ추혜선 의원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는 범죄이력 산업자본이 은행 소유 허용 시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아 진행한 추혜선 의원은 먼저 규탄 발언을 했다.

기자회견 하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기자회견 하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추혜선 의원은 “어제 국회 정무위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찬성 10인, 반대 2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됐다”며 “그 자리에서 법안에 대해 저는 반대토론을 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정말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추 의원은 “지금 여당과 제1야당이 추진하려는 (인터넷전문은행법) 법안은 지난 3월 5일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법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없어야 한다는 현행법을 바꿔서 불공정거래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규정 외에 공정거래법상의 대부분의 조항들을 위반해도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이 법 개정이 좌초되자, 여당과 제1야당이 내용을 조금 바꿔 다시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발언하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발언하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추혜선 의원은 “케이뱅크(K뱅크) 특혜 법안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찰 담합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케이뱅크 대주주 KT는 이번에 다시 추진되는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대주주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협력업체를 착취하거나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상의 조항을 어겨도 금융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라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문제를 그대로 둔 산업자본 특혜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추 의원은 “더구나 이미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부결시킨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두 달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 새로 밝혀진 것도 아니다. 전 국민적 비판이나 새로운 상황이 발생해 시급히 다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도 아니다”며 “단지 제1당과 야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명분도 없는 법 개정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국회의원, 수어통역사 한은희, 채이배 국회의원,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추혜선 국회의원, 수어통역사 한은희, 채이배 국회의원,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추혜선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입법권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일부 정당 지도부가 부정한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국민들이 언제 정당 지도부에 입법권을 부여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추 의원은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리하게 산업자본 특혜 법안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하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기자회견 하는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추혜선 의원은 “KT는 지난 3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이 불발된 후 계열회사인 비씨카드(BC카드)에 케이뱅크 지분을 넘겨 케이뱅크에 대한 우회 지배를 시도하고 있다”며 “KT는 비씨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도 인터넷전문은행법상의 대주주 자격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 의원은 “이와 비슷한 문제는 카카오뱅크에서 이미 벌어졌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2016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 과정에서 5개 계열사 관련 자료를 누락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하지만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카오를 통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자격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국회의운, 수어통역사 한은희, 채이배 국회의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국회의운, 수어통역사 한은희, 채이배 국회의원

그는 “케이뱅크에도 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KT가 케이뱅크 지분을 모두 비씨카드에 넘길 경우, 케이뱅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대주주 자격 심사를 피해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런 규제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면 재벌기업이나 재벌 총수일가가 대주주 자격 규제를 받지 않고도 계열회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 의원은 “실질적인 대주주의 도덕성과 신뢰성, 건전성을 검증할 길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라며 “재벌 또는 재벌 총수가 규제망 밖에서 금융회사를 우회 지배할 수 없도록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국회에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하는 추혜선 국회의원
기자회견하는 추혜선 국회의원

추혜선 의원은 “저는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촛불혁명에 대한 기억과 민주주의의 DNA가 아직 남아 있다면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해 달라’고 선배ㆍ동료 의원 여러분들께 호소했다”며 “다시 한 번 강력하게 호소드린다. 20대 국회 임기가 이제 딱 한 달 남았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던 20대 국회의 지난날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이번만큼은 양심에 따라 올바른 선택을 또 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추 의원은 “정당 지도부가 결정한 ‘당론’ 뒤에 숨어서 의회 절차에 따라,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라 했던 결정을 뒤집는 일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며 “금융공공성을 무너뜨리는 거대정당의 야합과 당리당략으로 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점철돼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국회의원, 백주선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국회의원, 백주선 변호사

기자회견을 진행한 추혜선 의원은 마지막 발언자인 민변 민생경제위원장 백주선 변호사의 규탄 발언이 끝나자 “긴 기자회견이었다. 오늘 경제민주화의 가중 중요한 축인 금융공공성에 대한 시민사회 모두의 호소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 의원은 “제가 정무위에서 2년, 출발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었다. 그 과정을 복귀해 보면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런 과정을 겪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씁쓸해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국회의운, 수어통역사 한은희, 채이배 국회의원,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추혜선 국회의운, 수어통역사 한은희, 채이배 국회의원,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추혜선 의원은 “지난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국회의원들, 과연 무슨 마음으로 반대표를 던졌을까요. 저는 탄핵 당한 박근혜 정부에서 무리하게 KT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줬다. 과도한 특혜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정부의 과오를 법까지 바꿔가면서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국회의원)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특혜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추 의원은 “(두 달 전과) 변한 게 없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가 될지, 다음에 5월초에 또 열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국회의원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최소한의 도의를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부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그렇지 않으면 20대 국회는 마지막으로 죽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본회의에서 정말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될 것을 다시 한 번 기대하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규탄 발언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규탄 발언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채이배 국회의원,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인 백주선 변호사가 규탄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경실련 오세형 팀장, 금융정의연대 전지예 간사, 민주노총 장현술 대외협력국장, 전국금융산업노조 김동수 수석부위원장, 박한진 사무총장, 참여연대 신동화ㆍ이지우 간사 등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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