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당등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등록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된 정당법 제15조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월 2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법 제15조는 헌법 제8조 등에 위반된다”며 선관위의 미래한국당 및 더불어시민당에 대한 정당등록 승인행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인은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 황도수 상임집행위원장, 서휘원 간사. 소송대리인은 정지웅 변호사. 그리고 피청구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일).

경실련은 아울러 정당법 제15조에 근거한 선관위가 소위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에 대한 정당등록 승인행위가 청구인들의 선거권 및 참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므로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헌재가 각하한 것에 대해 재청구했다.

우측부터 헌법소원 청구인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사무총장, 소송대리인 정지웅 변호사
우측부터 헌법소원 청구인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사무총장, 소송대리인 정지웅 변호사

정당법 제15조(등록신청의 심사)는 “등록신청을 받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는 한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실련은 그러나 “정당법 규정은 등록을 신청하는 단체의 본질이 헌법에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등록을 승인하도록 규정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헌법과 정당법의 해석상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존재 자체가 위헌성을 내제한 단체는 헌법의 해석상 정당으로 인정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소위 위성정당은 헌법을 비롯해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상 어디에도 규정되지 않은 단체이고, 오히려 관련 규정들을 실질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헌법소원 청구서를 통해 이번 4월 15일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가장 많이 차지한 미래한국당을 살펴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 설립을 선언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래한국당은 정당등록승인을 신청했고, 중앙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이 정당법에서 정한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었음을 이유로 지난 2월 13일 정당등록을 승인했다.

그런데 미래한국당의 한선교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대상을 선정하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월 19일 강하게 반발하며 “단호한 결단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공천결과는 부결됐고, 한선교 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헌법소원 청구인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헌법소원 청구인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경실련은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에 개입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공천 책임자를 사퇴시키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등 실제로 개입 및 통제해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 당선을 위한 위성정당에 불과할 뿐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며 “선관위는 정당법 규정을 근거해, 위와 같이 위법한 위성정당의 등록 신청을 형식적 요건만을 심사해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미래한국당은 정당의 개념표지를 결여한 위헌ㆍ위법한 단체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경실련은 “헌법 제8조에 근거해 정당법 제2조는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규정하는데, 위성정당은 본당(미래통합당)에 완전히 종속된 형태를 가진 단체에 불과해 자발성을 결여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위성정당은 개정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잠탈하기 위해 구상한 위성정당이며, 위성정당 설립 이전부터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는 위성정당의 설립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소속 의원들에게 이적을 권유하는 등 위성정당 당원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설립된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위성정당의 공천과정에서 당 외부인사들의 공공연한 압력과 개입으로 공천명단이 부결되고, 당대표가 교체되는 등 정당의 핵심기능인 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기능조차 자발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본당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고 짚었다.

경실련은 “본당은 위성정당의 외부에서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따라서 위성정당은 조직의 자발성이 결여된 사조직 단체에 불과하므로, 헌법과 정당법에 위반한 단체”라고 규정했다.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사무총장, 경실련 소송대리인 정지웅 변호사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사무총장, 경실련 소송대리인 정지웅 변호사

이와 함께 경실련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인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그 대표자를 감시하고 심판하는 것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따라서 책임능력이 배제된 위성정당은 책임을 지지 않는 대표자가 돼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과정을 파괴하며, 궁극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위성정당은 정당의 개념표지조차 갖추지 못한 정당으로서, 외형상으로도 정당으로 볼 수 없는 단체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위성정당) 등록승인행위는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판단을 교란해 정치적 의사형성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으므로, 정당등록제의 근본취지인 법적 안정성과 확실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개정 공직선거법은 ‘준연동형 비례투표제’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 비례국회의원을 해당 정당에 배분하고, 특히 소수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그런데 100석이 넘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소속 불출마의원, 비례국회의원을 파견해, 오로지 연동형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목적을 가지고 위성정당을 창당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위성정당을 활용한 비례선거제도 잠탈행위는 사표를 방지하고 투표가치의 평등을 보장해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위 편법을 용인하는 것 자체도 권리가 있는 자에게 정당한 몫을 배분하려는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앞줄 황도수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사무총장, 소송대리인 정지웅 변호사
앞줄 황도수 상임집행위원장, 윤순철 사무총장, 소송대리인 정지웅 변호사

특히 정당 쪼개기를 통한 국고보조금 잠탈에 대해 경실련은 “정당법 규정은 위성정당의 난립을 허용하고, 그들이 국고보조금을 유용하도록 해 공평한 경쟁 하에서 국민의 의견을 형성 및 반영하는 정당의 대의민주주의 기능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그렇다면 위성정당을 설립하고 국고보조금을 수령해 총선에서 사용함으로써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잠탈해 정당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당등록 승인의 대상이 된 위성정당은 헌법이 보장한 비례투표제를 잠탈할 목적으로 설립됐고, 특히 현역비례의원을 이동시켜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고 난 뒤 총선 이후에 다시 본당과 합당할 목적이 명확해진 이상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으로서 존재가치가 없다”고 규정했다.

경실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 정당등록 승인행위의 근거가 되는 정당법 제15조는 헌법적 보호 가능성이 전혀 없는 더불어시민당 및 미래한국당 등 불법적인 위성정당이 제21대 총선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헌법이 보장한 비례대표제를 잠탈해 정당으로서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한다”고 말했다.

발언하는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발언하는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경실련은 “특히, 정당 쪼개기를 통한 국고보조금 잠탈위험성이 높고, 비례 현역의원을 파견해 위성정당을 창당을 가능하게 하는 규정이므로, 정당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등록승인행위의 근거인 정당법 제15조는 정당등록 신청이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등록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등록을 신청하는 단체가 최소한 헌법에 위배되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위와 달리 해석하는 경우, 헌법에 반하는 단체임이 분명함에도 정당등록을 승인하도록 하는 위헌적인 법률 규정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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