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3일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으로 선거제도를 조롱하며 한국 정당 정치에 크나큰 흠결을 남겼던 과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고, 정당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논의에 적극 동참하라”며 공직선거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발언하는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발언하는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위성정당이 다시 출현하는 것을 막고, 애초 취지대로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거대 양당은 선거제 개혁 결자해지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경실련,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녹색연합,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손잡고,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투명성기구, 환경운동연합, 흥사단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발언하는 김호철 민변 회장
발언하는 김호철 민변 회장

4월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발해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맞서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미래한국당은 19석,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차지했다. 군소정당인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은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원내교섭단체였던 민생당은 비례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호철 민변 회장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호철 민변 회장

기자회견 사회는 민변 사무처장 김준우 변호사가 진행했고, 김경민(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민변 회장인 김호철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규탄 발언이 있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국장과 임선희 활동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국장과 임선희 활동가

다음은 김영수 한국 YMCA전국연맹 국장과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가 낭독한 기자회견문 전문.

<선거제도 개혁, 거대 양당과 국회는 결자해지하라>

<br>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br><br> 민변 사무차장 김준우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

민변 사무차장 김준우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

21대 총선이 끝났다. 21대 총선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높은 투표 참여율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높여준 선거로 평가되겠지만, 동시에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설립으로 민심이 심각하게 왜곡된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거대 양당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불일치를 줄이고,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선거제도로 만들어버렸다.

양당은 67.1%에 불과한 정당 득표율로 전체 300석 중 283석, 의석의 94.3%를 독식했고, 양당제는 2000년대 이후 그 어느 선거보다 공고해졌다. 이처럼 비례성과 다양성을 높이고자 했던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는 물거품이 됐지만, 거꾸로 이번 총선 결과는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공직선거법 재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영수 한국YMCA전국연맹 국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은 어떠한 성찰과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거가 끝나자마자 원내교섭단체에 주어지는 국고보조금 및 공수처장 추천권을 위해 위성정당들이 위장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상 정당이라 볼 수 없는 위성정당들이 모 정당의 이익을 위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국민 혈세를 받아가며 꼭두각시 정당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두려워한다면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오랫동안 선거제 개혁운동에 함께해 온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퇴행시킨 두 거대 정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위장교섭단체 설립 논의를 즉각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선거법 재개정을 위한 논의에 신속히 임해야 할 것이다.

민변 사무차장 김준우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임선희 한국여성단쳉련합 활동가
민변 사무차장 김준우 변호사,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임선희 한국여성단쳉련합 활동가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패스트트랙을 거쳐 4+1협의체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그런 집권여당이 위성정당을 설립하여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무너뜨린 행보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위성정당 창당이 반복되지 않도록 결자해지의 자세로 공직선거법 재개정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미래통합당 또한 전례 없는 야당 심판의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제라도 건설적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의원정수 축소나 비례대표제 폐지와 같은 반헌법적인 요구들을 반복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우리는 국회가 2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관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도 신속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 이미 2018년과 201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4:1에서 3:1로 감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법령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광역의회 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보다 표의 불비례성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랫동안 시민들이 요구해왔던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도 국회에서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임선희 한국여성단쳉련합 활동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우리는 거대 양당이 선거제도를 조롱하며 한국 정당 정치에 크나큰 흠결을 남겼던 과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고, 정당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논의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양당은 위성정당을 막는 것은 물론, 표와 의석수의 비례성을 높이고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국회 구성에 반영되는 선거제 개혁 논의에 조속히 나설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승리에 취해 선거제 개혁을 외면하거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제 개혁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도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21대 국회 첫 번째 과제가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되살리는 방향의 공직선거법 재개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혀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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