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구치소 수감자들에게 독방으로 옮겨주겠다며 돈을 받아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판사 출신인 A변호사는 2016년 8월 서울남부구치소 내 변호인접견실에서 혼거수용 거실에 수용 중인 B씨에게 “1100만원을 주면 독거수용 거실로 옮겨주겠다”며 제안했고, 이후 실제로 독거수용 거실로 옮겨준 다음 대가로 1100만원을 받았다.

A변호사는 2018년에도 2명으로부터 같은 방법으로 제안하는 등 3회에 걸쳐 3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변호사는 이 중 1명에게는 돈을 돌려줬다.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는 2019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A변호사에게 징역 10월과 추징금 2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서 사적인 연고관계 및 친분관계를 이용해 수감 중인 재소자들을 독거실에 수용해주겠다는 명목의 대가로 3300만원을 받은 것”이라며 “피고인이 공여자들에게 먼저 대가로 금액을 요구해 수령한 점, 실제로 2명은 알선한 취지대로 독거실을 배정받았고, 다른 재소자들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금품을 대가로 알선을 제안한 정황이 보이는 점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범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여자들에게 연락해 마치 자신이 정상적으로 사건을 수임하거나 자문한 것처럼 범죄를 은폐하려고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의 공적인 지위를 망각하고 공여자들의 그릇된 믿음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한 교정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피고인에게는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변호사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그리고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변호사는 “교정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독거실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이는 재소자의 인권과 처우에 관한 변호사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변호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는 2019년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A변호사에게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2200만원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A변호사의 범행에 대한 잘못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반성하고 있으며, 1100만원은 반환했고, 1400만원은 실제 알선행위를 담당한 변호사에게 지급해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수수한 금액보다 적은 점, 추징금을 공탁한 점 등 양형조건들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비해 무거워 부당하다”며 피고인의 양형부당을 받아들였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A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알선수재죄의 성립, 변호사의 직무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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