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에는 법원공무원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인 ‘법원본부’가 있다.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법원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인섭 법원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거북이 마라톤’ 얘기를 꺼냈다. 더디지만 한걸음씩 뚜벅뚜벅 전진하는 거북이처럼 법원본부를 이끌며 법원행정처와 단체교섭을 하고, 사법개혁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법원본부는 2005년 5월 법원공무원노동조합으로 출범해 15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8년에는 조합원들의 힘으로 노조설립신고를 쟁취했다. 그리고 2019년 법원본부는 법원행정처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법원본부장을 역임한 전호일 법원공무원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제10기 임원선거에서 공무원노조위원장에 당선될 정도로, 법원본부의 위상과 역할이 커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노동법원’ 설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법원공무원으로서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판사들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정말 황당한 궤변이고, 법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나아가 “국회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의 탄핵을 통해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법원본부는 총선 이후 탄핵 국회청원 등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법원본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낮은 평점을 주는 등 법원 내부에 대한 평가에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4월 13일 이인섭 법원본부장을 대법원에서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제7기 법원본부장 선거에서 높은 투표율(85%)과 압도적인 찬성율(94.5%)로 법원본부장에 당선됐습니다. 법원본부 조합원들의 신뢰가 두텁고, 그 만큼 기대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인섭 = 정권이 바뀌고 사법부 수장이 바뀌었는데도, 법원에서 대부분 하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임금은 하락하고 승진은 타 공무원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으로 적체가 심합니다. 이번 노동조합 선거에서 삶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표심으로 반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법원본부장 임기 2년 동안 어떤 성과를 남기고 싶습니까?

이인섭 = 내부적으로 조합원들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승진적체’ 해소입니다. 따라서 본부장 임기 내 상위직급 확대를 통해 승진기간을 단축해 반드시 승진적체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상위직급 확보 및 승진기간 단축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법원행정처와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노동 사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동법원’ 설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2020년 법원본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이인섭 = 승진적체 해소와 노동법원 설치 가시화는 법원본부가 2020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공무원연금 개악이 예상되는 해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노후 생존권을 지켜내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은 지금 수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 구조 개편, 사법행정회의 설치, 외부개방형 변호사 채용 등 향후 법원의 변화를 쉽게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법원공무원 노동자의 자존감을 지켜내고 법원의 당당한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노동법원을 말씀하셨는데, 2019년 법원본부와 전국공무원노조 등이 ‘노동법원’ 설치에 관련해 국회에서 심포지엄을 성황리에 개최했습니다. 현재 법원 내에서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한 진척은 있습니까?

이인섭 = 법원본부는 노동법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본부 내에 한시적으로 ‘노동법원설립 추진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초 법원행정처에 노동법원설립 추진 기구를 노사 공동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2020년 대법원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원행정처의 답은 없는 상태입니다.

법원본부는 4ㆍ15 총선 이후 제 시민사회노동단체를 중심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건설을 위한 노동전문법원설립 추진 공동행동’(가칭)을 설립해 제21대 국회 내에 노동법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 것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법원공무원으로서 어떻습니까?

이인섭 = 1심 재판부는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직권남용죄 위반으로 형사처벌은 할 수 없어 무죄다’라고 했습니다. 정말 황당한 궤변이고, 법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입니다.

이번 선고가 미치는 파장은 단지 이 사건에 대한 판결로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법농단 의혹의 주범과 몸통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에, 향후 항소심에서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결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대법원을 바라보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대법원을 바라보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 아울러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해 대법원에 통보한 판사들에 대한 징계도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요?

이인섭 =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한 법관 중 8명이 정직, 감봉, 견책 등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징계는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어 법관징계법상 최고 수위 징계는 고작 정직 1년에 불과합니다. 재판을 정치적 거래와 흥정의 수단으로 삼았던 판사들이 최고 수위인 정직 1년을 받고, 법원에 다시 돌아와 재판을 한다면 어떤 국민들이 이 재판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을 탄핵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의 탄핵을 통해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법원본부는 4ㆍ15 총선 이후 탄핵 국회청원 등 투쟁을 통해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2년 반이 넘었습니다. 김명수호 사법개혁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의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인섭 = 개혁은 먼저 적폐 세력에 대한 인적청산을 해야 하고, 다음으로 낡은 제도를 바로잡는 제도개혁을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 두 가지 모두 지지부진하다고 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비위 법관들이 법대에 앉아 재판을 하고 있고, 제왕적 대법원장체제라는 낡은 제도를 타파하고 사법관료화를 방지하는 제도 개선도 아직은 미진하다고 봅니다.

대법원 청사를 바라보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대법원 청사를 바라보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 그렇다면 법원본부는 사법개혁을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또 법원본부의 사법개혁 목소리는 무엇인가?

이인섭 = 올바른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선민의식(우월감)을 버려야 합니다. 즉 사법개혁은 법관, 변호사 등 소위 엘리트라고 칭하는 법조 직역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지난해 9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출범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이러한 선민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위원 중 현직 법관 6명과 대한변호사협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 비법관 위원들도 법조계 기관장로 구성된 것을 보면, 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법개혁은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과 바로 직결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법부 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법원공무원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마치 사법개혁이 법조 관계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생각을 버리고, 사법행정에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이자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2018년에 공무원노조 단체들과 민주노총 등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법원본부장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인섭 =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위원 구성의 면면을 살펴보면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대한변호사협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 법조 관계자가 7명이고,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중에 3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합니다. 그런데 ‘사법행정자문회의’ 구성원 모두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입니다. 사법개혁, 대법관후보추천 등 사법부의 주요 사안들이 모두 그들에 의해 결정되는 그들만의 잔치입니다.

대법관 한 명, 한명이 대한민국 사법부에 끼치는 영향은 큽니다. 단지 하나의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그 판결을 통해 법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그런 의미에서 내외부의 간섭 및 압박에 굴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과 소수자 및 약자를 위한 소신 있는 자를 임명하는 출발입니다.

민주적인 대법관이 임명되기 위해서는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 등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포함되어야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법원본부 본부장도 노동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노동자의 의견을 대변할 위원으로 추천된다면 당연히 위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국민들은 대법원 대법관 구성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에 관심이 큽니다. 법원본부에서 앞으로도 대법관 후보, 헌법재판관 후보를 추천할 것인가요? 후보를 추천함에 있어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해 추천할 것인가요?

이인섭 = 대법관 후보나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과 여부는 법원본부 운영위원회를 통해 상황에 맞게 판단해서 추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법원본부는 대법관을 추천함에 있어 ▲최고 법관에 걸맞은 윤리와 도덕성을 갖춘 인물 ▲정치권력 등 내외부의 간섭 및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과 소수자 및 약자를 위한 소신 있고 일관된 삶의 궤적(판결이력, 인권운동경력 등)을 가진 인물 ▲사법행정권의 축소 등 법원의 민주적 운영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대법관회의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인물 등을 법원본부 기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 법원본부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인섭 =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수많은 노동자가 무급휴직을 강요받으며 생계를 위협 받고 있습니다. 건강권을 넘어 생존권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공무원노동자의 상황도 그리 녹녹치는 않는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연금개악, 임금동결 등’의 언론 기사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더욱 더 단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과 이용관 사무처장
이인섭 법원본부장과 이용관 사무처장

<주요 약력>

이인섭 제7대 법원본부장은 2003년 법원공무원으로 법원에 들어왔다. 이후 법원본부(법원노조) 수원지부 사무국장, 수원지부장, 법원본부 사무처장, 법원본부 단체교섭 준비 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과 함께 제7기 법원본부 집행부를 이끌 이용관 사무처장은 2004년 법원에 들어와 법원본부 울산지부 조직부장, 울산지부 사무국장, 울산지부장, 법원본부 단체교섭 교섭위원 등을 역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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