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주빌리은행 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계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원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대법원(법원행정처), 서울회생법원 및 각 지방법원에 ▲개인회생 채무자의 변제계획불수행 기준 완화 ▲변제계획변경 신청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판단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4조 제2항에 따른 면책결정 적극 해석 ▲파산 절차의 엄격성 완화 및 파산신청 안내 ▲개인회생ㆍ파산 사건 신속 처리 ▲한계채무자들에게 개인회생ㆍ파산 제도 및 절차 적극 고지 등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권호현 변호사가 ‘파산ㆍ회생절차 관련 법원의 적극적 조치 촉구 취지’에 대해,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인 백주선 변호사가 ‘파산ㆍ회생절차 규정 및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그리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남주 변호사가 ‘코로나 사태 국면 파산ㆍ회생절차 운영의 과제’에 대해 발언했다.

또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이 ‘한계에 놓인 개인회생 채무자의 어려움’에 대해 발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융정의연대 김누리 간사, 참여연대 김주호 사회경제1팀장,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간사, 정영진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사무국장 등도 참여했다.

기자회견 사회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가 맡아 진행했다. 신동화 간사는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하며 법원에 촉구했다.

“법원은 삶의 나락에 내몰린 한계채무자를 적극 구제하라”

“법원은 개인회생 채무자 면책 결정 적극 이행하라”

“법원은 개인회생 파산 신청에 신속하게 대응하라”

발언하는 김남주 변호사
발언하는 김남주 변호사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원에 적극적인 채무자 구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 것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으로 채무자들이 삶의 한계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2월 실업급여 신청자는 전년 동월 대비 33.8%나 급증했고,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대치(7819억원)를 보였다”며 “3월 고용상황은 이보다 더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하면서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약 82%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응답했고, 약 70% 이상의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하반기가 되면 소득을 상실하고 한계에 내몰린 중소상인,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대거 개인회생ㆍ파산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발언하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발언하는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3월 전 금융권 가계부채가 9.1조원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장기불황으로 이들이 부실화 될 경우 회생절차를 밟게 될 채무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2020년 2월 한 달 동안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7388명으로 전년도 동월(6719명) 대비 약 10%가 증가했고, 올 3월에는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30~40%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금융위원회 등이 개인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부담을 경감할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아직까지 별도의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 채무자에 대한 것으로, 그보다 더 한계 상황에 있는 개인회생 채무자를 관장하는 법원은 아직 미온적인 입장이어서 보다 적극적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변제금액을 감당하지 못해 회생절차로부터 탈락한다면, 이는 채무자들의 이른 부채 청산과 사회복귀를 지향하는 현 개인회생ㆍ파산제도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짚었다.

발언하는 권호현 변호사
발언하는 권호현 변호사

이날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인회생 채무자 등 구제를 위한 적극 사법행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의견서를 대법원, 서울회생법원, 각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는 크게 5가지 내용을 담았다.

◆ 변제계획불수행 기준의 완화

현행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은 채무자가 3개월 이상 변제를 지체한 경우 변제계획불수행으로 보고, 폐지결정 절차에 착수하게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으로 경기후퇴와 실업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변제계획불수행 기준인 3개월 변제 지체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1~2개월 지체되어도 변제계획 불수행 사건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변제계획변경 절차를 안내하고 이에 착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발언하는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 백주선 변호사
발언하는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 백주선 변호사

◆ 변제계획변경신청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판단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 회생위원, 채권자로 하여금 변제가 완료되기 전 변제계획의 변경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회생법원 실무준칙’은 고용주의 폐업, 임금체불, 실직 및 기타 채무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소득이 사라지거나 감소한 경우, 이를 소명해 변제계획 변경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폐업과 실직 등에 따른 소득감소는 변제계획 변경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제계획 변경을 적극적으로 인가하도록 하고, 변제금액 조정 등 변제계획 변경안을 회생위원이 이행하도록 감독해야한다”고 제시했다.

◆ 채무자회생법 제624조 제2항에 따른 면책결정의 적극 해석

채무자회생법 제624조 제2항은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 면책결정일까지 변제받은 금액이 파산신청 시 배당 금액보다 많고, 변제계획 변경이 불가능한 경우, 변제계획 완료 전에도 면책결정을 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실업난 등이 예상되므로 법원은 채무자에 대한 면책결정을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활동가, 백주선 변호사, 권호현 변호사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활동가, 백주선 변호사, 권호현 변호사

◆ 파산절차의 엄격한 운용 지양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원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개인회생이 불가능한 채무자에 대해 파산신청의 문턱을 낮추고, 이를 안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신속한 사건처리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인회생ㆍ파산 사건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서울회생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법원의 절차가 신속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며 “전국 법원에 도산사건 담당 재판부를 증설하고, 파산관재인과 회생위원을 확충하고 교육해 신속하고 수준 높은 업무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발언하는 김남주 변호사
발언하는 김남주 변호사

시민사회단체들은 “재난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깊고 또 오래 영향을 끼친다. 또한 취약계층일수록 정보 접근성이 낮고, 생계에 쫓겨 복잡한 파산회생절차에 적극 관여할 여력이 없다”면서 “따라서 채무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부채의 늪과 실업의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원이 적극 사법행정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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