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하는 ‘전살법’에 의한 개 도살행위가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개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농장 도축 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도살해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 동물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1심과 2심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살방법을 이용해 개를 도축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은 2018년 9월 A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특정인이나 집단의 주관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ㆍ외 증상 등을 심리했어야 했다”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은 2019년 12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수의과대학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해 환송판결이 제시한 사항들을 충실히 심리한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방법은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에 대한 아무런 강구 없이 개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기 충격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인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을 현저히 침해할 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과 같은 법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성을 가지므로, 사회통념상 객관적ㆍ규범적으로 볼 때 동물보호법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다시 상고했다. 이 사건은 쟁점은 피고인이 사용한 개 도살방법이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 운영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심리와 판단은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전살법에 의한 개 도살행위가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동물의 생명보호와 그에 대한 국민 정서의 함양이라는 동물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충실히 구현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대법원 판결 후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보호단체 행강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개 전기도살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우리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을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잔혹한 개 도살의 굴레를 끊어낼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개식용 산업에 만연한 개 전기 쇠꼬챙이 도살은 유죄이며, 모든 개 도살은 동물학대로써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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