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학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월요일에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은 효율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으며, 사실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실기하기 전에 신속하게 정부안을 수정하고 보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예일대학교 경제학박사 박상인 교수는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장을 맡고 있고, 시민단체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과 재벌개혁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가 지자체와 협력해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제학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와 관련,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먼저 하위 소득 70% 기준은 매우 잘못된 긴급 재난지원 기준”이라며 “하위 70% 소득이라고 이야기하니 대다수 국민이 자신들도 포함될 지 여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그러니 일단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을 경우에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며 “자산은 많고 근로소득이 낮은 ‘재난적 상황’과 무관한 가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재산환산액을 산정하려면 ‘긴급’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산소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자료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인데 2018년 자료가 가장 최근 자료다. 재산환산액 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결국 건강보험자료든, 국세청 자료든, 작년말 소득 기준이 사용될 것 같다”며 “건보자료를 쓰면 지역가입자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재산소득이 환산된다. 그런데 지역가입자의 경우에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이 가입해 있는데 작년까지 수입이 괜찮다가 올해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은 분들이 오히려 배제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만약에 중위소득이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재산환산액 산정이나 불공정성 관련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물론 전 국민에게 준다면 논란이 없을 것이지만 한정된 재원을 70% 가계에 나눠주는 것도 재난지원금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모두에게 나눠주면 재난지원금의 역할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는 “둘째 긴급재난지원금은 아무리 빨라도 5월 중순에 집행 가능하다. 실제로 5월 안에 지급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장 4, 5월에 생계가 막막해질 분들에게 도움이 못 되는 ‘느림보’ 지원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신속하게 2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국회의 협력도 당부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지원금 재원의 2/9 정도인 2조원을 지자체에게 부담시키겠다는 계획을 버리고, 오히려 지자체들이 4월 안에 우선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그리고 발표한 재난지원금은 2차 추경으로 마련하거나 예산구조조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상인 교수는 “셋째, 중복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며 “이미 기초생계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분들은 긴급재난 생활지원 대상이 아니다. 재정의 효율적인 집행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넷째, 진정 긴급재난 지원이 필요한 분들은 코로나19로 일차적 충격을 받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일용노동자, 무급휴직자들”이라며 “이분들에게 실업급여에 준하는 생활지원비를 신속히 지원하는 게 더 급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추가 재원을 2차 추경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상인 교수는 “다섯째, 소상공인들에 신규 금융지원은 3등급 이상 고신용자 중심으로 최소 3천만원 이상으로 하고, 가용한 지원금액도 현실적으로 늘여야 한다”며 “저신용 소상공인에게는 금융지원 보다 실업급여에 준하는 재정지원이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의 충격이 곧 가시화될 항공, 여행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수출수요 감소로 2차적 충격을 받을 제조업종에 대한 지원과 대비도 필요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3차 추경도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40% 정도, OECD 평균 119%에 비해 매우 양호한 수준이고, 또한 200조원까지 재정적자를 늘려도 EU 국가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지원 패키지의 평균 수준인 GDP의 11% 정도가 된다”며 “물론 재정건전성을 우려한다면 예산조정과 한시적으로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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