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계약 정수기 설치기사들 퇴직 선물…주휴수당 등 법정수당 승소
용역계약 정수기 설치기사들 퇴직 선물…주휴수당 등 법정수당 승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3.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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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정수기 회사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다가 퇴사한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이 회사에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청구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A회사는 정수기 제조 및 판매, 임대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회사와 용역위탁계약을 맺은 B씨 등은 정수기 필터교체, 점검, 수리, 신규설치, 이전설치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미 퇴사한 기사들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냈고, 울산지방법원은 2017년 11월 근로자의 지위를 확인하면서 퇴직금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확정됐다.

이 회사에서 6년에서 13년 정도 근무하다 퇴사한 정수기 설치수리기사 8명은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인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2018년 8월 소송을 냈다.

반면 회사는 “용역위탁계약은 원고들의 매월 실적 및 판매건수에 따라 법정수당이 포함된 용역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이므로 회사가 추가로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설령 포괄임금계약이 아니더라도, 원고들이 지급받은 용역비는 월급제에 따른 것으로서 그런 월급에는 이미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으므로 회사가 추가로 주휴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소정근로일을 정하지 않았기에 주휴수당 발생 여부를 논할 여지고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또 “원고들은 지급받은 용역비는 업무실적에 의해 결정되는 비고정적 수당으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통상임금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맞섰다.

하지만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최근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이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해 회사에 청구한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먼저 포괄임금제인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춰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면서 “이 사건 원고들의 근로내용 자체가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고, 피고와 원고 사이의 용역비에 관한 약정이 포괄임금약정이라고 본다면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한 약정인 점에서 포괄임금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휴수당이 월급에 포함돼 있으므로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회사의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먼저 “월급은 임금이 월 단위로 결정돼 월(月)의 근로일수나 근로시간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일정한 임금이 지급되는 임금형태를 뜻하는데, 원고들의 경우 근로의 제공 정도와 성과 등의 요소를 고려해 책정한 용역비를 단지 월 단위의 주기로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용역비에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돼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수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회사는 원고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원고들의 서명로그데이터(로그 기록)만으로는 실제 근무시간을 산정할 수도 없으므로 통상임금도 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근로자들은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시간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도 고객 방문준비, 이동, 고객요청에 의한 대기 등의 부수적 행위를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는 그런 부수적 행위가 방문기사라는 원고들 업무 특성상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므로, 로그 기록만을 기준으로 총 근로시간을 책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용역기사들로 하여금 하루 최소 5건 이상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했고, 일일 근무시간 8시간, 일일 처리건수 12~15건을 권장함에 따라 용역기사들은 통상적으로 하루 10건, 많을 때는 20건 이상을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에 의해 권장되고 또 원고들이 실제 근무한 시간에 가장 접근해 보이는 1일 8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기본급 없는 실적에 따른 수당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는 회사의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수령한 수당은 계약을 체결시키거나 고객의 정수기를 직접 관리함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므로 근로의 제공과 직접적 관련이 있고, 렌트비의 일정액을 수당으로 지급받을 수 있어 고정급에 가까운 일정률의 금액을 지급받았던 점에 비추어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법무법인 해율(대표 변호사 임지석)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서초사무소장인 이충윤 변호사와 조성제 법률사무소의 조성제 변호사가 2018년 8월부터 햇수로 3년간 함께 수행했다.

이번 판결에 회사측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렇게 도출된 통상임금 및 근로기준법에 기초해 원고측 8명의 근로자들은 토요일 근무의 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 및 미지금 연차휴가수당 약 2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고 소송대리인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이번 판결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처럼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근로자성만 인정되면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모두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회사가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깨닫고 법을 준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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