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해 법원공무원들이 검찰에 형사고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대법원 게이트”라고 규정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재판 거래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를 제안”하고 나섰다.

사진=진선미 의원 페이스북
사진=진선미 의원 페이스북

30일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의혹이 점입가경이다”라며 “법원의 숙원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의 비위와 구미에 맞는 판결을 일삼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홍 원내대표는 “대법원장은 정치적 외풍을 막는 최일선의 방패이며, 판사들의 독립과 중립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임기 내내 국민을 위한 판결, 사법부 독립을 수없이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양승태 체제 사법부의 민낯은 청와대를 위한 판결, 행정부 종속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출신인 홍영표 원내대표는 “노동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특히 문제가 많이 있었다. KTX 여승무원 해고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콜텍 정리해고 사건, 철도공사 파업관련 사건 등이다”라고 열거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 중에서도 통상임금 사건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이 2013년 통상임금 선고 다음날 작성한 문서에서 ‘판결의 취지가 잘 보고, 전달되었음’,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이 재계의 입장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 판결 선고 결과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고민을 헤아리고 이를 십분 고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대법원이 노동자, 국민, 대한민국 노동법의 법리보다 청와대만 바라보고 판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5년 7월 작성한 문건에서는 국가 경제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판결로 분류되었다. 여기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적시했다. 또한 4대 부문 개혁 중 가장 시급한 부문은 노동부문이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도 밝히고 있다”면서 “법원이 언제부터 재판으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고 노동시장 개혁까지 앞장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법은 약자가 기대는 마지막 기둥이다. 이제 국민들이 기댈 곳은 어디인가? 대법원 판결의 권위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어떻게 바로 설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서 광범위한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노동계에 대한 잘못된 일방적 판결에 대해서 바로 잡는 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 진선미 국회의원
변호사 출신 진선미 국회의원

특히 변호사 출신인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도 “박근혜 정권 시기 대법원이 적극적인 기획 하에 박대통령이 좋아할 판결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단순히 정권의 눈치를 본 정도가 아니라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협상도구로 삼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거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수석부대표는 “이번 사건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대법원 게이트다”라면서 “재판 뒷거래에 판사 출신 청와대 비서관이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세월호 재판을 특정 재판장에게 배당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원을 믿으라 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로 목숨을 포기한 KTX 승무원 해고노동자, 쌍용차 등 해고노동자들을 기억한다. 고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조금이나마 답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재판 거래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는 “또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모든 야당이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자유한국당은 방탄국회를 걷어내고 조속히 국회 정상화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관련해, 워낙 중요한 문제여서 한 말씀 드리겠다. 사법부의 일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정치권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그 때 작성된 문건에는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의장은 “그런데 그 내용 하나하나가 너무나 충격적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면담을 앞두고 작성된 문건들에는 상고법원 설득전략으로 사법부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문건에 언급된 10여 건의 대법원 판례 중에는 키코 사건과 KTX 승무원 사건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키코 사태는 파생금융사건 상품 때문에 수많은 수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고 잘 나가던 기업이 도산하고 건실한 기업인이 자살한 경우도 있는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금도 이 키코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짚었다.

또 “KTX 승무원 사건은 비정규직과 여성을 외주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1심과 2심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해고 승무원들은 각자 1억원에 가까운 빚을 떠안았고, 어린 아이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엄마도 있었다”고 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법원공무원노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법원공무원노조

김태년 의장은 “그런데 법원행정처 문건은 키코 사건과 KTX 승무원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법부가 국가경제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노동개혁을 지원한 판결의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면담에 활용하기 위해 10여 건의 대법원의 판례가 거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김 의장은 “문건에 담긴 계획들이 실행되지는 않았더라도, 사법부가 재판을 두고 행정부와 거래를 계획한 것만으로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헌법 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안팎에서 후폭풍이 확산되고, 판결의 당사자들은 재심까지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1차적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대법원은 의혹 없는 진상규명,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정애 제5정조위원장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있었던 판결 중에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 하나가 통상임금 관련한 판결이었다. 기억하겠지만 우리가 정기적, 일률적으로 주는 임금과 관련한 것을 뇌리에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고정성’이라고 하는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 하나 추가되면서 통상임금의 적용범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일이 있었다. 이것과 관련한 내용도 이번에 진상규명, 진상조사가 철저히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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