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24일 <21대 국회, 사법개혁 5대 과제, 이것만은!> 제안서를 발표했다.

사법개혁 5대 과제는 크게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대법관 증원 및 구성 다양화 ▲국민의 재판청구권 확대 ▲판결문 전면적 공개 및 법관평가확대(실질화) ▲비위 판사ㆍ검사 탄핵 및 징계제도 개선이다.

민변과 공감은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법원개혁의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20대 국회에서의 논의와 입법 노력은 실종된 상태”라며 “법원행정처 폐지ㆍ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민주적 사법행정을 강화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판결서(판결문)의 전면적 공개를 통해 법관평가의 실질화ㆍ현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몇 개월 뒤면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변(회장 김호철)과 공감(이사장 전수안)은 “다가오는 총선을 맞아 제21대 국회가 집중해야 할 ‘사법개혁(법원개혁) 5대 과제’를 선정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민주적 사법시스템 구축을 위해 21대 국회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5대 과제”라고 말했다.

◆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민변과 공감에 따르면 한국 법원의 사법행정구조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피라미드형 관료적 사법구조다. 대법원장 1인이 사법행정에 관해 모든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 평정권에서부터 국회에 대한 의견 제출, 예산 등 모든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지고 있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총괄권, 법관들의 서열 및 승진구조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통해 법원조직의 특수한 폐쇄성을 형성하고 있다. 판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평정의 기준을 설정하고, 평정을 실시하고 인사관리에 반영하는 권한도 대법원장에게 집중돼 있다. 판사들은 법원장의 눈치를 보고, 법원장은 자신을 그 자리에 앉힌 대법원장의 뜻에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 결국 승진 인사 등에 반영되는 평정제도를 통해서 법관사회가 순치되고 동일체적인 조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 개입과 거래를 실행한 중심 기구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계기로, 법원행정처 중심인 우리나라 사법행정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대한 비판은, 법관들 중심의 폐쇄적인 구성, 계층화된 관료적 구조 등으로 인해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민변과 공감은 “법원조직법 제9조의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총괄권 삭제해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해체하고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관 관료화의 상징인 법원행정처 탈판사화 즉 상근하는 판사를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에 관한 결정을 집행하는 지원기관이면 족하지 권력기관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변과 공감은 합의제 기구를 통한 사법행정 가칭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을 주장했다.

두 단체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총괄권을 삭제하고, 가칭 ‘사법행정위원회’ 신설해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사법행정위원회에는 비법관 위원을 다수로 해 민주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행정위원회는 법관 임용 및 평정ㆍ전보인사의 실시 등 법관 인사, 법원 조직 및 인력배치, 법관 감찰 및 교육, 재판절차 개선 등의 사법정책을 심의ㆍ의결한다.

◆ 대법관 증원 및 구성 다양화

대법관의 출신 지역, 학교, 성별, 연령 등의 형식적 다양성을 넘어 경험과 이념을 고려한 실질적 다양성 지향이다. 이를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심사방식을 개선해 추천의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의 권리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4,000건에 이를 정도로 업무가 과다한 상황에서 대부분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 돼 당사자의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 대법관 간의 실질적 토론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재판연구관 보고서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대법관 증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변과 공감은 충실한 상고심 심리와 대법관 다양화를 위해 우선 최소한 50명 이상으로 대법관 증원을 주장했다. 100명이 훨씬 넘는 최고법관으로 구성된 독일, 프랑스 등 최고법원에 비추어보면 50명도 적은 수라고 한다.

또 법원행정처장과 같이 재판하지 않는 대법관이 없도록 해야 하고, 대법관 증원에 따라 전원합의체 대신에 대법관 정수의 일정 비율로 합의체를 구성해 대법원 판례 변경 등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고사건이 대법원 소부에서 처리되는 현실을 고려해 대법원 소부 자체를 좀 더 다수의 대법관으로 구성하고 그 구성의 다양성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국민의 재판청구권 확대

민변과 공감은 “대부분의 사실심에서 5분 재판으로 대변되는 형해화 된 변론이 진행되고, 증거수집과 제출에 대해 방법과 기회가 실질적으로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사건 수의 과중으로 사실심 단계에서 충분한 기회를 당사자에게 부여하기 부담스러워하고, 신속한 처리만을 중시하는 관점이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사실심 심리의 내용이 전문화되고 있으나, 이를 담보하는 법원의 전문성은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공감은 법관 대폭 증원을 통한 사실심 충실화의 환경 조성을 꼽았다. 또 노동법원 등 전문법원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리고 재판부 변동을 최소화해 재판부의 심리 단절 방지를 제시했다.

◆ 판결문 전면적 공개 및 법관평가확대(실질화)

민변과 공감은 “현행법이 확정된 판결의 판결문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공개정도가 미흡하다”며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검색 가능한 공개된 판결은 전체 대법원 판결의 3.2%, 각급 법원 판결의 0.003%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도서관을 통한 ‘판결정보 특별열람’ 서비스의 경우 검색 가능한 컴퓨터는 4대 뿐이고, 90분 동안 선고법원ㆍ사건번호만 적어 온 뒤 따로 판결문 사본을 신청하도록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민변과 공감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 ‘판결문 통합검색, 열람시스템’을 통해 검색 가능한 판결서는 형사는 2013년 1월터, 민사는 2015년 1월부터의 판결 중 확정된 판결만 해당되고, 판결서는 PDF파일 형식으로 제공되며, 파일 자체에서 단어검색 등의 편집이 불가능하며 판결서 다운로드에 수수료 각 1000원, 1회당 5개까지만 다운로드 가능하다.

민변과 공감은 “판결서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접근성이 떨어져 판사의 도덕적 해이 발생하고, 각 판결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제고 및 사법작용에 대한 국민의 적절한 감시를 통해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관평가 문제도 제기했다.

민변과 공감은 “법관에 대한 평가가 법원 내부 상급자인 법원장 등의 평정주체에 의해서만 이루어져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국민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건통계를 통한 법관평가로 인해 판사가 상급자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재판진행을 하게 되는 경향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재판을 받는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상급자의 평가가 중요한 만큼 상급자의 재판개입에 대한 문제의식도 사라져 사법농단과 같은 사태가 수월하게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돼 있다”며 “결과적으로 법관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두 단체는 판결서(판결문) 전면적 공개를 주장했다.

또 법관에 대한 외부 평가 기준 도입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법률 및 재판절차에 대한 지식을 갖춘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법관평가단을 통한 주기적 모니터링, 그리고 변호사단체의 법관평가결과 반영, 법관인사위원회 구성 다양화를 제시했다.

◆ 비위 판사ㆍ검사 탄핵 및 징계

민변과 공감은 비위 판사ㆍ검사에 대한 법원 및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만연하다고 지적한다.

민변과 공감에 따르면 변호사에 음란전화 판사는 감봉 3개월 후 계속 법원에서 근무하고, 고소장 위조 검사는 징계 없이 사직 후 김앤장 변호사로 취업했다. 2015년 부산 스폰서 판사는 징계 없이 사직 후 전관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법농단 연루 법관 66명은 전원이 현직 판사로 계속 재직 중이다.

민변과 공감은 “비위 판사ㆍ검사 탄핵은 헌법과 법률이 국회에 준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두 단체는 “사법선진국에서는 국회를 통한 탄핵이 활성화 돼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회는 헌정 사상(71년 간) 단 1명의 판사ㆍ검사도 탄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판사ㆍ검사 탄핵은 총 12번 시도됐으나, 모두 부결되거나 표결도 못해 보고 폐기됐다. 지난 2년간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민변과 공감은 “판사 징계는 최대치가 ‘정직 1년’에 불과하고, 검사 징계는 검찰총장이 청구하지 않으면 개시할 방법이 없다”며 “비위 판사ㆍ검사의 계속 재직으로 사법불신이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OECD 사법시스템 신뢰도 설문결과 37개국 중 꼴찌는 뼈아프다.

이에 민변과 공감은 비위 판사와 검사에 탄핵을 주장한다.

21대 국회 개원 즉시, 법원ㆍ검찰에 재직 중인 비위 판사ㆍ검사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공직 유지가 어려운 최소한의 비위 판검사에 대해 신속하게 탄핵소추해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에 부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비위 판사ㆍ검사에 대한 징계 확대를 주장했다.

민변과 공감은 현행법에서 현직 법관들과 검찰총장만이 징계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조항(법관징계법 제7조 제1항, 검사징계법 제7조 제1항)을 개정해 법무부장관ㆍ변협회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외부에서도 비위 판사ㆍ검사에 대해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행법에서 법관징계위원회 위원 전원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하는 조항(법관징계법 제5조 제1항)을 개정해, 법관징계위원회 위원 구성에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국회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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