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공무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사법농단’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비참함을 느낀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부가 스스로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청와대 산하 비서실로 전락한 사건”이라고 참담해했다.

3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 그 관련자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법원본부 집행부 30여명이 참여했다. 또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노정섭 부위원장이 투쟁사를, 전교조 이을재 부위원장이 연대사를 했다.

이 자리에 모인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를 구속 수사하라”, “이게 법원이냐, 관련자를 형사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법원본부는 조석제 법원본부장을 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과 형사처벌을 촉구하는 법원본부 조합원 3453명의 서명부를 서울중앙지검에 함께 제출했다.

피고발인으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전 기조실장), 이규진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양형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이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 법원공무원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본부 전호일 교육선전국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발개요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전호일 국장은 법원본부장과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과 전호일 교육선전국장(우)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과 전호일 교육선전국장(우)

전호일 국장은 “법원행정처의 모든 사무에 대한 지휘책임이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그 지휘를 받아 법원행정처를 직접 관장한 처장, 차장 및 이들과 실장과 국장 등은 모두 그 수사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피고발인들에 대한 죄목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라고 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판사와 재판의 독립성에 대한 사법부 내부의 침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사법부의 자체적인 조사가 3회에 걸쳐 진행됐으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3차 조사결과 마저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법부 자체의 조사는 모두 이 사건을 사법부 구성원들에 의한 과거의 잘못을 털어내고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기 위한 것이다.

좌측 전호일 교육선전국장
좌측 전호일 교육선전국장

하지만 전호일 국장은 “특별조사단이 출범했을 때 목표를 보면 ‘사법부 스스로의 힘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이번 사안을 해결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목적에서 진행됐다”며 “하지만 이번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봤을 때 판사들의 인사상 불이익과 관련해서는 기밀을 이유로 조사가 거부돼 그런 내용들은 조사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이런 것을 봤을 때 특별조사단 주체의 한계와, 조사방법의 한계 대문에 불가피하게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고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권한이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의해 주어진 권한 내에서 공정하게 행사됐는가라는 관점에서 즉 직권남용이 있었는가라는 관점에서 이 사건은 이제 조사가 아닌 수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게 법원본부의 판단이다.

고발내용은 2차 추가조사와 3차 특별조사단의 보고서를 토대로 ▲‘국제인권법연구최 내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및 국제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에의 개입 등 남용행위에 대한 행위 ▲사법행정위원회 구성에 관여하는 직권남용에 대한 행위 ▲‘이판사단야단법석 카페’의 동향파악과 폐쇄 유도에 대한 행위 ▲법관에 대한 성향, 동향 파악의 직권남용에 대한 행위 등이다.

전호일 국장은 “그 외 법원행정처에 처장, 차장, 실장, 국장으로 근무하며 이 사건에 관여한 자들의 개별적 사안 등은 법리 검토 후 추가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본부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회견문은 전국공무원노조 사법개혁위원회 이경천 위원장과 법원본부 사법개혁위원회 우재선 위원장이 낭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을 사찰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1차조사, 추가조사에 이어 3차 조사다.

법원본부는 “이게 법원이냐!! 지금 국민들에게 법원은 재판거래소, 흥신소, 로비스트 집단으로 회자 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법원본부는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1차, 2차 조사 결과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1차, 2차 조사 결과가 법관 사찰과 성향분석에 따른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법관의 독립 훼손의 문제였다면, 이번 3차 조사결과는 사법부가 스스로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청와대 산하 비서실로 전락한 사건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참담해했다.

법원본부는 “핵심은 재판거래에 있다”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지 사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해야 BH(청와대)와 대법원이 윈윈하는 결과가 될 것인가, 어떤 시점에 결정해야 극적효과를 낼 것인지를 검토하고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본부는 “또한 사법부는 그 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면서 그 근거로 과거사정리위원회 사건과 대통령 긴급조치사건에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이석기 의원 내란선동죄 중형선고, 통상임금사건에서 소급적용을 제한, KTX 승무원 해고를 정당화하고 철도노조 파업이 업무방해죄로 해당하는 판결들을 예로 들었다”고 적시했다.

또한 “청와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직을 상실시키는 방안을 제시해 보수적 색체가 강한 지역을 선정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해 재창당 움직임을 사전에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했다. 더불어 실제 재판에서 미리 그 결과를 파악하고 선고 연기요청을 하는 등 재판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법원본부는 “이번 특별조사단의 발표는 블랙리스트 대상 법관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없다고 했으나 실제 당사자인 법관은 그 부분에 동의하지 못하는 등 아직도 완전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고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특히 이 모든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조사자와 피조사자가 모두 법관으로 구성돼 있는 한계와 조사 방법의 한계에 의한 것으로 강제수사가 불가피함을 스스로 발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법원본부는 이번 사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비참함을 느끼며 관련자 전원 형사처벌을 바라는 연서명에 동참한 3453명의 법원공무원의 요구를 담아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격언은 지금 우리 법원이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라며 “국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 죄, 전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국가권력에 봉사한 죄가 고발의 핵심이다. 부디 성역 없는 수사로 일벌백계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본부는 이 자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승줄로 포박하고 구속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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