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황혼이혼과 졸혼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혼인을 맺어 부부로 30~40년을 함께 살아온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상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지난 11일 2019년도 상담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상담소는 2019년에 15만 306건을 상담했다. 이중 이혼상담이 4783건이었는데, 상담소를 찾은 여성내담자는 3435명(71.8%), 남성내담자는 1348명(28.2%)이었다.

◆ 노년 남성 “소외, 빈곤, 분노, 고통”

경제력 없어지자 가족, 사회로부터 무시, 소외, 고립

자녀집 가서 안 오는 아내 많아, 오랜 기간 사실상 이혼 상태

자녀도 아내 편 들고 찾아오지 않아

가정 내 소통 부재, 우울감, 불안감, 상실감 증가로 이어져

팬클럽, 집회 등 소통할 곳 밖에서 찾아

재산분할 원치 않아 이혼 대신 졸혼

◆ 노년 여성 “빈곤, 무시, 억압, 질병”

젊어서 돈 번다 유세한 남편, 늙어서까지 뒷바라지하기 싫어

평생 남편, 자녀 뒷바라지에 내 인생 없어

자녀도 능력 없고 무시당하는 엄마 싫어해

몸고생 마음고생으로 아픈 몸만 남아

할 만큼 했으니 이혼하고 내 인생 찾고 싶어

재산, 연금 분할 받기 위해 이혼 선택

여성의 이혼상담 사유는 1위 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갈등, 생활무능력 순), 2위 남편의 폭력, 3위 남편의 외도로 나타났다. 남성의 이혼상담 사유는 1위 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강요 순), 2위 아내의 가출, 3위 아내의 외도였다.

60대 이상의 여성 이혼상담은 1999년 3.5%→2009년 5.5%→2019년 25.3%로 급증하고 있다. 또 60대 이상의 남성 이혼상담도 1999년 4.8%→2009년 12.5%→2019년 43.5%로 급증했다. 10년 전에 비해 여성은 4.6배, 남성은 3.5배 증가했다. 20년 전에 비하면 여성은 7.2배, 남성은 9.1배 증가한 수치다.

여성은 40대, 남성은 60대 이상의 이혼상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성의 경우 40대(956명, 27.8%), 50대(908명, 26.4%), 60대 이상(870명, 25.3%), 30대(562명, 16.4%), 20대(138명, 4.0%)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60대 이상(586명, 43.5%), 50대(324명, 24.0%), 40대(269명, 19.9%), 30대(160명, 11.9%), 20대(9명, 0.7%) 순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과거에는 30대와 40대의 비율이 높았으나, 10년 전인 2009년 이후부터 30대는 감소하고 50대는 증가해 2013년에는 40대, 50대, 30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후 남성은 연령대가 더 높아져 2016년부터는 60대 이상이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1순위로 올라섰고, 2019년에는 60대 이상이 43.5%를 기록했다.

여성은 2017년에 50대가 1순위로 올라섰다가 2018년부터는 다시 40대가 1순위를 차지했으나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2009년 이후부터는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2009년 5.5%, 2011년 9.2%, 2013년 12.4%, 2015년 18.1%, 2017년 21.1%, 2018년 23.5%, 2019년 25.3%)

<남성 고령자의 이혼상담 사례>

내담자 남성(88세)은 “혼인한 지 60년이 지났다. 살면서 아내와 잘 맞지 않아 자주 다퉜다. 15년 전에도 사소한 일로 다투다 내가 화가 나서 아내를 폭행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집을 나가 버렸다. 그렇게 15년이 지났고, 처음에는 큰딸 집에 가 있었는데 현재는 어디 있는지 모른다. 자녀들과도 연락 없이 지낸 지 오래됐다”며 이혼하는 방법을 상담했다.

<여성 고령자의 이혼상담 사례>

내담자 여성(84세)은 “24세에 혼인해 지금까지 60년 살았다. 아들만 둘 있다. 배운 것이 없어 평생 장사해 먹고 살았다. 남편은 혼인 초부터 걸핏하면 주먹질을 해댔는데 지금도 그런다. 집을 남편 앞으로 해놨고, 월세가 500만원이 나오는데 그 돈을 쥐고 아직도 유세다. 남편이 돈을 쥐고 있으니 내가 폭행을 당해도 아들들도 남편에게 뭐라 하지 못한다. 이제라도 이혼하고 재산분할 받고 싶다”며 상담했다.

여성의 이혼상담(3435건) 사유 1위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 갈등, 생활무능력, 폭언, 알코올중독, 빚 등이 우선 순위)’이다. 이는 민법 제840조 6호 이혼사유인데 2479건 43.1%를 차지했다. 2위는 민법 제840조 3호 ‘남편의 부당대우(폭력)’이 31.9%(1095건)로 많았다. 3위는 민법 제840조 1호 ‘남편의 외도’가 13.3%(457건)가 있었다.

남성의 이혼상담(1348건) 사유 1위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강요, 생활양식 및 가치관 차이, 폭언, 성적갈등 등이 우선 순 위임)’로 64.5%(870건)를 차지했다. 2위는 ‘아내의 가출’이 15.8%(213건), 3위는 ‘아내의 외도’로 10.5%(142건)가 있었다.

여성의 경우 여전히 폭력, 외도가 많아

남성의 경우 장기별거, 아내의 가출 많아

여성의 경우 여전히 폭력과 외도가 많았다. 기타사유 항목을 묶지 않고 단일 사유만 고려하면 여성은 ‘남편의 부당대우(폭력)’가 1095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남편의 외도’ 457건, ‘장기별거’ 423건 순이었다.

한국가장법률상담소는 “여성의 전체 이혼상담 중 31.9%(1095건)가 남편의 폭력을 호소해 여전히 가정폭력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며 “1998년 가정폭력특별법 제정으로 국가공권력이 가정 내 폭력에 개입해 가정폭력을 범죄로 처벌한 지 2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에서 남편의 아내 폭력은 줄지 않아 여성과 자녀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은 ‘장기별거’가 37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아내의 가출’ 213건, ‘성격차이’ 161건 순이었다. 상담소는 “아내의 가출을 이혼사유로 제시한 경우가 전체의 15.8%에 달했는데 아내가 외도나 빚 등을 이유로 집을 나가 잠적한 경우도 있었지만, 상담을 통해 보면, 부부싸움 중 남편의 폭력이 먼저 있고, 아내가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간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남녀 모두 1순위로 나타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에는 6호사유(1479건) 중 ‘장기별거’로 인한 상담이 28.6%(423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성격차이’ 13.3%(197건), ‘경제갈등’ 9.1%(134건), ‘생활무능력’ 4.8%(71건), ‘폭언’ 4.6%(68건), ‘알코올중독’ 4.3%(63건), ‘빚’ 3.2%(47건)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에도 6호사유(870건) 중 ‘장기별거’로 인한 상담이 42.5%(370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성격차이’ 18.5%(161건), ‘경제갈등’ 7.5%(65건), ‘배우자의 이혼강요’ 5.9%(51건), ‘생활양식 및 가치관차이’ 2.4%(21건), ‘폭언’ 2.1%(18건), ‘성적갈등’ 2.0%(17건)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사유인 민법 제840조 6호사유 중 ‘장기별거’의 비율은 10년 전인 2009년에 비해 여성은 5.5배, 남성은 5.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여성 5.2%, 남성 7.3%)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이들은 이미 수년에서 수십 년씩 장기간 별거하면서 서로 연락을 끊은 채 사실상 이혼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임대주택, 사회보장수급 신청 등 일정한 지원을 원하나 서류상 배우자의 존재로 청구가 어려워 서둘러 이혼 소송을 제기해 혼인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남편의 폭행 및 장기별거를 이유로 이혼상담 = 내담자 50대 여성>

“혼인 초부터 폭행이 계속됐으나 아이가 어려 참고 지냈다. 그러다 11년 전 남편이 갑자기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을 폭행했다. 내가 남편을 말리자 그때부터는 나를 폭행했다. 옷가지만 챙겨 아들과 급히 친정으로 도망 왔다. 며칠 지난 후 들어갔는데 남편이 또다시 폭행을 해 집을 나왔고 별거하게 되었다. 별거 후 처음에는 남편이 양육비를 조금씩 보내왔는데 방학을 하자 그나마도 끊었다. 형제들 도움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염치가 없어 받지 못하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도 언제 나가야 할지 몰라 임대아파트라도 분양받고 싶은데 남편이 있어 받지 못한다. 이혼하고 싶다”

<아내의 가출 및 장기별거를 이유로 이혼상담 = 내담자 60대 남성>

“32년 전쯤 아내가 가출해 따로 지낸 지 오래다. 그 사이 아들은 아내가 혼자 맡아 키웠다. 현재 형편이 어려워 기초수급지정이 필요한데 배우자가 있는 것 때문에 제약이 있어 그마저도 신청을 못하고 있다. 아들과도 연락하지 않고 지냈고 연락처도 모른다. 사는 것이 막막해 이혼하고 사회복지제도의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데 아내와는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혼하는 방법은?”

이와 함께 남녀 모두 민법 제840조 6호사유 중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 상담을 한 경우가 많았다(여성 13.3%, 남성 18.5%).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성격차이는 6호사유 중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사유이다. 내담자들은 혼인 초부터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호소해왔다. 상대가 협의이혼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성격차이로 인한 불화를 입증하기 어려워 재판 이혼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남녀 모두 6호사유 중 ‘경제갈등’을 문제 삼아 이혼상담을 한 경우가 많았다(여성 9.1%,

남성 7.5%). 경제갈등은 외환위기 이후 계속 높은 비율을 보이는 이혼 사유다.

상담소는 “맞벌이를 하면서 서로 소득을 공유하지 않고 각자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투자 역시 상의 없이 진행하다 큰 빚을 지게 되어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며 “또한 단순노무, 배달, 대리운전,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직업과 경험 없는 자영업 등으로 소득이 일정치 않아 경제적으로 위기가 오고 그 위기가 그대로 가족 내 갈등으로 이어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혼상담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 분석 첫 해인 1995년에는 60대 이상이 여성 1.2%, 남성 2.8%로 매우 낮았으나 이후 조금씩 상승해 20년 전인 1999년에는 여성 3.5%, 남성 4.8%, 10년 전인 2009년에는 여성 5.5%, 남성 12.5%로 나타났고, 2019년에는 더욱 증가해 여성 25.3%, 남성 43.5%를 기록했다.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여성은 4.6배, 남성은 3.5배, 20년 전에 비해 여성은 7.2배, 남성은 9.1배 증가했다. 2019년도에 이혼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소를 방문한 60대 이상 여성은 870명이었고, 이들 중 60대는 630명, 70대는 217명, 80대 이상은 23명이었다.

또한 60대 이상 남성은 586명이었고, 이들 중 60대는 317명, 70대는 230명, 80대 이상은 39명이었다. 한편, 이혼상담을 받은 내담자 중 최고령자는 남성 88세, 여성 86세였다.

이들이 내세운 이혼사유를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6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폭언 순), 3호(남편의 폭력), 2호(남편의 가출) 순이었다. 7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갈등 순), 1호(남편의 외도), 3호(남편의 폭력) 순이었다. 80대는 6호(기타사유-성격차이, 장기별거, 경제갈등ㆍ알코올중독 순), 2호(남편의 가출), 3호(남편의 폭력)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6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배우자의 이혼강요 순), 2호(아내의 가출), 3호(아내의 폭력) 순이었다. 7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경제갈등, 성격차이 순), 2호(아내의 가출), 1호(아내의 외도) 순이었고, 8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ㆍ경제갈등 순), 1호(아내의 외도), 2호(아내의 가출) 순이었다.

남녀 모두 60대, 70대, 80대에서 1순위로 6호사유를 제시했고, 6호사유 중에서는 장기별거와 성격차이가 많았다. 다음 순위로 여성 60대는 남편의 폭력, 남편의 가출, 70대는 남편의 외도, 남편의 폭력, 80대는 남편의 가출, 남편의 폭력을 꼽았다. 남성 60대는 아내의 가출, 아내의 폭력, 70대는 아내의 가출, 아내의 외도, 80대는 아내의 외도, 아내의 가출을 꼽았다.

노년 여성, 나이 들어서까지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하기 싫어

재산, 연금 분할 받고 내 인생 찾고 싶어

노년 남성, 아내와 자녀로부터 소외당해

팬클럽, 집회 등 소통할 곳 밖에서 찾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노년 여성들은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며 쉬지 않고 살아왔으나 남은 것은 병든 몸과 빈곤밖에 없다고 호소해왔다. 젊어서 돈 번다고 유세한 남편이 노년에도 재산을 가지고 통제해 숨이 막히고, 자녀들 또한 육아나 살림을 도와줄 때만 엄마를 찾고 능력 없고 재산 없는 엄마는 찾지도 않아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동안 자녀와 남편을 위해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다고 했다. 남편에게 이혼과 재산분할을 요구했으나 자신이 번 재산이라며 협의에 응하지 않아 소송을 통해서라도 내 몫의 재산과 연금을 분할 받고 싶다고 상담소를 찾았다.

한편, 노년 남성들은 경제력이 없어지자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고 소외돼 고립감을 느낀다고 호소해왔다. 이들은 아내가 다 큰 자녀들 뒷바라지는 계속하면서도 자신의 끼니는 챙기지 않고, 손자를 봐준다며 자녀 집에 가서 몇 달씩 오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녀들도 엄마 편만 들고 돈 없는 아버지는 쓸모없는 사람 취급한다며 분노와 고통을 호소해 왔다.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과 모임을 갖게 되고 모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팬클럽과 집회 등 집단행동에도 쉽게 휩쓸리게 된다고 했다. 이혼도 고려하나 그럴 경우 본인이 젊어서 벌어 놓은 재산을 아내에게 분할해줘야 한다고 해서 ‘졸혼’을 차선책으로 문의해 오기도 했다고 상담소는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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