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환자 요구하면 수술실 CCTV 촬영 허용”…국회에 의료법 개정안 의견
인권위 “환자 요구하면 수술실 CCTV 촬영 허용”…국회에 의료법 개정안 의견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3.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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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의료행위 방지 등 공익의 보호를 위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구해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 수술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병원의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의 사망이나 장애 발생, 의사 아닌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마취환자에 대한 성추행 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수술 장면을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과 같은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함으로써 의료사고나 부정의료행위를 방지하거나 사후적으로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2019년 5월 안규백 국회의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을 하는 경우 등에 한해 환자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권위는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이 환자의 안전 등 인권과 공익 보호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검토를 진행했다.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주장에 대해 찬성하는 견해와 반대하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에 반대하는 측은 수술중인 환자는 수술환부나 민감한 신체부위가 쉽게 노출돼 이러한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할 경우 환자들의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고, 해당 영상이 유출돼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체 의료진을 잠재적 의료사고나 부정의료행위의 가해자로 취급해 근로 현장을 감시ㆍ기록하는 것은 의료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수술은 의료진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행위로서, 만약 영상정보처리기기 촬영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경우에는 의사 등 의료진의 과긴장이나 집중력 저하,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방어적ㆍ소극적 수술이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도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019년 5월 전국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ㆍ운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대상 전공의의 약 81.29%가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찬성 측의 견해는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있으며, 환자는 전신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고 주변 상황을 인지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부정의료행위 방지나 의료사고의 입증 등을 위해서는 수술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수술실 내 영상정보처리기기는 의료진에 무조건 불리한 것으로 단언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의사가 최선을 다해 수술을 했거나 부정의료행위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수술실 내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하는 것은 의료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부정의료행위 등을 방지ㆍ예방하기 위한 효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의료행위를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도록 하고, 그 외의 의료행위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촬영하도록 규정한다.

인권위는 “수술실 내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해 촬영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 확보 등 공익적 측면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의료진의 개인영상정보를 수집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수술실의 폐쇄적 특징 및 환자 마취로 인해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점, 의료행위 제반과정에 대한 정보 입수에 있어 환자 및 보호자가 취약한 지위에 놓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와 촬영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공익 보호의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과 그렇지 않은 수술을 구분하고 있는데, 그간의 부정의료행위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중요한 수술 보다는 오히려 성형수술 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촬영하는 수술을 구분하지 말고, 원칙적으로 모든 수술에 대해 촬영하되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구하여 명시적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 촬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법 개정안은 수술을 촬영할 수 있는 영상정보처리기기에 CCTV 및 네트워크카메라를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 CCTV는 외부와 차단된 폐쇄회로를 통해 촬영 영상을 전송ㆍ저장하므로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높으나, 네트워크카메라는 개방된 인터넷망을 통하므로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고 실제로 네트워크카메라에서 개인영상정보 유출 사례가 다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영유아보육법도 어린이집에 설치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원칙적으로 CCTV로 한정한다. 이에 인권위는 “수술 장면을 촬영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는 CCTV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인권위는 의료법 개정안에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촬영 범위 한정 및 임의조작 금지에 관한 사항, 영상정보의 보관 기간과 그 기간 경과 시 영상정보 파기에 관한 사항 등도 추가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표명을 계기로 의료법 개정안이 부정의료행위 방지 등 사회적 공익을 보호하는 한편 의료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적 인권 침해도 방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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