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교제하며 동거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남자가 수감됐는데 여성은 2개월 뒤에 혼자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여성은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양형에 참작될 수 있다’는 남자의 말을 믿고 그를 도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혼인무효 판결을 내렸다.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여)씨와 B씨는 2018년 3월 교제하기 시작해 그 무렵부터 동거했다.

그런데 2018년 6월 B씨는 범죄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A씨는 동거하던 원룸에 있던 B씨의 신분증을 가지고 혼자 혼인신고서류를 작성해 2018년 8월 구청에 서류를 접수해 혼인신고를 마쳤다.

A씨는 혼인신고 이후에는 더 이상 B씨를 면회하러 가지 않았고, B씨가 수감 중인 2019년 7월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가정법원 정일예 판사는 최근 A씨가 수감 중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정일예 판사는 “피고는 원고와 교제한지 불과 3개월 만에 구치소에 수감됐는데, 수감된 지 2개월 만에 원고 혼자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접수했고, 그 이후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전혀 교류가 없었다”며 “이런 사정에 비추어 보면, ‘양형에 참작될 수 있다’는 피고의 말을 믿고 피고를 도울 목적으로만 혼인신고를 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원고와 피고 모두 혼인신고를 전후해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의논한 사실이 없는 점, 원고는 피고가 수감 중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혼인신고 이후에 결혼식을 올리거나 동거한 사실이 없어 혼인생활의 실체는 물론 외관조차 없다”고 말했다.

정일예 판사는 “원고와 피고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이 혼인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구청에 신고한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에 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혼인무효 사유로 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혼인의 합의란 ‘당사자 사이에 부부관계로서 인정되는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 및 법률상 유효한 혼인을 성립하게 할 의사의 합치’를 의미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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